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다면 믿었겠지. 사랑했다면 누구한테 무슨 말을 들었더라도 나를 믿고 싶은 마음이 먼저였을 거야.” 다른 남자와 이별하고 있는 유림의 그 한마디가 사랑과 믿음에 굶주린 혜준을 사로잡았다. “거짓말하지 마! 네 말을 누가 믿어! 내가 내 눈으로 봤는데!” 친엄마가 했던 비수 같은 말을 가슴에 꽂고 사는 그 남자 혜준은 그 여자 유림이 자신을 사랑해 주기를 바랐다. 그래서 자신을 믿어주기를. 자신은 이미 그 여자를 이름도 모르던 때부터 사랑하고 있었으므로. 그래서 오래 알고 지냈지만 뒤늦게 자신의 경제적 배경을 알고 접근해 오는 유림의 동생 유나에게 단호하게 선언한다. “내가 관심 있는 건 조유나가 아니고 조유림이야. 너 말고 네 언니.” 하지만 유나는 인정할 수 없었다. 조유림처럼 평범한 여자가, 손톱의 때만큼도 안 여기던 조유림이, 어떻게 누가 봐도 훨씬 예쁘고 매력적인 자신을 두고 장혜준을 사로잡을 수가 있지? 내가 가질 수 없으면 너도 가질 수 없어!
돌아가신 아빠의 친구 집에서 지내게 된 어린 서완에게 졸지에 오빠가 생겼다. “야, 애꾸눈! 오빠라고 부르지 마! 난 오빠 같은 거 안 해. 오빠라고 부르면 죽여 버릴 거야!” 한창 반항기 심하던 열한 살 우원하. “걱정 마, 우원하. 나도 오빠 같은 거 필요 없어.” 만만치 않은 아홉 살 이서완. 그러나 애꿎게도 얼굴만 잘생긴 이 까칠남에게 서완은 마음을 빼앗겨 버린다. “미쳤어? 네가 날 왜 좋아해? 아씨, 쪽팔려! 야, 너 그딴 소리 아무한테도 하지 마. 하면 너 진짜 죽여 버려!” 우원하 손에 죽을 뻔한 사춘기를 거쳐서, 성인이 된 서완은 첫사랑의 상처를 안고 좌절한 원하에게 양파 수프를 끓여주는데. “프랑스 브르타뉴라던가? 거기서는 결혼하고 첫날밤을 치른 신혼부부한테 이 수프를 한 그릇 가득 담아주는 풍습이 있대. 그만큼 원기 회복에 좋다는 뜻이었겠지.” 그날부터 원하는 서완만 보면 가슴이 울렁거리게 된다. ‘이상하다. 왜 이렇게 온몸에 감각이 없는 것 같지? 내가 왜 이러지? 그때 그 수프 이후로 계속 뭔가 이상했는데. 이서완, 너 그 수프에 뭐 탔어?’ 앙숙 같은 그놈과 속 터지는 동거를 거쳐, 꿀 떨어지는 부부가 되기까지 아웅다웅 로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