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과 알고 지낸 지 30년이 되어 간다. 하지만 이런 짙은 스킨십은 처음이었다. 예전부터 친가족보다 가깝게 지냈던 서훈과 스킨십을 하면 어떨까 상상해 본 적은 있지만……. 실제로 경험한 느낌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조금 화끈거리네.” 머릿속이 몽롱하게 잠겼다. “네가 겁이 없구나.” “…….” “요새 외로워? 아니면 욕구 불만이야?” 그간 허전했던 걸까. 그 결과로 욕구 불만이 튀어나온 걸까. 맞는 것도 같고. 그의 체향이 깊게 파고들었다. 서훈이 내심 심각하게 읊조렸다. “아무한테나 허락해 주면 안 돼. 허락했다가 내가 더한 걸 요구하면 어쩔래, 쉽게 수용 마.” “…….” “너 아무한테나 허락하면 뒷감당 어쩌려고.”
“나더러 대표님과 사랑을 하라고요?”어머니의 부고 소식이 들려왔다.서른 살이 다 될 동안 고아로 살았던 함은희,존재조차 몰랐던 가족의 부고 소식은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했다.그런 그녀 앞에 새로운 보호자가 나타났다. FT에센셜 백준열 대표.“그러니까, 대표님이 제 새로운 보호자시라고요……?”탐색전일까. 긴 침묵이 이어졌다.턱 밑에서 까딱거리는 손가락과, 집요하리만큼 따라붙는 시선까지.준열이 탐색을 끝냈는지, 덤덤히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돌아가신 샤를로트 님께서 유언을 남겼어. 함은희 씨를 나한테 부탁했고.”“…….”“사랑을 주래.”말이 이상하다.“사랑요?”“어른들은 이걸 결혼으로 가는 과정으로 여기더군.”준열이 나른한 어조로 읊조렸다.맥락 없는 전개와 제멋대로인 결론에, 은희는 머리가 멍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