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
이리
평균평점 3.19
밀실의 페르소나

그의 페르소나가 되고 싶은 인기 없는 배우와, 문밖의 세상이 귀찮은 인기 작가의 일주일간의 레슨. “불합격.” “이유가 뭐죠?” “고작 이런 가벼운 키스에도 얼굴이 토마토처럼 새빨갛게 달아오르면서 당장 키스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감정, 이성을 넘는 그 절박함을 표현할 수 있을까? 그것도 수십 명의 스태프들 앞에서?” “그러니까 당신이 가르쳐 주면 되잖아요?”

자정의 B사감
2.75 (2)

결혼했지만 남남처럼 지냈던 백윤하와 권우겸. 이혼 서류를 앞에 두고 윤하는 우겸에게 한 가지를 제안했다. “왜요?” 그녀의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을 보고 우겸이 물었다. “갑자기 1에서 10으로 넘어가니까.” “그거 하자고 여기 온 거 아니었나?” “너 원래 말을 그렇게 노골적으로 했어?” “나 잘 모르잖아요, 윤하 씨.” 그의 목소리는 마치 깊은 밤처럼 농밀하고 나른해, 몸 어딘가를 살살 긁는 것처럼 오싹하고 간지러웠다. “글쎄,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의 눈빛이 그녀조차도 잘 모르는 내면의 단추를 누른 것 같았다.

감금과 구원의 효과

욕실의 창 역시 닫아 놓은 상태라 적당히 어두컴컴했지만 낡은 나무문 사이로 얇게 비집고 들어온 햇빛이 천장에 일렁이고 있었다. “하….” 빈센트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작게 숨을 뱉어 냈다. 건장하고 긴 목 가운데 목울대가 울렁대며 넘어가는 게 아찔하게 보였다. 나직하게 울리는 그의 신음에 공명하듯 몸 어딘가가 찌릿하게 울렸다. 그 대단한 빈센트 글렌 굴드. 그 대단한 미친놈이 자신에게 애원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이한 통쾌함이 슬그머니 올라왔다. 이 순간만큼은 그가 온전히 그녀의 손안에 있는 기분이었다.

밤의 야화
4.5 (1)

로맨스소설

검은 숲

검은 숲의 신. 능글맞거나 까칠하거나. “우선 네 몸 전부를 맛보고 그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것. 그것 딱 하나만 내가 받아 가마.” “맛이요?” “그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다.” 싫으면 말고. 한쪽 팔을 괴고 모로 길게 기댄 그의 표정은 분명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담안의 아씨. 순진하거나 고집세거나.

블루 달리아

그녀는 궁지에 몰려있었다. “제가 상무님께 장부를 드리면 제가 얻을 수 있는 건 뭔가요?”그가 농담을 들은 것처럼 웃기 시작했다. “아, 그런 식으로 나오시겠다?”다른 누군가가 드물게 웃고 있는 그를 봤다면, 매력적인 모습에 가슴이라도 떨렸을지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에게는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를 만큼 두려운 순간이었다. “무릎 꿇고 애원이라도 했으면 귀엽기는 했을 텐데.”그가 성큼성큼 다가오자 그녀는 당황해서 뒷걸음질을 쳤다. 등 뒤에 차가운 벽이 닿았다 그는 궁지에 몰린 그녀의 목을 움켜쥐었다. “내가 역겹나?”팔딱거리는 가는 목을 물어뜯으면 속이 시원할까. “아니면 해 볼 만하다고 생각해?”아니면 비명을 지르고 또 애원하고 애원하게 만들면 속이 시원할까. 겁먹은 척, 눈을 내리깐 앙큼한 저 얼굴로 그의 이름을 부르게. [본 도서는 15세이용가에 맞게 수정&재편집된 도서입니다]

함정

[이 도서는 <함정>의 15금 개정본입니다]이리 장편소설[함정]. 태혁은 열일곱, 아직 채 피지도 않은 어린 계집애에게서 타는 것 같은 목마른 욕정을 느꼈다. 몇 번쯤, 스치듯 지나던 그녀에게서 풋풋한 여자의 체취를 맡았다. 그때마다 완전히 달아올라 버리는 몸을 불편하게 내려다보며, 그는 결심했다. '너를 갖겠다.' 강태혁은 오직 그녀를 차지하기 위해 그 긴 시간을 인내했다.

