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에 괴상한 인물이 어디 하나 둘인가?그런 인물 중에는 천하에 이름을 날린 인물들도 허다하였다.무영야제 야운.그의 특징 가운데 가장 큰 특징은 자신이 훔쳐갈 물건을 사전에 통보하고 정해진 시간에 정확히 작업(?)을 끝마치는 대도 중의 대도라는 점이다.천하에서 그가 노렸던 물건을 손아귀에 움켜쥐지 못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그것이 무공비급이든 절세기보이든 아니면 고금의 신병이든 그가 원하는 것은 모조리 손에 넣었다. 게다가 그 물건을 소유한 상대가 부호이건, 무림의 세력이건 그도 아니면 황궁이건 어느 곳 하나 거칠 것이 없었다.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던 보물을 잃어버린 자들이 어찌 그를 가만히 두었겠는가?수백 명의 무림인들이 저마다 무리를 지어 무림을 종횡하였고, 황궁에서도 수천 명의 황군이 그를 잡고자 무림으로 쏟아져 나왔다.허나 야운의 절묘한 역용술과 경공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바, 누구 하나 야운의 옷자락이라도 보았다는 사람이 없었다.그 동안 야운이 모았던 재물의 양은 한 나라를 세우기 충분한 양이었다. 게다가 그가 모았던 무공비급의 분량 역시 서너 개의 문파를 개파할 수 있을 정도였다.수십 년 동안 야운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무림인들은 그가 집마부에 잠입했다가 죽음을 당했다고 생각하였다.그 일은 곧 세인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그러나 신비스럽게만 느껴졌던 야운의 전설이 장차 무림에 풍운을 몰고 올 전조가 될 줄이야, 그 누가 짐작할 수 있었겠는가?
[본 작품은 단행본 <쌍룡겁>을 연재용으로 재편집, 교정한 개정본입니다.] 시대가 원하는 영웅의 운명을 타고난 두 사내.그러나 한 시대는 두 영웅은 공존할 수 없는 것. 영웅의 이름 앞에 두 사내의 견고한 우정은 허공중에 흩어지는데...스스로 이인자이길 자처한 사내, 야우혈랑(夜雨血狼) 설유흔(雪幽痕).그는 밤비 속을 홀로 헤매이던 고독한 늑대.우정을 배반당한 그 밤, 고요히 잠들어 있던 그의 분노가 깨어났다!설유흔은 불현듯 무엇인가 가슴 밑바닥에서 맹렬히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여태껏 누구에게도 느껴 본 적이 없는 강렬한 분노가 타올랐다. 그리고 그 분노는 한순간 믿을 수 없을 만큼 절실한 삶에의 욕망으로 뒤바뀌었다. '사는 거다! 시궁창에 버려져 구정물을 먹고 살아온 것도 억울한데, 한낱 기르는 개로, 버려진 개의 인생으로 끝낼 수는 없지 않은가?'그의 가슴 속에서 또다시 똑같은 말이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살아야 한다!'
