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의 세자이며 후에 즉위하여 문종이 되는 ‘이향’은 조선 제일의 미남자이자 출중한 정무 능력은 물론 천문학, 산학, 역법 등 다양한 학문에 조예가 깊은 천재로 유명하다. 어느날 그는 세자의 신분을 숨기고 둘째 동생인 안평대군, ‘용’을 따라 성균관 학자들이 사가에 모여 학문을 나누는 학회에 잠행을 나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향은 엄청난 학식을 자랑하는 사내, ‘홍윤영’을 만나게 된다. 그의 지식에 감탄한 향은 용에게 그와의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홍윤영은 사실 사내가 아닌 여인으로, 남동생이자 성균관 유생인 ‘홍무영’을 따라 학회에 남장을 하고 참석한 것이었는데……. 윤영이 머뭇거리다가 겨우 자리에서 일어섰다. 향도 윤영에게 이끌리듯 마주 섰다. 맑고 고요한 눈동자. “즐거웠습..
“자꾸만 그분이 떠올라 견딜 수 없네. 밥을 먹지도 잠을 자지도 못하겠어. 온통 그분 생각뿐이네. 도대체 내가 왜 이러는 것인가? 이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무엇이긴. 상사병이다. 이 미련한 친구 같으니라고. 그리 여인네들에게 차갑게 굴더니 곧 작호爵號마저 박탈당할 공주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리다니. 공주와 혼담이 오가면 급사한다는 소문은 그렇다 쳐도 역적의 오명을 쓴 공주와 엮이게 되는 것을 어느 집안에서 두고 보겠는가. 이리됐건 저리됐건 좋은 쪽으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이보게, 잊게나. 여인이 그분밖에 없는가?” “해 보았지…… 잊어보려 해 보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