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천마> ‘그’는 대명사(代名詞)다. ‘그’는 남자를 지칭하는 인칭대명사(人稱代名詞)다. 그 사내, 그 작자, 그이, 그 놈 등등. ‘그’는 인간 이외의 모든 사물을 지칭하는 물질(物質代名詞)다. 그 꽃. 그 바위. 그 물방울. 그 칼 등등. 지금부터 거론되는 ‘그’는 어떤 한 존재를 가리키는 제삼의 대명사(第三代名詞)다. 왜 이런 머릿설명(頭說)이 우선돼야 하는지에 대해선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그’는 인간(人間)이 아니다. 그렇다고 완벽한 악마(惡魔)도 아니다. 인간도 아니고, 악마도 아닌 존재. 그래서 ‘그’라는 제삼의 대명사로 표기(表記)하기로 했다.
<천하제일인> 에피루스 베스트 무협 소설! 아버지! 당신은 천하에서 가장 위대하신 분이십니다. 십 년 전만 하더라도 무적검룡이라 불리우시며 천하를 질타하시던 자랑스러운 저의 아버지이십니다. 그러나 그 위대함이 지나쳐 스스로 무너지신 못난 아버지이시기도 하십니다. 십 년 전, 그 날……. 운명과도 같은 사건은 아버지의 모든 것을 앗아 갔습니다. 수십 년 간 쌓아왔던 아버지의 명성도, 수백 년 간 쌓아왔던 무적검보의 위명도 한낱 물거품이 되고야 말았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무림공적으로 몰려 억울하게 눈을 감으셨지만 묻힐 땅 한 평 얻지 못하셨습니다. 이것이었습니까? 아버지께서 그토록 갈망하시던 무림천하가 바로 이러한 것이었습니까? 아버지께서 온몸으로 쓰셨던 무림공적이라는 오명의 굴레. 그것이 사실이라면 소자는 지금 죽어도 할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천하의 안위를 걱정하며 밤잠 주무시지 못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을 익히 보아 왔던 소자가 어찌 그 말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아버지께서 강호정복을 노리는 대마두였다는 사실을 소자는 결코 믿을 수 없습니다. 소자가 이 개 같은 세상에서 죽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아야 하는 까닭은 아버지께 쓰신 억울한 누명을 풀어주기 위함입니다. 찬란한 무적검보의 위명을 되찾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때까지 소자는 죽지 않을 것입니다. 자랑스러운 나의 아버지시여! 소자를 지켜봐 주십시오. 기필코 천하제일인이 되고야 말 이 소자를!
<도정만리> 에피루스 베스트 무협 소설! 무수한 전설의 간직한 무림! 용의 제왕을 수호한다는 성좌, 천룡성! 새로운 전설의 탄생 「도정만리」! “이 단목승풍은 삼불대선생의 마지막 후손! 모든 일을 행함에 있어 삼불(三不)의 의미를 새겨야 하는 터! 지금의 상황도 마찬가지요.” 주르르. 단목승풍의 뺨 위를 흐르는 피눈물이 입꼬리를 타고 입 안으로 흘러들었다. 삼불(三不)! 지금의 단목승풍에게는 산백이라는 무림고수를 상대할 힘이 없는 고로 당장의 분을 참지 못하고 덤비었다가 헛되이 개죽음을 당할 수 없음이 그 첫 번째 불(不)이오, 한 가문의 유일한 혈손으로 가문의 대를 이어갈 후손을 남기지 못하고, 개죽음을 당할 수 없음이 그 두 번째 불이오, 조부이신 삼불대선생과 아버님이 그토록이나 꿈꿔 오시던 유업…… 이민족인 몽고족을 몰아내고 중원대륙을 우리 한족의 땅으로 회복시키지 않고선 개죽음을 당할 수 없음이 그 세 번째 불(不)인 것이다. 산백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며 바라보고 있던 단목승풍이 은파를 향해 물었다. “힘은 어떻게 얻어야 하오?” “……!” “더도 덜도 말고…… 산백을 때려잡을 수 있는 힘 말이오.”
- 책속으로 한 인간이 성(城)을 쌓았다. 무림출도(武林出道) 십 년(十年). 십삼 녹림계(綠林界)와 하오문(下五門)이 그 인간을 위해 성터를 닦았다. 무림출도 이십 년(二十年). 구백(九百)에 달하는 흑백양도(黑白兩道)가 각파(各派)의 이름을 새긴 벽돌을 날라 성벽을 올렸다. 무림출도 사십 년(四十年). 무림 최대이자 최고의 자존심(自尊心)이라 일컬어지는 소림(少林), 무당(武當)의 양대정맥(兩大正脈)과 마교(魔敎), 오궁(五宮)의 육대사맥(六大邪脈)이 정사(正邪)의 이름으로 성(城)의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덮었다. 그 인간은… 제천룡(帝天龍) 용위강(龍威强)! 그 성은… 제룡성(帝龍城)! 제천룡 용위강이 곧 무림천하(武林天下)였고, 제룡성이 바로 무림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