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기묘한 소문이랄까, 뭔가 으스스한 괴담(怪談) 하나가 사람들 사이에 퍼져갔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 싶은 순간, 한 마디 음울한 목소리가 귓전을 울린다고 한다. 주위에 아무도 없는데도 말이다. 자연 귀신의 장난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데 그래서 결국 무슨 소리가 들린다는 건지 아는 사람은 또 없었다. 소문이란 게 다 그렇지 않은가. 원래 당사자는 없고 그랬다더라, 저랬다더라 하는 말만 무성한 것이다. 아무튼, 목소리를 들은 이가 한 가지의 소원을 이룰 수 있다고 하니, 귀신이든 뭐든 인심이 후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며 웃어넘겼다. 항상 그렇다. 모르는 게 약이란 말이 그래서 있는 것이다. ----- 무명검(無名劍) 유검향(有劍響)이라, 검에는 이름이 없건만 그 울림은 천하를 진동하는구나. 휴우.... 깊은 한숨소리에 땅이 꺼질 것만 같았다. 이제는 귀신이든 뭐든 상관없었다. 목소리의 주인은 감히 그를 끌어들인 책임을 져야 하리라.
“흠, 역시 그렇군.” 등하군이 스물이 되었지만, 하늘과 땅에서 아무런 징조가 나타나지 않았다. 조금 실망한 감도 있었지만, 한구석에 안도하는 마음도 있었는데 그가 전설 속의 천살성이니 혈마성 따위가 아니었다는 것이 공식적으로 밝혀진 것이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밤하늘에 별들이 나란히 늘어서며 흉흉한 기운으로 가득하더라도, 아니면 장강의 고아한 물결이 순간 시뻘건 핏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더라도 그가 크게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고개를 끄덕이며 역시 그렇구나 하고 중얼거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그렇다는 것은 그가 자신의 인생계획에 대해 크게 손댈 필요가 없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였다. 만약 천살성이나 혈마성으로 판명되었다면 그에 걸맞게 살아가야 했으니 당장 집을 불태우고 가족과 식솔들을 죽여야 하지 않았을까. 헛된 망상에 절로 쓴웃음이 지어졌다. 그런 저주를 타고 난 자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알 턱이 없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천살성과 혈마성을 타고 난 것처럼 굴더니 금세 남의 이야기가 되어 버린 것이다. 어쨌든, 뭐를 타고났는지는 모르지만, 이야기책에 나올만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세상을 구할 필요도 없었고 멸망시킬 필요도 없었다. "훗." 등하군의 입장에서는 재미있게 되어버렸다. '천하의 으뜸은 불산의 등가장이니 그 이유는 그들이 남들은 하지 못하는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