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도서는 로맨스 소설 <그리지 않는 이야기>의 외전 격인 BL 소설입니다. 이야기 시리즈의 사건 및 등장인물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그 애는 오늘도 여기에 있었다. 지형은 오늘도 도서관 같은 자리에 앉았다. 지난번처럼 마주 보는 게 아니라 대각선으로 비껴봐야 하는 자리였지만, 그 애는 항상 그 자리에 앉았다. 그래서 지형도 같은 자리에 앉았다. 다니엘이 못 이기겠다는 듯 푸스스 웃었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얼굴인데, 그걸 보자 지형은 속이 울렁거렸다. 아니, 속이 아니라 온몸이 울렁였다.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곧 터질 것 같았다. “네가 이상하니까.” 네가 이상해. 네가 자꾸 나를 이상하게 만들잖아. 웃음기가 사라지는 다니엘을 보자 지형은 거짓말처럼 울고 싶어졌다. 조금의 꾸밈도 없는 진심이었다. 네가 이상하니까. 너는 어떻게 세상의 모든 걸 그렇게 쉽게 멈춰버리냐고, 지형은 오늘도 묻고 싶었다. * ─그 애는 오늘도 거기에 있었다. 현민은 모른 척 시선을 내렸다. 그 애만 빼면 오늘도 모든 게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보통날이었다. HearU 이야기 시리즈 중 세 번째와 네 번째 사이, 어떤 사랑 이야기.
“나 기억 안 나는 거 어떻게 알았는데?” “예전에 약속했거든, 거짓말 안 하기로.” “거짓말인 건 어떻게 알았는데?” “너 하는 거 보면 알지.” “전엔 내가 어떻게 했는데?” 아리는 대답 대신 또 혼자 웃었다. 모르겠다. 잠이 덜 깼나? 근데 너무 좀, 껴안아 보고 싶었다. 방으로 들어가려는 걸 잡아서 폭 안으려고 했는데 아리가 슥 손을 들더니 내 얼굴을 밀었다. “뭐 하는 거야?” “우리 아직 손만 잡았어? 사귀는 사인데 껴안아 보지도 못해?” “나 지금은 너랑 안 사귀어. 헤어졌어.” 잠이 확 깼다. 헤어져? 이게 무슨 소리야? 언제? 왜? 너무 놀라서 심장이 벌렁거렸다. 그때 내 머릿속에 번개처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와, 혹시 나 얘한테 차이고 충격받아서 기억 다 잃어버린 건가? 암만 생각해도 정답이다. 그거 말고는 내가 그렇게까지 충격받을 일이 있었을 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