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아무리 아름다운 여자도 아름다운 란제리에 어울리는 토르소 이외로는 보이지 않는다. 빅토리아 시크릿 한국 지사 CEO로, 투철한 직업 정신을 가진 그 남자 빅토리아. 그 어떤 남자를 보아도 자동으로 중요 부위가 모자이크 처리되어 보인다. 어덜트 비디오 검수를 하며 세상 뒤에 숨어 사는 여자, 헬로 키티. 단지 얼떨결에 갖게 된 자가용의 주차 브레이크가 어디 있는지 몰라서, 투리스모 카페에 가입했을 뿐인데……. 어쩌다 불(?)똥 튄 하룻밤을 보내고, 내친 김에 동거까지? 그와 그녀의 엇갈린 이 주일의 동거. 잔잔한 호수 위의 미동 없는 나뭇잎 같은 구정진의 삶에 몰아친 한바탕 거센 이야기. Hello? kitty!
시속 5472km/h.유리에 금이 가는 속도.한 시간에 5472킬로미터를 가는 빠르기.두 번의 ‘사랑’에서 ‘사람’을 잃고, 마음도 잃어버린 여자 차유리.잘나가는 인테리어 회사의 메인 디자이너인 그녀는 잠자는 시간 빼곤 내내 일을 한다.그렇게 번 돈은 그녀의 시한부 인생을 하루하루 줄여 가고 있다.한 번의 ‘사고’에서 ‘모든 것’을 잃고, 아무 괴로움 없이 즐겁게 살아가는 남자 설기헌.마치 근사한 레고 세트를 선물받는 것처럼 풍족한 부모에게서강남의 최고급 레스토랑 라 메르를 받아 평생 처음 제 이름이 박힌 명함을 가지게 됐다.“나이아가라? 이게 지중해풍 컨셉에 가장 잘 어울리는 색입니까?”세상만사 아무 괴로움도 즐거움도 없는 라 메르의 바지 사장 설기헌 앞에 호출된오드 디자인 연구소의 메인 디자이너 차유리.보기 싫은 체크무늬 남방, 펑퍼짐한 차림의 그녀가최고급 레스토랑의 인테리어를 망쳤다며 클레임을 건 그 앞에 말했다.“사장님의 라 메르(프랑스어 바다)는 지중해입니까 아니면 대서양입니까.”그녀가 라 메르에 펼쳐 놓은 대서양의 한 자락에서그는 어디론가 출발점도 도착점도 없이 살아온 삶의 방향을 정하기로 했다.차유리.그 여자를 향해 뛰어가기로.하루하루 죽을 듯이 일해 번 돈으로하루하루 줄어드는 숫자가 자신의 줄어드는 삶인 걸 알지만.그게 유일한 사는 이유가 되어 버린 그녀 앞에 나타난,배알도 없고 머리도 없는 저 팔푼이 금수저 같은 남자가자꾸만 제 삶에 끼어드는 게 두려운 걸까 아니면 그 반대인 걸까.짙은 커피 향 같은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
그때, 첫 키스도 했었고, 낯선 동급생과 첫 관계도 했었다. 모든 게 다 신기하고 즐겁기만 할 때 제게… 사고란 게 났다. 낯선 땅에서 느꼈던 해방감과 즐거움은 아주 잠깐 제게 다가왔다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모든 세계는 박제되어 버렸다. 하지만 중요한 건 박제된 세계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박제된 세계의 묘미는 박제사의 재주에 따라 무리에서 배척당하던 작고 어설픈 개체가 용맹한 맹수가 되어 버릴 수 있다는 거였다. 그게 즐거웠다. 그리고 그 즐거움이나 있어서 이 개같은 삶을 살 수가 있었다. 그리고 기막힌 향을 내면서 잔에 채워지는 커피를 보면서 그는 살아 있는 게 다행이라 여겼다. 어떻게 살아왔는지도 알 수 없는 낯선 여자를 생각하면서. 보이지 않을 땐 두려웠다.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으니까. 어떻게 살아온 사람인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그리고 또 언제 떠나 버릴지…. 그러나 문을 열고 얼굴을 보면 모든 걸 잊어버리고 말았다. 대체 내가 의심하는 게 뭔지 따위까지. “굿모닝!” 이런 게 제가 그렇게 묘사하고 설명했던… 사랑인 걸까. 내 사랑이란 게 이렇게 하찮은 걸까. 그는 문을 닫으면서 후회했다. * 열심히 살아왔을 뿐이다. 단지 그게 다였다. 그런데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술에 취한 모습만 기억나는 아빠, 몇 번이고 사라졌다 나타난 엄마는 아빠의 죽음 뒤에 재혼을 해 버리고 달랑 동생과 둘이 남아 꾸역꾸역 살아왔는데. 뭐? 내 전 재산 전세금을 코인으로 날려 버려? 하루아침에 직장에서도 잘리고 길거리에 나앉은 영진은 마포대교 대신 선택한 새 직장으로 가야 했다. 이른바… 입주 가사 도우미. 먹여 주고 재워 주고 말벗이나 하면서 청소만 좀 하라는데 기꺼이 해야지. 외딴 산속, 넓디넓은 으리으리한 저택에 냉장고만 네 개나 있는 미스터리 노부부의 가사 도우미인 줄 알았더니…. “이 집의 주인은 우리 김 선생님이야!” 문마다 패킹이 되어 있고 완벽한 방음이 되는 이중창에 아침 열한 시 이후에는 청소기도 돌릴 수 없고, 심지어 에어컨도 없는 이 어마어마한 집의 단 한 가지 규칙은 무조건 소리 내지 마라! 혹시 이 집의 지하엔… 나처럼 일하러 왔다가 저 무시무시한 ‘김 선생님’한테 잡아먹힌 여자들의 시체가 든 관들이 널려 있는 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