검은 천사

[이 도서는 <검은 천사>의 15금 개정본입니다]복수를 위해 덫을 놓은 여자, 이유민.“내 앞에서 계속 얼쩡거리는 이유가 뭐야?”“얼쩡거리다니요. 말씀이 좀 심하십니다.”“아니라고 말할 참인가?”“그 말씀은 제가 이사님을 마음먹고 유혹하려 했다, 그건가요? 오늘 팀장님과 함께 온 것도 이사님 때문이고요? 지나치게 왕자 병이신 거 아니에요?”복수를 위한 덫에 걸려든 남자, 민이환.“관심 있어.”“네?”“회사 직원으로서가 아니라 남자로서 내가 이유민 씨한테 관심이 있어.”다정하고 부드럽던 그 남자.그러나 2년 뒤 두 사람이 다시 만났을 때,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난 당신 잊었어요.”“난 한순간도 너를 잊은 적이 없어. 단 한순간도.”“날 때리고 싶나요? 그럼, 때려요.”“일을 저질러 놓고 감당이 안 되니까 도망이나 친 주제에 용감한 척하는 건가? 내가 뭘 원하느냐고?”귀에 거슬리는 소리와 함께 그의 손에 의해 유민의 얇은 셔츠가 뜯겨져 나갔다.“이거 놔!”“아까 여관 주인이 그러더군. 10만 원이면 긴 밤, 5만 원이면 짧은 밤, 여자는 원하는 취향대로 얼마든지 고르라고 말이야. 넌 얼마지?”

열망

[이 도서는 <열망>의 15금 개정본입니다]자신의 욕구를 숨기지 않고 그대로 내보이는 주환의 검은 눈과 마주치자 은희는 더럭 겁이 났다. 난 더 이상 열아홉 살이 아니야. 후회할 짓은 하고 싶지 않아.후회하지 않게 해줄게. 그저…… 쾌락일 뿐이야. 즐겨.열아홉, 두 사람은 어렸다. 그리고 다시 만난 스물여섯, 그는 너무 뜨거웠다.이리의 로맨스 장편 소설 『열망』

길들인 장미

[이 도서는 <길들인 장미>의 15금 개정본입니다]“누구나 부와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서 인생을 롤러코스터 타는 것처럼 늘 재미있게 살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그나마 가진 것에 감사하고 사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요.”“롤러코스터 타게 해줄까?”그는 비밀스러운 웃음을 띤 채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그에게 남아 있던 일말의 감정은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그녀가 동경하던 그는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찬란한 남자였지만, 지금 여기 서 있는 남자는 끝도 없이 잔인한 악마일 뿐이었으니까.

슬픈 사라

그는 그녀를 목마른 사람처럼 탐했지만, 사랑한다는 말은 한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사라는 그것이 사랑이라 믿었다. 그가 무뚝뚝해 진 것은, 차가워진 것은 그저 일이 바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녀가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었다. 그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태강현이니까. 강현은 그녀가 미웠다. 그녀는 그저 멈춰있는 바퀴를 움직이게 할 미끼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 점점 더 말라가는 걸 알면서도 외면했다. 상처입고 아파하는 걸 빤히 보면서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녀는 오일욱의 딸이니까.

비터문 (개정판)

아픈 동생을 위해 억지 결혼을 해야 하는 아영과가문의 대를 잇기 위해 결혼을 해야 하는 권.두 사람의 결혼의 시작은 허니문이 아닌 비터문이었다.“두 시간 있어.”그가 그녀의 말을 딱 끊었다.“네?”“좀 짧은가?”그의 손이 와이셔츠의 두 번째 단추에 닿자, 아영은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한 손끝을 말아 쥐었다.“처음부터 이럴 작정으로 날 여기 데리고 온 거예요?”“빙고.”“정말 나쁜 사람이에요.”“그렇지. 나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더 잘 지내게 될 거야.”핏빛 버진로드를 따라, 아영은 차디찬 눈의 남자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속죄양

