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파탄의 두 남녀가 결혼이라는 족쇄에 묶였다. 아슬아슬한 상견례가 무사히 끝났다. 조연들이 돌아가고 주인공만 남은 무대는 음산한 분위기를 풍겼다. 인후는 결혼을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 혜주를 어이없이 쳐다봤다. “상당히 거슬리는 시선이네요.” 혜주의 말에 인후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신기해서.” “나 참. 신기할 일도 많다.” 비아냥거리며 혜주는 승리에 찬 미소를 지었다. 얼른 포기하라고. “내일은 어때? 마침 주말인데.” “뭐가요?” “번잡스럽게 많이 부를 필요 있나? 그냥 간단하게 하지. 가까운 지인 두 명씩만 인사시키는 걸로 했으면 해.” “…….” “어때? 찬성하나?” 인후의 제안에 혜주는 멍하니 쳐다만 볼 뿐이었다. 이런 전개는 예상하지 못했기에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설마하니 포기하지 않을 줄이야. 분명히 기겁하며 도망쳐야 정상인데. “받아들인 걸로 하지.” “…잠깐만요!” 혼자 결론을 내리려는 인후를 막으며 혜주가 소리쳤다. “난 죽어도 결혼 못 해요. 아니, 안 해요!” “감당할 수 있겠어? 네가 이 결혼을 무산시킴으로써 생길 불이익들을.” “…….” “자신 있으면 깨 보든지.” 혜주가 이를 악물며 인후를 노려봤다. 욕이라도 한바탕 퍼주어 주고 싶은데,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아니,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집안이 풍비박산이 날 수 있기에. “당신은 악마야.” “알아.” 그렇게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렸다. 애정 없이.
“당신을 죽이러 왔어요.” 인질로 잡힌 동생을 살리기 위해 정혼자를 죽여야 한다. 그러나 잠입한 지 하루 만에 비밀을 들켜버린 가온은 정면돌파를 감행하지만, 정혼자이자 마피아 보스인 렉스의 엄청난 힘에 좌절하고 만다. “날… 죽일 건가요?” “변명이 먼저 아닌가?” “구차하게 뭐 하러 그래요? 어차피 죽을 목숨.” “죽을 목숨이라고 누가 그랬는데?” “…아닌가요?” “맞아.” 어쩌면 모든 사실을 털어놓고 목숨을 구걸하면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살아서 동생을 만나야 하는데도 이상하게 목숨을 구걸하고 싶지가 않았다. 이 남자에게는. 이 남자에게만은. “차라리 살려 달라고 빌어.” “…….” “그런 표정으로 눈물 흘리지 말고.” 가온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보며 렉스도 흔들렸다. “기분 더러우니까.” 오래전, 악연은 운명처럼 다가와 사랑이 되었다.
‘우리 이혼해요.’ 그날, 7년간의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사랑인 줄 알았다. 평생을 함께할 거라 믿었다. 그래서 자만했다. 익숙함에 빠져 착각하고 말았다. 그가 이제 사랑하는 건 내가 아니었다. “당신한테 나는 아내가 아니었어요.” 믿었던 사랑을 포기하려는 여자, 이아진 차라리 듣지 말걸 그랬다. 그랬다면 이토록 자신이 혐오스럽진 않았을 텐데. 제 욕심에 상처 입은 그녀를 다독일 방법도 알지 못했다. 제가 몰랐던 그녀의 고통까지도. “어떻게 달라지든 나는 상관없어. 네가 이아진인 건 변하지 않으니까.” 사랑을 끝내고 싶지 않은 남자, 박우현 “인정해. 내가 잘못했어.” “알면 비켜.” “내가 널… 존중하지 않았어.” “…….” “…그래서 되돌리려고.” 고집스럽게 아진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기에 더욱 그랬다. “모든 걸 7년 전으로 되돌려 놓을 거야.” “…….” “그러니까 아진아, 한 번만 기회를 줘.” 그의 간절한 목소리에 그녀가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