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서아
현서아
평균평점
시리도록 차가운

어제 처음 보았으니 친분이 있지도 않은데 왜 목소리마저 익숙하게 느껴졌는지는 모르겠다. 금은 지금의 마음이 어떠한 연유에서 기인한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반가운 마음에 그녀를 향한 시선을 거둘 수가 없었다.  그리고 괜스레, 그녀가 자신을 알아봐 주었으면 했다. 그녀가 다가왔다. 열 보, 여덟 보, 다섯 보.  눈이 마주쳤다.  그녀의 눈이 빨갰다. 게다가 퉁퉁 부어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걱정되어 바위에서 일어섰다.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가운을 잡으려고 했다. 한 보. 무심하게도 빨간 눈의 가운은 금을 지나쳤다. “아…….” 분명. 우리는 눈이 마주쳤는데.  허공에 있던 손을 내리며 왠지 모를 서운함에 탄식하고 말았다.

내가 사랑한 남자는 황제의 적이었다

“당신이 이 나라에서 신분을 얻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카이란은 말끝을 끌며 손끝으로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렸다. “하나는 양녀로 입적하는 것. 하지만 패망국의 공주를 양녀로 들이려는 자가 과연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카이란은 손을 모으고 단정하게 앉아 있는 엘리시아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 노골적인 시선에 불편함을 느낀 엘리시아는 찻잔으로 시선을 떨궜다. “그걸 제외하면 남은 방법은 하나입니다.” 카이란은 순간 빛을 내며 반짝이는 푸른 눈동자를 바라보다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나와 결혼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