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분명 넘어오지 말라고, 경고 했는데.” 한껏 가라앉은 목소리와 습기를 머금은 더운 숨이 지안의 뺨에 닿았다. “그럼에도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으니…….” 두 사람의 입술은 조금만 움직여도 닿을 만큼 가까워졌다. “지금부터는 내가 넘겠습니다. 그 선.” “…….” “나도 이제 더는 못 해먹겠거든.” 지안이 막 입을 떼려는 순간, 현은 그녀의 목덜미를 감싸 순식간에 그녀의 숨결을 머금었다. 실낱같던 이성의 끈은 땅바닥에 내동댕이쳐 버린 지 오래였다. 잊고 있었던 장면이 떠올랐을 때부터, 아니면 그보다 훨씬 전부터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질 것을, 무엇을 위해 이제껏 버티고 있었는지. 우스울 지경이었다. 지금까지 참아온 것에 대한 보상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달콤함이 입 안 가득 들어찼다. 세상 어떠한 것도, 이보다 더 달수는 없을 정도로.
내 입으로 말하기 민망하지만 나는 좀 괜찮은 여자 사람이다. 여성들의 대통령 JBS 아나운서 선우 원. 하지만 그녀에게도 딱 한 가지 없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세상의 절반인 ‘남자’였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 따라 간 곳에서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내가 시키는 대로 해. 그러면 아가씨한테 세 명의 남자가 붙을 거야.” 그 날 이후, 정말 세 명의 남자가 나타났다?! “선우원 씨만 괜찮다면 바로 진행하는 거로 합시다.” 다짜고짜 결혼을 이야기하는 첫 번째 남자. "해봐요, 고백. 근데 난 선우원 아나운서 마음을 받아줄 수가 없어.” 오해로부터 시작된 두 번째 남자. “근데요, 누나는 라면 먹는 것도 예쁘네요.” 멍뭉미를 무기로 막무가내로 들이대는 세 번째 남자. 한 여자를 둘러싼 세 남자의 달콤 살벌한 로맨틱 코미디. 사랑할 때도 무소의 뿔처럼 나아가는 그녀를, 아무도 미워할 수가 없다. 나와 러브하시겠소? 결국 한 남자를 사랑하게 돼버린 선우 원. 사랑은 발이 없는 도둑이라, 소리 소문 없이 찾아온다했다. 어느 날, 덜컥. 자신의 마음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린 그 남자. “달님은 나한테 너를 내려준 거야. 나한테 선우원은 평생의 행운이니까.” 진정한 사랑을 위해 자신의 모든 매력을 발산하는 그녀의 러브레이스! 지금부터 그녀와 함께 달려볼까요?
“아직 몰랐나보네. 이 바닥에서 나, 미친놈으로 통하는 거.” 8년 만에 나타난 강태주는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모든 게 달라져 있었다. 은수는 태주를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었다. 고단한 제 삶의 유일한 빛이었던 태주를 마음속에 늘 품고 있었다. “제발 이러지 마.” 그러나 결코 입 밖으로 꺼내면 안 될 마음이었다. 은수는 필사적으로 태주에게서 도망쳤다. “네가 지금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건 부탁이 아니라, 명령이야.” 하지만 밀어낸 것이 무색하게 태주는 생각지 못한 방법으로 은수를 옭아맸다. “넌 그냥 미친놈 장단에 못 이기는 척 넘어오면 돼.” 더는 은수가 기억하고 있던 강태주가 아니었다.
태하는 백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존재였다. 백설이 처음으로 마음을 준 상대이자, 힘든 상황 속 유일하게 믿고 의지하는 사람. 그러나 되돌아 온 건, 거짓된 위선이었다. 태하는 행복이라는 감정을 알아가던 백설에게, 절망이라는 폭탄을 던져 버렸다. “이럴 거면 나한테는 왜 잘해 줬어요?” “딱히 잘해 줬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그렇게 느꼈다면 유감이네.” 믿었던 상대에 대한 배신감이 얼마나 사람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지, 당신은 모를 것이다. 이제는 제쪽에서 돌려 줄 차례였다. “당신을…….” 기필코 당신을……. “내 발아래, 엎드리게 할 거예요.” 지옥으로 밀어 넣을 거야. 이는 권태하를 향한 경고이자, 스스로를 향한 다짐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