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수술 설득의 조건은 그가 제일 싫어하는 ‘맞선’이었다. 게다가 눈뜬장님과 다름없는 그의 모습을 감춰야만 하는 상황에서 그가 노린 꼼수는 간병인과 애인 대행을 동시에 해 줄 여자를 구하는 것! 맞선도 피하고 어머니의 수술도 설득하기 위해 단기 알바라는 명목하에 갑과 을의 관계로 만난 그와 그녀. 가장 기본적인 계약 조건, 최소한의 거리 30cm를 최대한의 거리로 바꾸기 위한 그의 은근한 유혹이 시작된다. 보여도 보이지 않고, 보이지 않아도 볼 수밖에 없는 그의 시력에 콕 박힌 그녀를 잡기 위해 그는 오늘도 앞 못 보는 장님인 척 그녀를 불러 본다. “서연서 씨, 지금 내 뒤에 있습니까?”
있는 식사와 열 번의 고백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당신은 그 기회를 잡겠습니까? - 어린시절 상처로 단단한 틀 속에 박혀버린 그녀, 권혜서는 말합니다. “시간이 흐르면 기억은 왜곡되고 잊히지만, 마음의 상처는 없어지지 않아요. 오히려 털어버릴 수록 더욱 악착같이 딱지가 앉아버려요. 이곳에.” 혜서의 가는 손이 제 심장을 가리키며 하얗게 웃었다. - 그 웃음에 반한 그, 남주혁은 말합니다. “아플땐 먹는걸로 위로해주는 게 최고라고요. 애들이 울 때 과자를 쥐여주는 거, 그거 아주 과학적인 행동이에요.” 많이 아픕니까? 그럼 나랑 밥 같이 먹어요. 딱 열 번만. 열 번의 식사와 열 번의 고백이 이어지는 동안, 과연 둘은 연인이 될 수 있을까요?
10년 만에 재회한 동창이 ‘계약 결혼’을 제의한다면?첫사랑의 감정을 서로 숨긴 상태로 계약 부부가 된 두 남녀의 따뜻한 이야기.받아 든 요구르트를 한입에 털어 마시고선 빵을 입 안 가득 욱여넣는 모습에 수연은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이야, 도승주, 입 한번 진짜 크다!”빵을 다 씹어 삼킨 승주가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묘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봤다.“크지. 뭐든 다 삼킬 수 있을 정도로.”목적어가 ‘음식’이라는 걸 알면서도 순간 소름이 등골을 타고 쭈뼛 치솟는 걸 느꼈다.수연은 어색하게 시선을 돌리곤 베란다 밖 정원을 바라보며 물었다.“예쁘지?”“너 말이야?”바라본 시선 안 도승주와 한수연의 눈빛이 얽혀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