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엽미
유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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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 환향

1636년 음력 12월, 병자호란이 발발했다. 눈발을 헤치고 압록강을 건넌 청군은 거침없이 진격해 조선 안주에 도착한 지 단 하루 만에 연이어 개성을 짓밟는다. 송악산 산기슭에 사는 아비를 보러 갔다 내려온 개성 인삼 장수의 첩 기연은, 눈 깜짝할 새 청군에게 붙잡힌다. 사과, 배 따위 과일인 양 너무도 쉬이 낚아채진 그녀는 자신을 향해 씩 웃는 누런 이의 오랑캐를 보며 직감한다. 이미 충분히 끔찍한 삶이 더한 나락으로 떨어지리란 것을.

정략혼

<정략혼> “저것들은 어찌하여 허구한 날 서로를 미워하며 싸우느냐?” “왕모님, 인간들이란 본디 태어나기가 그렇습니다.” 서왕모의 물음에 현녀가 시큰둥이 대답한 그 때부터, 땅 위의 부족들은 각기 다른 저주에 걸리게 되었다. 화족 공주 화유도 예외는 아니다. 성년이 되자마자 위대하신 서왕모의 뜻을 받들어 수족들의 수국으로 화친혼을 맺으러 가게 된 화유는, 설레는 마음보다 걱정이 앞선다. 이전에 수국으로 시집을 갔던 언니들이 하나 같이 오래 살지 못했다. ‘나도 그러면 어떡하지?’ 수국에 타고 갈 꽃마차를 보니 화유는 더 심란해진다.

적의

<적의> 그는 황제이나 가진 게 없었다. 오로지 그녀 마음만이 온전한 그의 소유였다. 황후인 그녀는 모두 가졌음에도 단 한 가지가 없어 초조했다, 그의 마음. 초라한 허수아비 황제는 본래 그가 가졌어야 할, 그러나 빼앗겨 버린 그 모든 것을 되찾기 위해 그녀의 마음을 이용하기로 한다.

가시꽃의 악야

사람들이 나에 대해 무어라 떠들건, 더 이상은 상관없었다.내가 몸담고 있는 나라가 망하든 말든, 십여 년을 살아온 황궁이 화마의 아가리 속에 처박혀 잿더미가 되든 말든 그딴 것들, 내 알 바 아니었다.“황궁 안의 모든 이들이, 나를 업신여겨도 괜찮아. 너만 그리 여기지 않으면 상관없어.”“…….”“내게는 그거면 됐어. 너만 있으면 나는 괜찮아. 전부 다.”내게는 오직 단규, 그만이 중했다. 그를 잃느니 차라리 죽으리라. 내게서 그를 빼앗아 가려는 뉘가 있다면, 죽이리라.[본 콘텐츠는 15세 이용가로 재편집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