“불은 꺼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녀가 원하는 건 그냥 다 들어주고 싶었다. “알았어요. 그거 말고 또 바라는 거 없어요?” “제가 사실…… 처음인데요 ……경험이 없어서요.” 그 대답에는 조금 굳었다. 양희욱이 얼마나 탐욕스런 놈인지 다 알고 있는데, 그런 놈이 널 건드리지 않았단 말을 믿으라고. “한소은 씨가 원하는 대로 불은 절대 안 켤 테니까 그쪽도 나 좀 봐줘요.” “네?” “내 사정 봐달라고. 내가 눈에 뵈는 게 없을 테니까.” 사랑받기 위해 제 몸을 내던지는 여자 세상에 상처받아도, 아무리 모진 말을 들어도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나는 한소은. 그래서 김태준은 한소은이 미웠다. 미워서 곁에 두고 괴롭혔다.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난 사람처럼. 증오라 말하지 않는 증오가 사랑하여 말하지 못하는 사랑이 되기까지 서로를 속이던 두 사람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