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는 쫄면을 젓가락으로 휘돌려 감아 수저로 받치고 한결의 입술 앞에서 멈췄다. “아, 해봐요. 잊지 못할 맛일 거예요.” 시아는 입 주위에 붉은 양념이 묻은 것을 자각 못 하는지 해맑게 웃으며 쫄면을 권하고 있었다. 그녀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던 한결은 작게 심호흡하고 시아가 건넨 쫄면을 받아먹었다. 새콤하면서도 감칠맛이 가득하긴 했지만, 굉장히 매웠다. 열심히 쫄면을 씹어 삼킨 한결이 연달아 물을 마셨는데도 목부터 귀까지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 “스읍. 하. 정말…. 잊지 못할 맛이네요.” 가시지 않는 매운맛 때문에 한결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물. 더 가져다드릴게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난 시아는 냉장고에서 물통을 들고 자리로 돌아왔다. 한결의 잔에 물을 가득 따라 내밀자 그는 단번에 잔을 비웠다. “혹시, 매운 거 잘 못 드세요?” “하아. 네.” “그럼 우리 종종 같이 먹을까요? 매운 거.” 농담이겠지 싶어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바라봤건만, 시아의 얼굴은 사뭇 진지했다. “지금, 한결 씨 겁나 섹시해요. 우리 매운 거 자주 먹어요.” 입가가 빨갛게 물들었는데도 환하게 빛나는 시아가 그를 보고 활짝 웃었다. 수년간 오로지 한 사람만을 위해 뛰어온 한결의 심장이 다른 이를 위해 기지개를 켤 준비를 시작하는 듯 간질거렸다.
[15세 개정판]겉은 딱딱하지만 속은 담백한 스콘 같은 성형외과 의사 강인후와깨물면 ‘바사삭’ 깨지는 쿠키 같은 9급 공무원 이세희의 달콤한 러브스토리.***“원래 아파본 사람이 아픈 사람을 이해한다고 하죠. 선생님은 아파본 적 없죠? 그래서 저의 진짜 비참하고 절박한 마음을 모르시겠죠.”“네.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게 다른 사람을 신경 쓰면서 자신을 망치는 짓은 앞으로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추천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죠.”냉정하게 세희를 보며 말하는 인후의 태도에 세희는 다시 터져 나오려는 울음을 참기 위해 입술을 꼭 깨물었지만, 눈에서는 그치지 않는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다. 그때 상담실 문을 노크하고 동찬이 들어섰다. 간호사들의 성화에 못 이겨 6 상담실로 들어온 동찬은 눈물 바람을 하고 있는 세희와 단호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는 인후의 모습에 눈빛으로 설명을 요구했다.“강 선생님 저는 상담을 하라고 말씀드렸지 상처를 주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만?”“크흠…….”“안녕하세요. 제가, 이 병원 원장입니다. 죄송합니다. 마음이 많이 상하셨죠? 우리 강 선생님이 오늘 상담이 처음인지라 많이 부족했나 봅니다. 마음 푸세요.”“수술해주세요.”“아! 물론이죠. 원한다면 저 강 선생님 말고 제가 집도해드릴 수 있습니다. 원래는 예약이 많이 차 있지만, 이번은 특별 케이스니까.”“노력도 안 해보고 그런 나약한 마음으로 수술한다면 당신은 평생 바뀔 수 없어요.”열심히 웃으며 세희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노력하는 동찬의 뒤에서 들려오는 인후의 목소리에 간신히 풀어지려던 세희의 표정이 다시 딱딱하게 굳어졌다.“강 선생니임?”상담자의 앞이라 버럭, 소리를 지르지도 못하고 어금니를 꽉 깨문 채 인후를 부르는 동찬의 모습에도 인후는 멈추지 않았다.“만약 이세희 씨가 지금 이 병원 문을 나서서 스스로 다이어트에 성공해서 돌아오신다면 당신의 복수. 제가 도와드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