치지직...... 심지가 타 들어가는 소리와 함께 실내가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했다.자미노승은 문득 두 눈에서 하얀 광채를 뿜어내며 엄숙하게 말했다."네가 갈 곳은 구천십지만마전! 너는 소림을 나가는 그 순간부터 천하의 대마황(大魔皇)으로 변신해야 한다......!""......!""잔인 무도한...... 그리하여 구천십지제일신마조차도 치를 떨 만큼 흉악한 대마황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너는...... 구천십지만마전에 들 수 있고...... 그 목적의 달성이 가능해지는 것이다......!""......!""지난 삼십 년간...... 너를 위해 소림제자 일 백인(一百人)은 모든 준비를 완료했다......!"그 말을 하는 순간 혜인의 손을 움켜 쥔 자미노승의 두 손이 부르르 경련했다.혜인은 안타까운 눈빛으로 그를 정시했다.자미노승은 다시 두 눈을 스르르 감았다.이어 그는 말할 수 없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말했다."혜인...... 너는...... 누구냐......?"실내가 어두워졌다.춤추던 유등의 불꽃은 이미 어디에도 없었다.먹물처럼 번져 오는 어둠 속에서 혜인의 두 뺨에 두 줄기 눈물이 흘러 내렸다."사백조님...... 소실봉을 벗어나는 그 순간부터...... 소림제자 혜인은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자미노승은 웃었다."헛허...... 나 자미성불(紫眉聖佛)...... 이백 년 이상을 살았으나...... 오늘...... 가장 보람되도다......."혜인은 자미성불의 손에 힘이 풀려 나가는 것을 느끼자 가슴이 철렁했다."사백조님......!""석존(釋尊)께서 말씀하셨느니...... 내가 지옥에...... 들어가지...... 않으면...... 누가...... 들어가리......."갑자기 노승의 몸이 딱딱하게 굳어졌다.혜인은 가슴이 철렁했다."사백조님!""......."아무 대답이 없다. "사백조님―!"침묵은 죽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대답이므로.순간 한 소리 격렬한 울부짖음이 혜인의 입술을 꿰뚫고 터져 나왔다.
아비와 어미의 희생으로 탄생한 저주의 전설 「무맥」!-일찍이 남아로 태어나 검정에 몸을 담았으나 모든 것이 부질없고 덧없음을 알았소. 그러나 이제 한 몸을 바쳐 천하와 소림을 구한다면 내게는 더없는 영광이 아니겠소.-목숨이란 언제 달아날지 모르는 덧없는 것이 아닙니까. 이 덧없는 목숨을 바쳐 한 영웅이 탄생한다면 곧 무가 유로 변하는 것이지요. 소녀는 아무런 후회 없이 기쁨으로 석존의 뜻을 따르겠습니다.구…웅!터질 듯한 정적 속에서 다시 한 줄기의 웅장한 범종음이 울려퍼졌다. 그것이 신호인 듯 제석평의 뒤쪽에서 십팔나한이 단 앞으로 걸어나왔다. 그리고 그들은 어깨에 메고 있던 길고 투명한 수정관을 곧 단 아래에 내려놓았다.그것을 주시하던 천오대불이 우수를 가볍게 들어 보이자 여인의 몸이 그대로 둥실 허공으로 떠오르며 스스로 관 속으로 들어갔다.스윽……!이내 뚜껑은 단단히 닫혀졌다.“아제… 아제… 바라아제……!”장엄한 불송이 흐르는 가운데 수정관은 조사동 안으로 사라져 갔다.그것을 지켜보는 천오대불의 노안에 언뜻 한 줄기 눈물이 소리없이 맺혔다.‘아미타불… 석존이시여! 부디 용서를…….’위대한 역사의 장을 여는 오월의 십오야는 어느새 저물어가고 있었다.
<신검무황> 에피루스 베스트 무협 소설! 잠들었던 전설이 깨어난다! 무림의 운명을 짊어진 단 한 사람 「신검무황」! “황금… 동전…….” 부지불식간에 흘려내 버린 말이었다. 이어, 그의 뇌리 속을 환상처럼 스쳐가는 어떤 자아의식. 나에게 스승은 없다. 나 스스로 검법을 익히고 검식을 만들어 간다. 나의 스승은 이 세상의 삼라만상. 따라서 한 떨기 외로운 들꽃도 나에겐 더없이 귀중한 스승. 나에겐 스승이 필요치 않다. 최초로 떠오른 모종의 기억! 그러나 그것은 어떠한 감도 잡기 전에 사라져 버렸다. 용소야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황금동전을 생각한 순간 그 같은 기억들이 되살아난 것은 무엇 때문인가? 대체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 황금동전! 이것은 그가 얻은 최초의 단서였다.
