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정이라도 나눠 보자고?”“흡, 그, 그게…….”부부의 첫 관계가 치러지던 날, 지혁이 말했다.“그 정이란 거, 불필요한 거 같은데. 당신과 내 사이엔.”본인에게는 불필요할지 모르는 그 정이, 소희에게는 절실했다는 것을, 지혁은 알까?“노력이 가상해서 어울려 준 걸 착각하지 마.”“…….”“이 짓 두 번 할 생각 말란 소리야.”지혁의 서릿발같이 차가운 음성은 소희를 무너지게 했다.결혼한 지 어언 3년째.조금 지친 것 같다.사람에게도.기약 없는 이 기다림에도.“우리 이혼해요.”오랜 고민 끝에 도달한 결론은 이혼이다.“임신입니다.”남편의 아이를 가지게 되었단 걸 알게 되었을 때도 결정은 바뀌지 않았다.
남편 주태준의 아내로 사는 삶은 지옥과도 같았다. 그래서 그의 아이를 가진 것을 알았을 때, 도망쳤다. 그로부터 5년 후 “허지안.” 등 뒤로 익숙한 목소리가 지안의 귀에 스며들었다. 움직이지 않는 몸을 겨우겨우 돌렸을 때, 그녀는 발견했다. “5년, 즐거웠어?” 자신의 남편이었던 주태준을. 지안에게 다가온 그는 자연스레 그녀의 턱을 움켜쥐었다. 이어 그녀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문지르기 시작했다. “지안아.” 지안은 제 입술을 훑는 태준의 손길을 느끼며 그제야 비로소 실감했다. “웃어야지.” “…….” “내 앞에선 웃기로 약속했잖아?” 다시 전남편, 태준의 손아귀에 돌아왔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