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너를 조금 더 일찍 사랑하지 않았을까. 네가 사랑할 때 나도 사랑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 이홍연. 늘 태연한 척, 씩씩한 척, 긍정적인 척하지만 변변한 작품 하나 내놓지 못하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구질구질 인생이다. 계약했던 영화는 또 엎어지고, 썸을 타던 남자는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한다고 이별을 통보한다. 그녀의 십년지기 친구 주효신. 술에 취한 홍연을 보며 효신은, 과거 그녀를 거부했던 그를 겹쳐 본다. 그리고 어느새 홍연을 특별하게 느끼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데……. “효신아.” 눈이었다. 먼지처럼 작은 눈이 겨울 찬 공기를 타고 다리 위를 떠다녔다. “그 여자는 되는데 왜 나는 안 되는 걸까?” 홍연의 이 눈빛을 효신은 기억하고 있었다. 찌릿한 무엇인가가 효신의 가슴 한구석으로 파고들었고 둔탁한 통증이 뒤통수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 여자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억지로 퉁명스럽게 대꾸한 효신은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여기서 이러지 말고 가자. 감기 걸려.” “너도 그랬잖아. 그 여자는 됐는데.” 반쯤 졸음이 묻어나는 목소리였다. “나는 아니었잖아.” 순간 눈앞이 아득해지는 이유가 단지 굵어지기 시작한 눈송이 때문이 아니란 것을 효신은 깨달았다. “그러니까 너는…… 알 거 아냐, 주효신.”
본 작품은 19세 관람가 작품을 15세 이용등급에 맞게 개정한 작품입니다.“나 너 좋아해.”“뭐?”항상 타이밍에 대해 생각했지만, 15년이 걸려서야 깨달았다.나를 좋아하지 않는 상대에게 하는 고백에 적절한 타이밍이란 없다는 걸.그러나.고백 후 교통사고를 당한 내게 달려오는 태신을 보는 순간.어쩌면 지금이 가장 적절한 고백의 순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기억을 잃는 드라마틱한 사건은 없었다.기억을 잃었다는 거짓말을 하며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의 가장 친한 친구로 돌아갈 수 있었다.하지만.“고백, 없었던 일 아니야. 대답 기다릴 거란 말도 유효해.”지금 태신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그러니까.... 모른 척하지 마.”더 이상 고백의 타이밍을 보면서 살고 싶지 않았다.온 마음을 다해, 내 마음을 보여주고 싶다.그렇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본 뒤, 미련을 남기지 않고 이제 그만.이태신 센서에서 벗어나고 싶다.
‘상대방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유해도 직성에 풀리지 않던 열정,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과 생각까지도 그녀 자신으로 채워졌으면 하는 욕구, 손끝만 스쳐도 몸이 떨리던 그런 사랑은 인생에 단 한 번이면 충분했다.’오래 전 은성은 한 남자를 위해 가족, 친구, 보장된 미래를 뒤로하고 프랑스 파리로 떠날 만큼 용감했지만, 결국 그 사랑은 분노와 악담으로 얼룩진 채 끝난다.지루하지만 평안한 일상에 감사하며 살던 은성 앞에 불쑥 다시 등장한 그 남자, 하준.“나와 함께 파리에 가 줘.”처참했던 이별 후 3년 만에 재회한 두 사람은 결국 파리행 비행기에 함께 오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