<천황무> 에피루스 베스트 무협 소설! “사부?” “뭐냐?” “저 관 속에 들어 있는 무림마녀 반야음이라는 여자는 도대체 어떤 여자입니까?” “그것이 알고 싶으냐?” “푸흣!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였으면 정도무림인들은 물론 마도무림의 악명 높은 인간들까지 죽이려고 그 안달을 하는지 몹시 궁금합니다.” “알려고 하지 마라.” “왜요?” “그녀를 알려 하는 것은 죽음을 재촉하는 일일 뿐이다. 지금까지 그녀를 만나고 살아남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사부를 제외하고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로 인해 죽었다. 특히 너 같은 청년은 그녀에게 눈길을 던지는 순간 죽었다.” “그런데 왜 사부는 반야음을 죽이지 않았습니까?” “믿어지지 않겠지만…… 이 사부 또한 그녀를 꺾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녀를 죽일 수는 없었다.” “반야음이 그렇게 대단한가요?” “지금이라도 그녀가 이 관을 뛰쳐나온다면 이제 이 사부도 그녀를 당할 수 없다. 그래서 사부는 그녀가 영원히 이 세상에 나오지 못하도록 특수한 관을 만들어 그녀를 가두어 버린 것이다.” “궁금한 것이 또 한 가지 있습니다.” “또 뭐냐?” “기련산 무개애의 천기동부까지 가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곳에 가면 알게 된다.”
<신검성> 에피루스 베스트 무협 소설! 이 땅에 악마가 탄생할 때, 하늘은 신인을 태어나게 한다! 고월 무협 장편소설 「신검성」! 석씨 가문의 후손들은 선천적으로 몸이 허약하여 도무지 서른 살을 넘도록 사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열 살만 되면 전신이 온통 수염과 털로 뒤덮이고, 스무 살이 되면 그 수염과 털이 희끗희끗 세어지며 서른 살이 가까워지면 완전히 호호백발의 노인이 되어 죽어 버리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그들을 무슨 짐승처럼 멀리하고 천대하며 멸시했다. 신에게서 철저히 버림받은 저주의 가문. 그것이 석씨 가문을 바라보는 세상 사람들의 눈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더욱 가슴 저미도록 슬픈 것은 석씨 가문의 사람들이 바보스러울 만큼 착하고 어진 심성을 지녔다는 사실이었다. 조금씩… 조금씩… 석씨 가문의 후손들은 그 숫자가 줄어들어 갔다. 삼백 년 전, 돌연 석씨 가문은 살아남은 마지막 후손들을 데리고 아무도 모르는 곳을 찾아 떠나 버렸다. 그들이 떠나가는 것을 지켜보던 누군가 물었다. -사람들이 당신들을 냉대하고 멸시하기 때문에 떠나는 것이오? 석씨 가문의 한 소녀가 대답했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우리들은 다만 살아남기 위해 도망을 치고 있을 뿐이에요. 그 사람은 또 물었다. -도망이라니? 그럼 누군가 당신들을 죽이려고 달려오고 있기라도 한단 말이오? 소녀는 웃었다. 몹시도 슬프게 웃어 보이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요. 그들은 우리 석씨 가문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들을 죽이기 위해 달려오고 있어요. 믿기 어려우시더라도 믿으셔야 해요. 신은 우리 가문에게 거역할 수 없는 저주와 더불어 앞날을 내다보는 신비한 힘도 주셨으니까 말이에요. 그 때가 언제인지는 말씀드릴 수 없어요. 다만 그들은 신이 우리 가문에 내려준 저주보다 몇 곱절 되는 하늘의 형벌을 온 세상 사람들에게 안겨 줄 것이라는 사실만은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수수께끼 같은 소녀의 말과 함께 석씨 가문은 중원에서 사라졌다.
<승부천하> 에피루스 베스트 무협 소설! 천하에서 가장 빠른 손을 가진 도박의 왕. 그는 천하를 다니며 한판의 승부를 거는 철저한 도박사다. 도왕에게는 친구가 있었다. 도왕이 도박의 왕이라면 전왕은 무공에 관한 한 천하제일의 왕이었다. 도박과 무공! 그것이 한데 어우러져 멋진 짝을 이루어낸 것이다. 도왕과 전왕! 그들 두 친구는 온 천하를 자신의 도박무대로 삼아 전설적인 도박을 펼쳐 나갔다. 이 이야기는 사나이들의 도박세계를 무대로 하며 그에 얽힌 미녀들의 뜨거운 사랑……. 그리고 두 친구가 도박의 세계와 무림에서 펼쳐 나가는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린 우정의 대서사시이다.
