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하연, 평범하지 않은 남자 도혁과 사랑에 빠지다. *** “즐거운 밤입니다!” 직원들의 명랑한 외침이 한 번 더 이어졌다. 하연이 무심코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맙소사. 하마터면 입에 물고 있던 맥주를 그대로 뿜을 뻔했다. 펍과는 어울리지 않는 완벽한 정장 차림의 그가 뭇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정확히 하연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짧은 거리를 걸어오는 동안 그는 하연에게서 잠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그의 얼굴이 조급함에서 안도로, 안도에서 분노로 바뀌는 것을 하연은 똑똑히 목격했다. 눈 깜짝할 새 하연의 곁으로 다가온 그가 손에 들린 맥주잔을 빼앗았다. “그래서. 즐거운 시간 보내셨나.” 상냥히 안부를 묻는 태도가 아니었다. 잘못한 것이 있으니 하연은 일단 굽히고 들어가기로 했다. “어떻게 찾아왔어요?” 하연이 묻자 그가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즐거운 밤입니다!’ 하는 직원들의 인사 소리였다. “아….” 하연과 짧은 통화에서 그는 직원들의 외침을 용케 알아들었던 것이다. “얼마나 마셨기에 볼이 그래요.” 그가 손을 뻗어 열이 올라 화끈거리는 하연이 볼을 쓸었다. “촌스럽죠?” “아니. 섹시해요. 어젯밤 일이 생각날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