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이
김제이
평균평점 5.00
그래도 우리는 사랑을 한다

남자를 믿진 않으나 연애는 한다. 강도를 후려칠 만큼 무모하지만 밤길 뒤따라오는 남자는 무섭다. 7년 전, 남 일이라고만 여겼던 데이트 폭력을 겪은 이후로 다시 남자를 만나기까지 3년이 걸렸다. 사랑 따윈 엿 먹으라는 회의주의자지만 그럼에도 나 좋다는 남자는 만난다. 왜냐고? 외로워서. 다만 쉽게 속을 보여 주진 않는다. 마음을 내주지도 않는다. 집 주소도 마찬가지다. 남자는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위험한 짐승이다. 서른셋 시린 가을에 나 좋다는 남자 둘이 나타났다. 동갑 약사 도경우와 봐 줄 거라곤 지나치게 잘난 외모밖에 없는 레스토랑 견습생 권수혁. 따지고 잴 것도 없이 전자가 낫고, 이미 전자와 만나고 있고, 훗날 생각에 없는 결혼을 하더라도 전자여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일곱 살이나 어린 권수혁, 만난 지 일주일도 안 되어 내가 좋다는, 내 막말에 일곱 번 상처 받지만 여덟 번 일어나 돌진하는 얘가 자꾸만 좋아진다. 어쩔 수 없다. 태어나서 날 그런 눈으로 보는 남자는 네가 처음이다. 자신보다 내가 소중하다는 널, 내가 어떻게 이겨? 그런데, 어젯밤부터 자꾸 내 주변을 맴도는 저 남자는 누구지.

사랑도 아니면서

[안내] 본 도서는 2018년 3월 9일자로 본문 내 오탈자가 수정되었습니다.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건축학과 석준경 울면서 고백하면 다 받아 준대.”그때 내가 네 고백을 거절했던 건날 보던 네 눈빛이 너무 필사적이었기 때문에.- 날 만난 여자들은 모두 불행해져, 그 석준경“그 새끼 볼 때 누나 눈빛이 어떤지 알아? 곧 ...

태주 동생 태희

2015년 [로맨스는 북팔이다!]웹소설 공모전 최우수상 작품 드디어 출간!누가 그랬나. 사람이 너무 놀라면 바보가 된다고. 나는 피자를 입에 문 채 멍청이처럼 얼어 있었다. 그런 나를 본 눈앞의 남자애는 나보다 백배는 더 놀란 얼굴이었다.“아, 그, 저, 죄송합니다. 제가 집을 잘못…… 죄송합니다.”&ldquo...

나의 독재자

“나 좋아하지 마.”“왜?”“나는 너 안 좋아할 거니까.”“어떡하냐. 난 벌써 너 좋아하는데. 너도 그냥 나 좋아하는 게 편할 거야.”로미오처럼 서툴렀고 줄리엣처럼 연약했던 열아홉 여름, 그때의 우리.“구질구질한 첫사랑 같은 건 그만 잊어버리는 게 어때요?&rd...

별거 아닌 운명

6년째 사귀고 있는 남자 친구는 나 때문에 한쪽 청력을 잃었다.요즘 들어 자주 화내고 자주 의심하고 가끔 돈을 달라고 한다.취한 남자를 바래다줬더니 50만 원을 차비라고 찔러줬다.떨어뜨린 핸드폰을 전해 주려 회사로 불렀는데 다들 그 남자에게 인사를 한다.사례라며 건넨 수표에 홧김에 대들고 며칠을 해고의 두려움에 떨었다.상사로 다시 만난 그 남자, 회사 오너...

당신은 나를 좋아해

“선배가 나 좋아하는 게 더 빠를 걸요.”뭐든 다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던 그때 처음 만났던 널“이번엔 내가 선배를 살게요.”모든 걸 잃어버린 지금 다시 만난 나, 박이삭“나 너 안 싫어하거든. 그렇다고 딱히 좋아하지도 않지만.”모두가 날 미워한다고 믿었던 그때 처음 만났던 널“사 ...

솔, 바람이 분다

“6개월이다. 망나니 제국이 놈이든, 정원이 너든 6개월 동안 내 맘에 더 드는 놈에게 한 푼이라도 더 주겠다.” 그때는 몰랐다. 상속받을 수백억의 재산보다 네가 더 좋아질 줄은.그럴 줄 알았다면“네가 아니라 내가, 내가 이상해서 그래.”네가 한숨처럼 웃었던 그때 왜냐고 물어볼걸.“괜찮아.”실...

원 모어 슈가 (One More Sugar)

우연히 눈에 들어온 목덜미에도 가슴이 뛰고아이스크림을 베어 문 입술에 목이 타는“너한테 나는 뭐야? 친구이기나 해?”열아홉, 너는 내게 더 이상 친구가 아니었다. “우리 담임 말이야. 형이 아는 사람이야.”서른넷 널 다시 만났을 땐 이게 운명인가 싶었다.“나 애인 같은 거 없어. 없으니까 장단 맞춰 준 ...

