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쟤랑 사귀는 사이야, 나. 그러니까 놔.” 해준이 어김없이 괴롭히던 남자아이들에게서 구해 주던 그날, 그날이었다. 열일곱, 김예서. 스물셋의 김해준 바라기가 되었던 날이. “오빠. 우리 사진 찍자.” “오빠. 우리 놀러 가자.” 매번 귀찮았다. 자신만 보면 졸졸 따라다니는 꼬맹이, 김예서가. “아직도 내가 여자로 안 보여?” 바라던 일이었는데. “오빠 따라다니는 거, 관심 받으려고 얼쩡거린 거. 이제 안 할게.” 예서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을 그만두는 것. 미련 없이 돌아서는 예서의 뒷모습을 보며 그는 문득 깨달았다. 그래. 네가 나를 떠난다는 그 말. 그 말이 네 입에서 나올까 봐, 그게 무서웠던 거였어. 그날이었다. 스물일곱, 김해준. 스물하나의 김예서바라기가 되었던 날이.
신혼여행 첫날, 그와 나눴던 뜨거운 밤.하지만 그때는 몰랐다.그의 다정함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줄은.자신의 곁에 있던 사람들이 떠나서 외로운 것도,대놓고 시집살이를 시키는 시어머니도,모두 참을 수 있었지만단 하나, 애정을 주지 않는 석영의 모습은 견디기 힘들었다.“떡볶이 만들었는데, 퇴근하고 나면 같이 먹을래요?”-몸에도 안 좋은 걸 왜 먹지?꼭 떡볶이 때문은 아니었다.그저 같이 먹고 싶은 것이었는데.그는 조금의 틈도 주지 않았다.그렇게 숨 막히던 시간을 견디던 어느 날,남편이 이상해졌다.“석영 씨?”“난 석영 씨가 아닌데.”겉모습과 목소리는 분명 석영이 맞았다.아무리 소원한 사이라고 해도 남편을 못 알아볼 리가 없었다.“뜬금없이 웬 장난이에요?”“장난 아니에요.”“그만해요. 재미없어요.”“진짜 아니에요. 믿어줘요.”“……진짜 석영 씨가 아닌 거예요?”희연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당황하다가점점 그가 정말 석영이 아닌 다른 남자라고 믿어버린다.석영의 얼굴을 하고 있는 의문의 남자는석영과 달리 희연에게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고,희연은 그 모습에 점점 더 그를 가까이 하게 된다.그렇게 의문의 남자에게 마음이 가던 어느 날,희연은 생각지도 못한 사실에 놀라게 되고,그 남자의 정체를 알게 되는데….*본 작품은 15세이용가로 개정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