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별의 집에 도착한 택배 하나. 반가운 손님인 줄 알았더니 열어서는 안 될 판도라의 상자였다.이게 뭐야! 주문한 적 없는 야한 속옷의 주인은 바로 어제 이사 온 옆집 사람.우여곡절 끝에 쓴 쪽지와 함께 택배를 옆집 문 앞에 가져다 두려던 별은, 의도치 않게 옆집 사람과 마주치고 만다. 당연히 여자인 줄 알았으나 여자가 아니었고, 심지어 초면도 아닌 이웃의 정체는 바로 별의 직장 동료인 체육교사, 신도현.……네가 왜 거기서 나와?국어 교사인 별은 도현과 학교에서 보는 건 물론,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자꾸 마주치지만 그 우연이 썩 반갑지만은 않다. 별에게만 유독 차갑게 구는 그가 반가울 리 없었다.멀쩡한 직장을 그만둘 생각은 추호도 없고, 계약 기간이 1년이나 남은 집인데 이사를 갈 수도 없는 상황. 도현을 피해 다니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 별은 그를 무시하기로 한다.그런데 도현의 태도가 바뀌었다?그렇게 거리를 둘 땐 언제고, 이렇게 거침없이 다가오는지. 그를 밀어낼 것인가, 받아들일 것인가. 이제 남은 건 별의 선택뿐이었다.
오빠의 17년지기 친구.여울에게 유진현은 딱 그 정도의 존재였다.그러나 진현의 제안으로 그의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뒤로 그가 달라 보인다.“유 피디. 너무 뚫어져라 쳐다보는 거 아니야?”“귀엽잖아요.”언제부턴가 말 한 마디가, 그의 시선이 머무는 자리가 미치게 신경 쓰이는 걸로 모자라…….“지금 좋아하는 사람 있다, 없다?”“……있다.”아. 여울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절대 좋아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저 남자가, 기어이 마음에 자리 잡고 말았다는 걸.바야흐로 여름의 절정에 찾아온,열병 같은 짝사랑의 시작이었다.***“……라면 먹고 갈래요?”“나여울.”한층 낮아진 목소리로 여울을 부른 진현이 오피스텔 입구를 가리켰다.“곱게 보내 줄 때 들어가.”거기까지만 하라는 듯, 큰 보폭으로 성큼 다가온 진현이 커다란 손으로 여울의 뒤통수를 감쌌다.눈을 질끈 감으며 숨을 참는 여울을 본 진현이 픽, 낮게 웃었다.“내가 네 집에서 먹고 싶은 게 고작 라면이겠어?”입술 끝을 올린 채 묻는 진현은 더 이상 이전처럼 따뜻하고 다정한 오빠 친구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