<용비가> 에피루스 베스트 무협 소설! “얘야, 혹시 너는 무공을 배우고 싶지 않느냐?” 무공이란 한마디에 구양준은 귀가 번쩍했다. 무공! 그것이 무엇인지 그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허나, 그는 전혀 할 줄을 모른다. 가끔 배우고 싶다는 충동을 절실히 느껴온 터지만 그에게 있어선 허공에 뜬 달이었다. 물론 부친인 구양영숙은 강호에서 내로라하는 일류고수였으나 나이 어린 그에게 가르쳐줄 생각도 않고 오직 학문에 몰두하도록 훈계해 왔다. 그나마 그런 부친마저 집을 떠나고 나자 구양준은 날마다 하늘에 뜬 달을 잡아 보았으면 하고 간절한 소망을 키워왔다. 늑대 같은 작자들이 집안을 거머쥔 채 발광할 때면 더더욱 그런 소망이 어린 그의 내부에서 강렬히 불꽃을 튀겼다. 실로 얼마나 배우고 싶었던 무공인가! 백발노인이 넌지시 건네 온 한마디는 나이 어린 그의 심장을 활활 불살라 놓기에 충분했다. “어르신, 방금 무공이라고 하셨지요?” 백발노인은 구양준의 태도가 의외라고 여겼던지 그를 빤히 쳐다보고는 이내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구양준은 한차례 나직한 탄성을 토해내고 넙죽 백발노인 앞에 엎드렸다. “어르신, 오늘 당장 어르신의 제자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따를 테니 부디 버리지 말아주십시오.” 백발노인의 가슴에 송곳처럼 와 닿는 간절한 애원이었다. “허허허… 녀석, 뭐가 그리도 급하냐? 매사엔 순서가 있는 법이니라. 그러니 쓸데없이 서두를 필요는 없다.”
<지옥전사> 에피루스 베스트 무협 소설! 잃어버린 과거를 지닌 기이한 운명의 소년! 스스로 이름을 버린 단목검하 검무혼 「지옥전사」! 그대……. 무엇을 원하는가? 천하를 원하는가? 두드리면 열리리라. 취하라! 천하의 주인이 되리라. 명예를 원하는가? 취하라! 홀로 만인 위에 우뚝 서리라. 부를 원하는가? 취하라! 천하를 덮을 황금이 네 품안에서 넘치리라. 사랑을 원하는가? 취하라! 언제나 사랑으로 충만하리라. 또 무엇을 원하는가? 모든 것을 원하는가? 욕심도 많구나. 허나, 취하라! 원하는 모든 것이 바로 네 것이 되게 하리라. 야망의 이름으로…….
<마도일대기> 에피루스 베스트 무협 소설! “너희들은 누구냐! 냉큼 정체를 밝혀라!” “무자룡! 네 부모와 똑같은 질문을 하는구나.” 흑의인은 오른손을 뒤로 쳐들더니 가볍게 한 번 흔들었다. 그 동작은 지극히 유연해 마치 작별 인사를 하며 손을 흔드는 것처럼 보였다. 무자룡은 크게 의아했으나 더 생각지 않았다. 그런데 놀라운 현상이 발생했다. 한 줄기 봄바람과도 같은 기운이 몰려오더니 전신을 휘감는 것이었다. 전신의 맥이 탁 풀리고 눈앞이 아찔했다. “흐흐흐! 음화기공에 격중되면 한 시진 이내에 죽는다.” 무자룡은 힘은 없지만 분노가 실린 목소리로 외쳤다. “으음… 이 비겁한…….” “흐흐흐! 절세의 무공 앞에 죽으면서 비겁하다는 소리를 하다니… 참으로 어리석은 놈이 아닌가.” 괴인의 음성을 들으며 무자룡은 힘없이 쓰러졌다. “나를 원망할 필요 없다. 모든 게 젊고 아름다운 에미를 둔 탓이니…….” 혼미해지는 와중에서도 상대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무, 무엇이? 이 모든 일이 어머님 탓이라고? 그렇다면…….’