*본 작품은 19세 관람가 작품을 15세이용등급에 맞게 클린버전으로 수정한 작품입니다.내쉬는 숨이 목에 덜컥 걸렸다가 한꺼번에 튀어나왔다. 그렇게 노골적인 말을 하면서도 그녀의 머리를 말리는 손길엔 아무 감정도 실리지 않은 것처럼 담백한 게 이상했다.“숨 제대로 쉬어. 그러다 기절하겠네.”“내가, 내가 괜찮다고 하면 그거… 할 거라고 했잖아. 그 말 진심이야?”실제로 그가 목을 움켜쥐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압박에 숨이 찼다. 부족한 호흡 때문에 사희의 가슴은 크게 오르내렸다.“그렇게 겁먹은 얼굴 하지 마. 네가 싫다고 하면 안 할 거니까.”그는 다 쓴 수건을 창틀에 아무렇게나 걸쳐 놓고 바지 주머니에 두 손을 넣었다.“우선 차근차근 키스부터 해 볼래? 좋을 수도 있잖아.”

롤 더 본즈(Roll the Bones)
2.75 (2)

*본 작품은 19세 관람가 작품을 15세이용등급에 맞게 클린버전으로 수정한 작품입니다.“저기….”목이 콱 막혀 재인은 잠시 목을 가다듬었다. 그가 손가락으로 잠시만 있어 보라는 듯 신호를 보내고 거실에 나가 생수병을 가져와 그녀에게 내밀었다.“마시고 얘기해.”“감사합니다.”그녀는 그에게서 차가운 유리병을 받아 들었다.“저기 어제 일은… 일단 죄송합니다. 제가 기억이 잘 안 나서요. 말이 안 되는 변명인 거 아는데, 저도 제가 왜 그랬는지 몰라서요.”그렇게밖에는 말할 수 없었다. 특별히 술이 세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칵테일 한 잔에 필름이 끊겨 진상을 부릴 정도는 더더욱 아니었으니까.“아, 지금 사람을 덮쳐 놓고 발뺌을 하시겠다?”“덮… 덮쳐요? 제가 맥타가트 씨를요? 하….”뭐가 억울한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억울했다, 막막하고 앞이 캄캄했다.“물론, 맥타가트 씨야 여자한테 인기도 많으실 거고, 그런 일을 한두 번 겪은 게 아니겠지만 저는 전혀 아닙니다. 저는 여기 일하러 온 거지, 그 외에 다른 생각은 정말 눈곱만큼도 없어서요.”“그런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다는 사람치고는 굉장하던데.”일러스트: 엑저

개를 키워 보고 싶었어

*본 작품은 19세 관람가 작품을 15세이용등급에 맞게 클린버전으로 수정한 작품입니다.싫다. 혜인은 우선환이 너무 싫었다.얼굴만 봐도 가슴에 돌덩이가 얹힌 것 같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인간은 정상이 아니었다. 화도 안 내고, 울지도 않고, 크게 웃는 꼴도 못 봤다, 심지어 술도 안 마셨다.“내가 누구야, 나 황혜인이거든? 내가 어제는 팬티까지 보여 줬는데, 그 새끼가 나를 비웃었어. 한심하다는 듯이. 믿어져? 고자나 게이가 아니고서는 절대 그럴 수가 없어.”“팬티까지 보여 줬어?”친구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굴욕적이다.그래서 그녀는 그를 좀 곤란하게 만들기로 했다.“우리가 할 일은 불구덩이만 파 놓는 거야. 순결한 어린 양이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지 지켜보자고.”친구는 눈썹을 음흉하게 꿈틀거리며 두 손을 맞잡아 비볐다.

롤 더 본즈(Roll the Bones) 외전
2.75 (2)

“저기….” 목이 콱 막혀 재인은 잠시 목을 가다듬었다. 그가 손가락으로 잠시만 있어 보라는 듯 신호를 보내고 거실에 나가 생수병을 가져와 그녀에게 내밀었다. “마시고 얘기해.” “감사합니다.” 그녀는 그에게서 차가운 유리병을 받아 들었다. “저기 어제 일은… 일단 죄송합니다. 제가 기억이 잘 안 나서요. 말이 안 되는 변명인 거 아는데, 저도 제가 왜 그랬는지 몰라서요.” 그렇게밖에는 말할 수 없었다. 특별히 술이 세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칵테일 한 잔에 필름이 끊겨 진상을 부릴 정도는 더더욱 아니었으니까. “아, 지금 사람을 덮쳐 놓고 발뺌을 하시겠다?” “덮… 덮쳐요? 제가 맥타가트 씨를요? 하….” 뭐가 억울한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억울했다, 막막하고 앞이 캄캄했다. “물론, 맥타가트 씨야 여자한테 인기도 많으실 거고, 그런 일을 한두 번 겪은 게 아니겠지만 저는 전혀 아닙니다. 저는 여기 일하러 온 거지, 그 외에 다른 생각은 정말 눈곱만큼도 없어서요.” “그런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다는 사람치고는 굉장하던데.” 일러스트: 엑저

