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귀린
한귀린
평균평점
멈춰 버린 밤

“네 시선을 붙잡아 두는 것이 제일 어려웠는데…….” 재준이 검지로 턱을 들어 올리자 은준은 숨을 참았다. 풀리지 않은 매듭을 다시 떠안은 기분이 들었다. “선배…….” “입 다물어.” 그의 눈빛에 담긴 저의는 자신을 난도질하고 싶어 하는 듯했다. “이 세 치 혀로 가지고 노는 것을 알면서도 난 기꺼이 응했어.” 가장 찬란했던 순간과 가장 비참했던 순간을 함께한 그였다. 은준은 그날의 일이 떠올라 눈을 질끈 감았다. ― 제니스 호텔 2017호. 10시. “…….” ― 이번에도. 은준은 그에게 갚을 빚이 있었다. ― 어디 한번 도망가 봐. 그리고 그는 지금 그것을 당당하게 요구했다. 멈춰 있던 그들의 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끝까지 책임져요

순간의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선택한 애인대행, 그리고 원나잇.찬영은 그것이 가져올 어마어마한 파장을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는데…….***“예쁘네요. 나중에 없어질 때쯤 내가 또 깨물어서 흔적을 남겨 줄게요.”짓궂은 민규의 말에 찬영은 울상을 지으며 돌아봤다. 그와 동시에 민규에게 입술이 덮쳐졌다. 자신을 뒤에서 안은 채로 입술을 핥고 있는 민규의 눈빛이 욕망에 물들어 까맣게 보였다.[본 콘텐츠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작품입니다.]

끝까지 가볼까

“다른 방법이 있었다면 안 찾아왔을 거예요.”채란의 말에 영재의 심장은 비수가 관통하는 기분이었다. 이런 일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자신을 찾지 않았을 거라는 말처럼 들려 영재의 인상이 험악하게 변했다. “도와줘요, 제발.”떨고 있는 채란의 어깨를 보며 영재는 난폭하게 일렁이는 마음을 억눌렀다. “원하는 건 뭐든 한다고 했나?”채란의 고개가 번쩍 들어 올려졌다. 고통스러운 상황을 대변하는 듯 그녀의 얼굴은 이제 혈색이 없을 정도였다. “네, 원하는 건 뭐든 할게요.”“내가 뭘 원할 줄 알고?”멀건 얼굴로 올려다보는 채란의 표정에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말만 해요, 뭐든.”절박한 마음에서 나온 말일 테지만 채란은 짐작도 못했을 것이다. 영재의 마음속에 인 불길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벗어.”

끝까지 도발하다

“술 사 줄까?”훅 치고 들어오는 상사 때문에 심장이 남아나질 않는 그녀, 송서하.“낮술 먹고 제가 주정하면 어쩌시려고요?”덥석 응하려니 그건 또 아닌 것 같아 일단 한발 먼저 빼 봤다.“심한가, 주정?”사장님하고 하는 회식에 주정이 가당키나 하겠냐고.그래. 술은 무슨 술, 하며 마음을 접으려던 찰나.“괜찮을 거야. 낮술은 부모를 몰라보게 하지만…….상사는 알아보게 할 테니까.”풋! 웃음이 터진 그녀와 달리 웃지도 않으며 진지한 그, 김우진.서로를 향한 도발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긴가민가 헷갈리네#내가 더 잘해 줄 수 있는데#잘해 준다며#선을 넘어요?#선은 넘으라고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