에피루스 베스트 무협 소설!지배자(支配者).이것을 꿈꿔 온 자, 천지창조 이후 수천만이리라.그러나 그리되기 위해서는 자격이 있어야 한다.절대(絶代)의 세력(勢力)!극강(極强)의 무학(武學)!최고(最高)의 지략(智略)!그리고 불길 같은 야망(野望)!바로 그런 것들이다. 물론 지배자를 꿈꿔 온 사람은 많았지만 그 모든 자격을 지닌 사람은 없었다.달마(達磨)는 야망이 없었고 영세무적(永世無敵)의 고혼유찰(孤魂幽刹), 그에게는 지략이 없었다.희대의 박학(博學) 천뇌공(天腦公)에게는 무학이 없었으며, 고금제일의 살수 한천귀영(寒天鬼影), 그에게는 세력이 없었다.그런데 오백 년 전!이 모두를 갖춘 세력이 출현했다.그것도 하나가 아닌 자그마치 열 개의 세력이!
은밀하게 퍼져 나가는 두 개의 소문.부자가 되어 떵떵거리며 살고 싶은가?그러면 지하검투장에서 데려가기를 기원하라. 생과 사는 반반이나, 만약 그대가 생의 패를 잡을 때에는 고생 끝남이며 남은 여생은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고수가 되고 싶은가?그렇다면 지하검투장의 투사가 돼라. 살아 돌아올 확률은 전무하지만, 만약 살아서 중원무림에 나온다면 능히 백팔 고수에 들 것이다. 그것도 사십위 안에 말이다.이것은 다만 소문일 뿐이었다.그러나, 이 소문이 그냥 소문으로, 흘러가는 세월 속에 파묻힐 말이 아님을 증명하듯이 오십 년 전부터 중원에 괴이한 일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킁킁, 잘 익었군. 아! 냄새 한번 죽이는구나." 소년은 향기로운 냄새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더욱 모닥불 앞으로 다가섰다. 그는 모닥불 위에서 노랗게익어 기름이 뚝뚝 떨어지는 오리를바라보며 희미한 미소를머금었다. 그는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흐흐, 이번에도 속겠군. 바보 같은 노인네들.' 동쪽 하늘에 하나의 흥운이 막 솟아오르는 더없이 쾌청한 이른 아침이었다. 상쾌한 아침 기운을 담은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소년은 기분좋은 표정으로 흥얼거렸다. "삼사부(三師父). 두고 보라지……. 감히 내게 하찮은 금단(禁丹) 따위도 주지 않았지. 오늘 나를 섭섭하게 한 대가를 충분히 돌려주겠어. 기다려라, 어극사(魚極史)." 어딘지 모르게 고집이 담겨있는, 듣기에도 장난기 이상의 섬칫함이 담긴 목소리였다. 열다섯, 아니면 열여섯이나 되었을까? 언뜻 보면 티없이 맑은 눈동자와 오똑 솟은 코, 매력적인 얇은 입술을 지닌 미소년(美少年)이었다. 그러나 검은 먹으로 그은듯한 굵직한 눈썹과 조금씩 비치는 의미 모를 미소는 그 또래의 소년답지 않은 강인함과 성숙한 냄새를 풍겼다. 또한 백호피(白虎皮)로 만들어진 옷을 걸친 호리호리한 몸매는 마치야생의 날렵한 표범과같이 거칠고 날랜 분위기를 뿜어냈다. "또 어제의 일은 말이지… 다른 두 사부들도 묵인해 버렸다. 이는 이 승하(承霞)에 대한 명백한 도전! 본때를 보여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