짖는 것이 짐승의 일
4.5 (1)

※ 본 작품은 19세 관람가 작품을 15세이용등급에 맞게 클린버전으로 수정한 작품입니다.“겁도 없이 막 덤비네.”그의 목소리가 부드러웠다.“내가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하겠다고 해서 안심돼? 이 새끼가 어디까지 버티나 장난쳐 보는 것도 아닐 테고.”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는 순간, 덜컹하고 가슴속에서 뭔가가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선우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의 눈동자는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지만, 몸에서 흘러나오는 열기만큼이나 요동치고 있었다.“선 넘지 마.”그렇게 말하고 그가 살짝 웃었다. 그 웃음은 완벽하게 다정해서 오히려 작위적으로 느껴졌다. 팔 위로 소름이 돋았다.“넘으면 어떻게 돼요?”“내가 너 삼켜 버릴 수도 있어.”일러스트: 알페

갱생의 목적

※ 본 작품은 19세 관람가 작품을 15세이용등급에 맞게 클린버전으로 수정한 작품입니다.그녀는 도망치듯 그의 손을 빠져나갔다.“뭐 하는 거야?”태오는 혀로 아랫입술을 핥으며 웃었다.조금 전까지 손안에 쥐고 있던 걸 놓친 아쉬움과 함께 갑자기 아래에서 찌릿하게 느낌이 왔다.“정말 도망치려고 그러는 건 아니지?”저도 모르게 음산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그녀의 어깨가 움찔하고 위로 튀더니 돌아보지도 않고 그대로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아, 안 되지. 이런 식으로 가면 겁먹을 게 빤하다.“착하게, 얌전히.”입으로는 주문처럼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뜨거운 피가 펄펄 끓을 것처럼 한군데로 몰렸다.흉포한 충동을 억누르며 한 걸음 한 걸음, 그녀를 쫓아 걸어가는 그의 허벅지가 돌처럼 단단했다.진짜 사냥감의 뒤를 쫓는 것처럼 피부가 흥분으로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범람하는 세계

※본 소설은 강압적인 관계에 대한 묘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바랍니다. “내가 끝까지 안 되겠다고 하면, 너는 내 생각을 바꾸기 위해서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전부 다.” “내가 뭘 시킬 줄 알고.” 차분하고 담담한 목소리라서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다. 몰라서 그녀는 계속해서 멍청하게 굴었다. “뭐든 한다니까.” 그게 어떤 의미인지, 그때는 정말 몰랐다. “도망가려고?” 그에게서 끈적한 악의가 느껴졌다. “그, 그러니까 보내 달라고 했잖아! 아, 어떡해…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녀가 말하는 와중에도 그의 가슴에서 피가 솟구쳐 검은 티셔츠가 점점 더 짙어졌다. 찌른 사람은 자신인데 제가 더 허옇게 질려서 벌벌 떨고 있었다. 오싹할 정도로 아름다운 남자가 피가 뚝뚝 흘러내리는 얼음송곳을 손에 들고 옷장 앞에 서 있었다. “권은호.” 문으로 빠져나가기 직전, 그가 그녀를 부드럽게 불렀다. 은호는 사지를 벌벌 떨면서도 그를 돌아보았다. “열심히 꼭꼭 숨어 봐. 내가 쫓아가서 붙잡으면 그때는 넌 큰일 나는 거야.” 그리고 그때부터 그녀는 차시환에게서 도망치는 중이었다.

