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힘들었던, 그러나 찬란하게 빛이 났던 그 시절. 너와 나, 그때 우리가 나누었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신유을. 나 좀 봐.” 눈앞에 있는 민재는 학창시절 알고 지내던 민재가 맞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연락을 끊었다고 네 생각까지 끊고 지낸 건 아니야.” 부드럽고 조용하지만 더 이상 무르지 않은 남자가 되어 있었다. “손도 잡고, 키스도 하고 싶어…. 너하고는 더한 것도 하고 싶어.” 민재의 손이 닿은 얼굴로 순식간에 열기가 몰렸다. “너를 알 수 있게 해줘.”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이고 행운이었기에.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기에. 눈에 보일 때도, 보이지 않을 때도 나는 널 그리워했다. 조금 먼 길을 돌아 다시 찾은 내 사랑. 안녕, 프라하-
“넌 가만히 있어. 움직이는 건 내가 해. 네 위성이니까.” 우주선을 쏘아 올린 지구인의 흔적보다 크고 깊게 발자취를 새기는 남자, 마로. “오빤 늘 그 자리에 있을 거죠?” 지난 상처로, 희미해진 감정에 의미를 두지 않는 순수하고 겁 많은 여자, 시은. “궁금하지 않아? 연인 석마로가 어떨지.” “내가 어떤 사람일 줄 알고요.” 한 번은 우연, 두 번째는 필연, 그다음은 운명. 태양을 공전하는 지구처럼, 일정한 주기로 도는 별들의 움직임처럼 제어되지 않는 속도로 서로에게 달려가는 마음의 방향. “내가 억지를 부리고 있는 거라 생각해요?” “너를 모르던 때로는 못 돌아가, 이제.” 끝없는 우주 속에 던져진 채 서로의 가슴에 빅뱅이 일어났고 상대를 향한 감정은 미친 속도로 팽창하기 시작했다. “네가 외로울지도 모르는 길이라면 이제 의미가 없어, 시은아.”
한쪽으로 치우쳐있던 시간들이 하나둘, 균형을 찾기 시작했다. “우린, 어떤 선택을 해도 행복과 불안 사이에 저울처럼 매달려 있어.” 지구는 언제나 같은 속도로 자전을 하고 있고, 봄이 가면 여름, 가을, 겨울이 오듯 그렇게 당연하게 너에게 끌리고 있다고.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수의 일렁이는 심장의 파동을 느끼며 현은 말했다. “사랑해. 정이수. …사랑한다.” 그때도 지금도 변함없이 난 널. 기다림은 결코 무의미한 시간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많은 연결고리가 두 사람을 이끌었고, 다시 만나게 했다. 기나긴 겨울을 지나 마침내 찾아온 봄처럼.
* 본 작품은 15세 이용가로 재편집된 작품입니다 *..그- 조수호. 친구의 남동생.열아홉 살의 첫사랑, 첫 고백.설익은 감정이라 치부하며 거절해 버렸다.다시 그를 찾게 될지도 모른 채.그녀- 이이정. 누나의 절친.단호한 말, 차가운 실연.상처받은 가슴으로 등을 돌렸다.아직 이렇게 설렐 줄도 모르고.“한 번이라도… 나하고 자고 싶다는 생각, 해봤니?”어떤 대답이 듣고 싶은 거냐는 듯, 수호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다. “이제 우리. 키스 정도는 우스운 나이인 거 알고 하는 소리죠?”고개를 끄덕이는 이정을 향해 그가 절실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그거 알아요?”“뭘?”“소나기 같은 사람인 거.”비가 오던 그날. 오랜 시간을 건너 사랑이 찾아왔다.마치 예고 없이 내리는 소나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