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의 죽음으로 세상 빛을 보게 된 휘, 도망자의 삶을 사는 그에게 아름다운 꽃 한송이인 유화가 다가온다. 그녀를 지키기 위해 가장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간다. 따뜻한 봄바람도 수줍은 달빛도 그들에게 차마 스며들지 못했다. 휘는 유화의 볼을 감싸며 고개를 숙였고, 달콤한 입술이 내려앉자 유화는 살며시 눈을 감았다. 떨리는 마음처럼 부딪힌 입맞춤은 연정을 타고 뜨거운 불길이 되고 있었다. 서툴고 그래서 더욱 떨리는 정애(情愛)는 아득한 꿈처럼 달콤했다. 뜨거운 시간이 지나자 유화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떨구었다. 가벼운 입맞춤은 자주 했지만 그보다 농밀한 행위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처음 느낀 깊은 정(情)은 상상보다 수줍고 은밀했다. 어느새 휘의 숨결은 유화의 입술을 가볍게 누르고 발간 볼을 스쳐, 달아오른 귓불을 간질였다. “나의 모든 것이 너이다.” “빛이 있어야 꽃이 피는 것이야. 꽃이 피어야 빛이 찬란하게 그리고 더 밝게 빛날 수 있는 것이야.”
적지 않은 나이 스물여섯, 연애 경험도 적지 않은데, 외모를 보고 설레는 타입도 아니면서 은우는 규민이 궁금하고 마치 사춘기 열병을 앓는 것처럼 심장을 중심으로 수줍게 떨린다. “정말로 작가님이 좋아요.” “전, 그럴 자격이 없어요.” 고백과 동시에 광속으로 차이고 담당자 교체까지 당한 은우에게 행운의 여신이 손짓한다. 새 담당자가 사고로 다리 부상을 입게 되어 그의 여행에 동참할 기회를 다시 얻었다! "마지막이라 생각하자. 후회 없고 싶어." 은우는 다시 찾은 기회 앞에서 물러서지 않고 돌진한다. 비와 함께 소곤소곤 찾아든 마음의 소리를 그녀로부터 그에게로, 그렇게 천천히 자박자박 사랑이 <젖어들다>. 행복의 조건에 가장 중요한 건 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외로운 마음을 채워 줄 별과 같은 사랑이, 기쁨에 환히 웃어 주는 들꽃 같은 사랑이, 맑은 눈빛으로 서로를 지켜 주는 사랑이 진정한 행복의 조건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시린 상처이자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랑에 어느새 젖어 들고 있었다.
“한상윤이랑 무슨 사이냐고!” 상윤과 연인 사이가 아니었지만 곧이곧대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규린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민성의 눈에 가득한 질투를 놓치지 않으며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에게 이야기해야 할 이유는 없지만 정말 궁금해하는 거 같으니 말해 줘야겠지?” 규린은 섹시한 웃음을 지으며 민성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그의 귓불을 살짝 깨물고는 야릇하게 속삭였다. “상윤 오빠랑 나랑 뜨거워! 서로 죽고 못 사는 사이야.” 규린은 민성에게 다시 잡히지 않기 위해 도망치듯 테라스를 나와 연회장으로 들어갔다. 규린의 뒷모습을 보던 민성은 코웃음을 치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최규린, 넌 내 여자야. 예나 지금이나.”
“나랑 나갈래요?” 해윤은 숨도 쉬지 못하고 시후의 대답을 기다렸다. 대체 무슨 마음으로 이야기를 했는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미 뱉은 말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황금 같은 세월을 흘려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나랑 자자는 말? 내가 받아들인 의미가 맞아?” “응.” “시작하면 멈출 수 없어. 그래도 괜찮아?” “응.” 시후는 손을 들어 해윤의 이마 위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차가운 외모와 달리 손길은 따뜻했고 미소 역시 다정했다. -바다 위로 부서지는 눈부신 햇살이 푸른 소나무에겐 유일한 희망이었다. 바다가 내민 구슬을 받는 그 순간 이미 깊게 빠져들고 있었다. -어두운 밤하늘을 밝히는 빛나는 눈동자를 결코 잊을 수가 없었다. 쏟아지는 별빛을 기억하지 못하는 그 순간에도 이미 깊게 빠져들고 있었다.
-당장 나가요! -다시 내 눈에 띈 운명을 원망해! 유리 파편처럼 차갑고 날카로운 목소리에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주원은 가늘게 떨고 있는 그녀의 도톰한 입술을 잔인할 정도로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반짝 빛나는 주원의 외모에 한눈에 반한 지서는 거침없이 그에게 빠져든다.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면서도 관계를 요구하는 그의 행동이 거부해야 하지만 그를 향한 욕망과 사랑을 숨길 수 없었다. 잘못된 선택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주원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그의 장난감이 되고 만다. 물들어가는 사랑에 주원은 지서를 마음에 담지만 그것을 인지하는 그 순간 그들의 운명은 어긋나고 만다.
앞만 보고 달리느라 연애와는 담을 쌓고 살았던 남자, 하진. 대리운전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만취한 중학교 동창생 영춘과 재회한다. 흐트러진 그녀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업은 순간, 등이 뜨뜻해지며 젖는 느낌에 깜짝 놀란다. “야, 최영춘! 너 미쳤어? 내 등이 화장실이야?” “참 나! 너 이거 도중에 끊는 게 얼마나 힘든 줄 알지? 내가 천하의 명기에 최강 괄약근을 가지고 있어서 이 정도로 끝난 거야.” “뭐?” “보통 여자들이었으면 줄줄 다 싸고 만다고. 바지 안 젖은 걸 다행인 줄 알아!” 두 사람은 서로 잊고 지냈던 10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하게 재회하자마자 중학생 때처럼 아웅다웅한다. 실랑이도 잠깐, 마침 3년 연애에 종지부를 찍은 영춘은 오랜만에 만난 하진과 맥주캔을 기울인다. 그녀는 곧 야릇 미묘한 꿈속에 빠지게 되는데…….
아라- 시현은 흑백의 인생에 사랑스러운 노란 빛 그 자체였다. 큰 키와 눈에 띄는 잘생긴 외모 때문만은 아니었다. 눈부신 햇살처럼 웃는 시현을 보며 다른 사람의 것인 듯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를 들었다. 6년 만에 다시 만난 심장 저격자를 놓칠 수 없었다. 시현-잘생긴 외모, 좋은 집안, 탄탄한 직장. 아쉬운 것 하나 없는 그에게도 트라우마가 있다! 수연-10년을 품어온 사랑이었다. 친구라는 이름으로 시현의 곁에 머물렀지만 이제 연인이라는 인연으로 엮이고 싶었다. 재원-다른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를 사랑하게 됐다. 아쉬운 것 하나 없는 내가 왜 이러나? 하지만 자꾸 심장이 그녀를 향한다. 빌어먹을 사랑. (개정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