발화하는 순간

3년 차 비서 윤하경, 어느 날 회장으로부터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받는다. 배덕한 관계 앞에서 흔들리는 건, 차서준 때문이었다. “날 열심히 관찰했나 봐요?” 차서준의 시선이 집요하게 그녀의 몸 안으로 파고드는 것만 같았다.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비밀스러운 짓을 한 것처럼 아슬아슬했다. “그냥 우연히 봤을 뿐입니다.” “그렇군요.” 하경의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보고 그가 웃는 듯 마는 듯 살짝 입술 끝을 올렸다. “그런데 난 윤 비서 관찰한 거 맞아요.” 그 순간, 몸속에 가벼운 전율이 일었다. “스토커 같아서 무서워요?” 당황하면 안 돼. 안 돼 제발. 그녀는 속으로 주문처럼 외우면서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아뇨.” “무서워야 될 텐데.” 느릿한 목소리였다.

짖는 것이 짐승의 일 1~2권

“겁도 없이 막 덤비네.” 그의 목소리가 부드러웠다. “내가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하겠다고 해서 안심돼? 이 새끼가 어디까지 버티나 장난쳐 보는 것도 아닐 테고.”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는 순간, 덜컹하고 가슴속에서 뭔가가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선우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의 눈동자는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지만, 몸에서 흘러나오는 열기만큼이나 요동치고 있었다. “선 넘지 마.” 그렇게 말하고 그가 살짝 웃었다. 그 웃음은 완벽하게 다정해서 오히려 작위적으로 느껴졌다. 팔 위로 소름이 돋았다. “넘으면 어떻게 돼요?” “내가 너 삼켜 버릴 수도 있어.” 일러스트: 알페

짖는 것이 짐승의 일 외전

“겁도 없이 막 덤비네.” 그의 목소리가 부드러웠다. “내가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하겠다고 해서 안심돼? 이 새끼가 어디까지 버티나 장난쳐 보는 것도 아닐 테고.”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는 순간, 덜컹하고 가슴속에서 뭔가가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선우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의 눈동자는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지만, 몸에서 흘러나오는 열기만큼이나 요동치고 있었다. “선 넘지 마.” 그렇게 말하고 그가 살짝 웃었다. 그 웃음은 완벽하게 다정해서 오히려 작위적으로 느껴졌다. 팔 위로 소름이 돋았다. “넘으면 어떻게 돼요?” “내가 너 삼켜 버릴 수도 있어.” 일러스트: 알페

그 밤, 헌책방

그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손을 감싸 쥐고 있었다. 손끝이 단정했다. 깨끗한 손등에는 그가 남자가 되어 가고 있다는 걸 보여 주듯 핏줄이 툭툭 올라와 있었다. 강하고 아름다운 손이었다. 그녀는 그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왜 갑자기 친한 척이야?” “…….” 그는 잠깐 말문이 막힌 듯 가만히 앉아 있었다. “우리가 이런 거 주고받을 사이는 아니잖아.” “글쎄.” 그러고는 뭔가를 생각하는 듯 잠시 뜸을 들였다. “아쉬운 것 같아.” “뭐가?” “너.” 이번에는 그녀가 대답하지 못했다. 그가 갑자기 불쑥 허리를 기울여 키스를 했기 때문이다. 그날, 문성록은 도대체 무슨 마음이었을까. 가끔 서이는 그날 밤을 떠올려 곱씹었다. 그날의 조명과 빗소리, 텁텁할 정도로 오래된 종이 냄새와 귓가에 와 닿던 그의 나직한 숨소리, 그와의 키스를.

수상한 손님

비어 있던 산 중턱의 집에 남자 셋이 내려왔다. 아주 수상하고 아주 이상하고 무서운 남자 셋이.“이딴 짓을 하고 너희 둘 다 무사할 것 같아? 너희 둘 다 쥐도 새도 모르게 파묻어 버릴 테니까 두고 봐, 개새끼들아.”“아직 힘이 남아도네.”한 명은 손이 뒤로 묶여 흙바닥을 기고 있었고 둘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셋 중에 가장 수상한 건 이 소나무 집, 안주인의 아들. 서도원이었다.그리고 윤강희는 나무 뒤에 숨어 그 장면을 모두 지켜보았다.“아무것도 못 본 거로 하고 절대 아무 말도 하지 않을게요.”한여름인데도 목덜미에 오싹한 소름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