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윤
설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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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로맨스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싶은 상대에게는 수줍은 ‘버진 키스’  호감이 있는 상대에게는 화끈한 ‘키스 오브 파이어’ 나는 김신휘가 무엇을 주문할지 알고 있다.  그에게 칵테일을 알려 준 건 나니까.  그걸로 매번 다른 여자와 친해지려는 모습을  일주일 내내 보고 있자니 속이 쓰리다.   옛 연인의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데이트를 즐기는 남자, 3년 만에 진상이 되어 나타난 첫사랑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는 도무지 모르겠다.   “정소운 씨? 좋은 이름이네요. 이런 말 실례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가 가슴에 달린 명찰 쪽으로 시선을 던진다.   “키스 오브 파이어로 한잔 더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지금 이게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이지?

헌신짝

헌신짝이 뭔지 알아? 그건 네가 더 이상 내게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말이다. 가져다 버려야 속이 시원한,  남에게 보여주기도 창피한 존재. 그게 바로 너야, 이원. 헌신하는 사랑. 낯선 사람이 현관 문을 열었을 때 당황해 본 기억이 있는가? 제 짝도 찾지 못한 신발들이 난잡하게 얽히고 설켜 너저분하게 방치되어 있는데도 미처 손 쓸 새 없이 고스란히 들켜버린 그 민망함. 한때 내가 자신의 목숨과도 같다고 했던 그에게 나란 존재는 그런 것이다. 현관에 널린 엉망진창의 신발들 중에서도 가장 낡고 헤어진... ... 헌신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