어른의 맛

내가 생각했던 어른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씹다 버린 껌처럼 재미없는 내 인생에 기적처럼 나타난 너.“차해경 씨 맞죠?”아니라고 하고 싶었지.“결혼이 그렇게 중요한가.”그러니까, 그거 하면 사는 게 좀 재밌어지려나, 그뿐이었어.“지금 어디야?”고작 내 말 한마디에 넌 어쩜 그리도 필사적으로 내게 달려왔는지.“좋아해. 좀 됐어. 당신은 몰랐겠지만.”여덟 살이나 어린 네가 남자로 느껴지다니 나 진짜 미친 거지? 희수야. 세상 모든 게 맛없게 느껴지던 어른 여자가세상 어떤 맛도 느낄 수 없는 어린 남자를 만났을 때.어른의 맛.*이 작품은 19세 종이책을 15세로 개정한 버전입니다.

봄, 거짓말

고작 나 좋다는 계집애 하나 떼어 냈을 뿐인데 왜 이렇게 가슴이 타들어 가는 것 같은지 알 수 없었다.너 따윈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뒈지기 직전엔 왜 자꾸 네가 보고 싶어지는 건지.더는 도망칠 곳도, 숨을 곳도 없고, 혹시나 돌아가면 네 소식이라도 알까 봐 찾아온 이곳 해동엔 꿈처럼 네가 있다. 이기적인 나는 잠시나마 네 곁에 머물기 위해 그간의 내가 한 ...

여름이 떠나기 전에
5.0 (1)

“왜 또 그렇게 쳐다봐요?”“반하라고. 혹시나 기억 속의 내가 별로더라도 지금의 날 못 버리게, 꼬시는 거야.그러니까 넘어 와.”한밤중, 하릴없는 백수 꼴로 시골 원두막에서 하는 이토록 유치한 고백이라니,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다. 누군가에게 이처럼 낯간지러운 말을 하는 것도, 그 반응에 일희일비하는 것도 처음이...

끝이 보이는 연애

열아홉, 처음 너와 사귀게 되었을 땐 우리가 헤어질 줄 몰랐고스물넷, 너와 재회했을 땐 우리가 다시 연인이 될 줄 몰랐고서른이 다 되어 가는 지금은, 우리가 이토록 안 맞을 줄 몰랐다.“그러고 보면 진짜 신기해. 너희는 어떻게 그렇게 오래 사귀냐?10년 다 되어 가지? 그 정도면 가족 아니야? 그만하면 지겨울 때도 됐는데.”모든 이야기에는 끝이 있다.한 치 앞을 알 수 없던 우리의 이야기도, 이젠 정말 끝인 걸까.

열의 계절

철학자 폴 비릴리오는 비행기의 발명은 곧 추락의 발명이라고 했다.그러니까, 널 좋아하게 된 순간부터 이 순간은 예정되어 있었다.열아홉, 네가 내게 마음이 없다는 걸 알게 된 이후에도 변함이라곤 없는 날 깨달았을 때,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려나 연락을 끊어놓고도 타인을 통해 듣는 네 소식은 차마 끊지 못했을 때, 우연이지만 필연처럼 널 재회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가슴부터 뛰었을 때.이런 날이 올 거라고 이미 예상했다.언젠가 네게 고백하게 될 거라고. 그 고백이 실연을 의미한다는 걸 알면서도.“네가 좋아. 좋아했어. 오래 전부터.”낮은 담장을 넘어온 금목서의 달콤한 향기가 무거운 밤공기를 뒤흔들었다.하필 23.5도로 기울어져 사계절을 만드는 지구처럼너에게로 기울어진 내 마음이 또 다시 계절을 바꾸기 시작했다.

Say yes all blue

사는 게 너무 쉬워 재미라곤 없던 나는 물속에 있을 때 가장 살아있는 것 같았는데 네가 그랬다. ‘우진아.’ 살아있는 것 같아. ‘그동안 고마웠어. 잘 지내.’ 숨이 차. 너 때문에.

구애의 공식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공식에 예외를 만드는 일이다.예외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김현수는 그 예외였다.고작 이런 스킨십을 거절당했다고 서운해하는 스스로가 낯설었다. 김현수가 그런 날 눈치채고 미안해하는 게 싫어 웃는 나는 더 낯설었다. 김현수를 좋아한다는 걸 깨닫고 난 후부터 나는 여태 모르고 있던 내 그림자를 벌써 수백 개쯤 발견하는 중이었다.다시 걷기 시작하는 김현수를 따라 보폭과 속도를 맞췄다. 초여름의 아침 햇살은 눈이 부신 데다 뜨겁기까지 했지만 참을 만했다. 성적은 배구부보다 더 개똥이면서 연습에만 열심인 축구부가 만들어 내는 소음도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휴대폰으로 애니메이션을 보느라 갯지렁이만큼 느리게 걸으며 앞을 막고 있는 저 오타쿠 자식도 이해해 줄 수 있었다.김현수가 옆에 있으니까.제게 꽂힌 내 시선이 거둬지지 않자 의아함을 느낀 김현수가 의문 가득한 눈으로 날 올려다본다. 나는 그 눈을 피하지 않고 마주한 채 저쪽 구석의 고물 자판기를 가리켰다.“마실래?”웃었다.“오렌지 주스 말고 사이다.”널 처음 마주쳤던 그날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