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있고 매력 넘치는 미국 유학파 신여성, 한은석 조선인의 몸으로 일본 경시청의 엘리트가 된 남자, 김준연 다른 위치에서 하나의 뜻을 품은 두 사람의 가슴 벅찬 여정. 꺾이지 않는 신념으로 시린 겨울을 이겨 내는 청춘들의 이야기! 꽁꽁 얼어붙은 이 땅에도 봄이 올까요? 《바람 속에서》 * * * “언제 다시 조선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건가요? 언제 다시 오라버니들을 만날 수 있고, 북촌의 아버님께 인사를 드릴 수 있을까요?” 준연은 은석의 머리카락을 쓸어 주며 미소를 지었다. “언제가 될지는 나도 모르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요. 조선은 분명히 해방될 거예요.”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요?” 힘없이 떨리는 은석의 목소리에 준연은 그녀의 등을 안아 주며 부드럽게 달래 주었다. “난 그렇게 믿어요. 분명히 머지않아 그날이 올 거예요.” 은석은 가만히 눈을 감고 머리를 끄덕였다.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얽힌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희지도 않고 검지도 않으며 밝지도 않고 어둡지도 않은……뜨겁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으며 설렘도 아니고 두려움도 아닌……사랑과 미움, 그리고 연민이 뒤섞인 감정을 굳이 표현한다면 중간색이 아닐까?‘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늘 나를 꿈꾸게 만든다.’고 말했던 고흐에게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은 아름다운 밤하늘이 거기에 있었다. 하얗게 반짝이는 눈썹달과 무수히 빛나는 별들이 맑은 가을밤을 보석처럼 수놓고 있었다. 마치 별을 잡으려는 것처럼 손을 뻗어 올리며 강주가 말했다.“늙어서 평화롭게 죽는다는 건 저 멀리 보이는 별까지 걸어가는 것이래요. 그건 정말 아름다운 여행이겠지만 혼자서 그렇게 멀리 걸어가야 한다면 너무 외롭지 않을까요? 아마 그래서 사람들은 사랑을 하는 게 분명해요. 그 길고 먼 여행길의 따뜻한 동행을 찾기 위해서요.”[본 작품은 15세이용가로 재편집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