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만년필로 섬세하게 그린 것 같은 턱선과 콧날. 큰 키와 재판을 할 때 입는 아르마니 슈트는 마치 그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은 남자, 백준수. 평범한 자들과는 다른, 타고난 짙은 밤색 머리카락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대한민국의 모든 싱글은 그를 주목하고 있는데… 이런 남자를 내가 좋아해도 될까?
일곱 살 때부터, 부모님 없이 친척들 집을 전전하며 혼자 자란 진나라. 나라에게 일은 구질구질한 현실을 잊게 해주는 마약과도 같았다. 그렇다고 대인기피증이나 극단적으로 사람이 싫은 건 아니지만, 사람과 얽히고 꼬이는 관계망 그 자체가 귀찮을 뿐이었다. 회사에서도 그녀는 사무적인 일 외에는 사원들에게 일상적이고 형식적인 말만 건네고 일은 확실하게 하는 조용히 묻어가는 인생을 추구했다. 근데, 그 남자가 등장하고 나라의 인생이 뒤바뀐다.
하나뿐인 동생을 불의의 사고로 잃었다. 그런 나에게 삶의 의미를 만들어 준 것이 소설 증강 현실 프로그램 'HOPE'. 진석이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동생이 남긴 또 다른 소설을 발견하게 되고 새로운 온기를 찾아 이야기에 빠져든 순간. [인공지능 THE HOPE가 오류를 발견했습니다.] [진단 : 두 이야기의 결합을 진행합니다. 결합률 99%…… 100%! 즐거운 여행 되세요!] 오류로 인해 소설 속에 갇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