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랑 결혼해주세요!” 선우는 잠깐 당황했다가 어색하게 웃었다. 생각보다 이상한 여잔데? 필요하다면 경호원이라도 불러야 하나 싶은 마음에 슬쩍 비상벨 위치를 찾아보면서. “아, 저는… 정말 제안은 감사합니다만 아직 결혼 생각이 없는데요?” “저도 없어요!” “아니, 결혼…이라고 방금.” “제 말을 끝까지 들어보세요.” 다짜고짜 결혼을 하자는 이 황당한 여자를 어찌해야 할까. 선우는 평소 같았으면 이 미쳐 보이는 여자를 무시했겠지만, 지금은 그녀의 도움이 필요했다. “지금 홍범농장은 선 그룹의 돈이 필요해요. 선 그룹은 홍범농장의 브랜드 가치가 필요하구요. 우리 서로 윈윈하죠.” 완전히 얼토당토하지 않은 말도 아니었다. 서로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은 이해가 되었다. “딱 삼 년만 해요.” 이 여자는 한 발 더 나아가 선우를 더욱 어지럽게 만들었다. 결혼을 삼 년만 하자고 여자는 말하고 있었다. “딱 삼 년만 한 이불 덮고 살아요. 우리.”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제안이라고 생각했던 선우였지만 이 여자와 결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그들의 말도 안 되는 삼 년 계약이 시작 되었다.
컴컴한 어둠 속에서 핏자국을 들킬까 두리번거리며 누군가 빠르게 산을 내려왔다. 어느 어두운 밤, 사람들의 눈길을 피해서 온몸에 묻은 피를 숨기고 차를 모는 지원. 지원은 사람이 없는 무인텔로 조용히 들어가 몸을 적시고 있는 피를 씻어낸다.누군가와 맞닥뜨리기라도 했다면 신고를 당했을지 모를 정도로 수상한 모습.그리고 못지않게 수상한 남자, 삼웅. 오랫동안 사람을 찾아주고 숨겨주는 일을 해온 그는, 누군가 죽음이 가까워 오면 그에게 어른거리는 사신을 볼 수 있다. 접점이라곤 없을 것 같은 둘이 한 빌라의 주민으로 만났다. 지원은 빌라 주인으로, 삼웅은 아랫집 세입자로. 이상한 기시감에 지원은 오다가다 마주치는 삼웅을 주시하고, 삼웅 역시 지원의 눈빛이 자꾸 걸리적거린다. 이 수상한 세입자와 주인은 서로를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본다.“이른 아침인데, 그쪽은 어디 가세요?”서로가 거짓으로 행방을 말하며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거두지 못한다. “대체 뭐 하는 사람일까.”삼웅은 한 남자를 추적하는 와중에 그가 지원과 연결고리가 있다는 걸 알게 되고, 그때부터 지원의 쓰라린 과거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괜찮아요? 다가가도?”상처 입은 작은 짐승 같은 지원에게 드는 이 감정을 뭐라 말해야 좋을까. 삼웅은 본능처럼 끌리는 이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본 작품은 15세 이용가로 개정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