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자, 우리.” 5번째 결혼기념일, 남편이 결혼생활의 끝을 알렸다. 사랑만으로 충분할 것만 같았던 결혼생활은 처음 만났을 때처럼 불장난 같은 하룻밤으로 끝이 났다. 결혼생활의 마지막 막을 내리는 날,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 지안. 눈을 떠보니 제하와 처음 만났던 날로 돌아가 있었다. “난 그쪽이랑 잘될 생각 없어요.” “밤새 사랑해 달라고 한 건 너야.” 다시 불행을 겪고 싶지 않았던 지안은 제하를 밀어내지만, 가장 사랑했던 순간의 제하는 끊임없이 지안의 일상에 침범한다. “이 마음 바닥날 때까지만 같이 가 주면 안 될까?” 다시 시작된 그의 구애, 어긋난 기억, 새로운 과거가 찾아왔다. 이번 생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싸구려 치정극에 끼어들 마음은 없는데.” 태영그룹의 입양아, 내몰릴 대로 내몰린 지우에게 선택지는 딱 하나뿐이었다. 제 계획을 망쳐버린 남자 대신 고른 사람은 바로 그 남자의 사촌형, 강인혁이었다. “우리 결혼을 치정극으로 만들진 않을 테니까 협조해요.” 사이코패스, 미친놈 나쁜 별명은 다 가지고 있는 인혁은 재미있는 장난감을 발견한 듯 웃었다. “내 인생에 몸을 던진 건 은지우 너야.” “아니, 내가 강인혁 당신을 선택한 거지.” 그런데, 이 남자 소문과 많이 다르다.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두 사람, 하지만 방심하면 이끌려버릴 사이. 엔딩이 정해지지 않은 우리의 결혼은 어떻게 끝이 날까.
“이제 좀 벗을 생각이 드나?” 남자는 오만했다. 마치 단 한 번도 제 말을 거절한 사람이 없었다는 것처럼. 절박함을 가진 서인과는 정반대의 남자였다. 불확실성에 베팅하는 도박처럼, 그에겐 인생 전부가 그러했다. “수많은 군중 속에서 눈이 마주치지. 한 번은 우연, 두 번은 확인, 세 번은 의도적으로.” 남자는 점점 서인의 인생에 지독한 존재감을 새겨 넣었다. “그 생각을 같은 순간에 하는 사람은 딱 하나야. 그래서 난 내 눈을 끝까지 피하지 않는 사람을 골라. 너처럼.” 미온했던 호기심이 뜨거운 탐욕으로 변질되는 순간 알았다. “나한테서 도망칠 생각은 하지 마. 네 인생에 나라는 오점 하나 남기기 위해서라면 난 내 인생 전부를 베팅할 생각이니까.” 선택의 주도권은 이미 넘어갔다는 것을. 표지 일러스트: 감귤 타이틀 디자인: 도씨
“저, 작정하고 온 거 맞아요.” 역시 곁에 두지 말걸. 거짓말도, 위선도 떨지 않는, 순하디 순해서 울컥 무언가 치솟게 하는…… 말간 눈으로 저를 직시할 때마다 답지 않게 넘어가 준 탓이었다. “한 번이면 돼요. 또 져주실 거잖아요.” 처음으로 온기를 느낀 사람처럼 뺨을 비빈 여자는 떨리는 마음을 숨길 생각도 없어 보였다. 천진해서 더욱 발칙한 유혹에 우습게도 마음이 허물어지고 만다. “어때, 유노을. 작정하고 온 보람이 있어?” 쾌락에 이끌린 건 한순간이었다. “네가 겁 없이 저지른 짓이 어떤 건지, 앞으로 할 수 있는 데까지 책임져 봐.” 욕망이 닳을 때까지 탐하고 취하면 놓을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순진한 고백 한 번에 닫힌 마음이 쉽게 허물어질 줄 모르고. 물속에 잠긴 채 겨우 살아가는 권우진의 일상에 따스한 햇살처럼 스미는 그녀로 인해. “노래, 다시 하고 싶어졌어. 유노을, 너 때문에.” 기꺼이 꺼진 삶에 불을 피우고, 포기한 꿈에 다시 희망을 덧입혀 보았다. 때 묻지 않은 그 마음이 변하지 않길 바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