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랑은 원하던 대학, 원하던 학과에 합격했다. 그런데 꿈꾸던 대학 생활은 도둑놈 때문에 편할 날이 없다. 처음 본 그날부터 그는 뭔가를 뺏어 갔다. 피해 다녀도 소용없다. 도깨비처럼 갑자기 나타나서 생각지도 못한 엉뚱한 것들을 뺏어 간다. 그녀의 허락도 없이 말이다. 그리고 그가 돌려준 것은 없다. 그것들은 쫓아다니며 돌려달라고 말하기도 어색한 작은 것들이다. 볼펜, 지우개, 머리끈, 립밤, 손수건, 먹던 음료수까지. 그 외에 생각나지도 않는 수많은 작은 것들이지만 어쨌든 그건 그녀 거다. 선배의 탈을 쓴 도둑놈이 유학을 떠난 날, 한사랑은 모든 신께 감사했다. 다시는 보지 않아도 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몇 년 후, 그 도둑놈이 갑자기 그녀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또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가져갔다. 이제 참지 않는다. 그에게 잡힌 인질을 구하기 위해 출동한 그날 도벽이가….
남한성 성주의 막내아들이자 남한성의 소대장인 박유신. 비공식적인 대형 사고를 치고 비공식적인 더 큰 사고를 치기 위해서 공식적으로 가출했다. 항상 그랬듯이 이번에도 완벽하게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갈 줄 알았다. 하지만 일이 꼬였다. 꼬여도 더럽게 꼬였다. 한나라 황궁. 수시로 죽어나가는 내궁의 보초병과 태자궁의 보초병. 그리고 황태자비가 되기 위해 황태자를 유혹하겠다고 침전에 강제로 들어갔다가 죽거나 쫓겨나는 내궁의 여인들. 황궁은 매일 매순간 살얼음판이다. 그런 황궁에 남녀노소 지위 고하를 가리지 않고 거침없는 언행을 일삼는 ‘미친개’가 나타났다.
[※ '황궁의 미친개' 여주인공, 박유신의 스승인 '무이'가 주인공입니다.] “안 자고 뭐하나?” “제 옷을 고치면서 만들었습니다. 급하게 만든 거라 자수를 놓지는 못했습니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말랬다. 들어가 자라.” 무이가 돌아서려는데 갑자기 아화가 무이의 한손에 냉큼 손수건을 쥐어주고 한걸음 물러났다. “제가 소왕의 후궁으로 끌려가지 않겠다고 결심한 날, 다짐했습니다. 죽을 때 죽더라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다가 죽겠다고요. 그러니 받아주십시오.” 황당한 무이가 손수건이 있는 손을 내밀며 말했다. “이 자식이 근데. 지금 네 말은 앞뒤가 안 맞잖아! 그게 이거랑 무슨 상관인데?” “받아주십시오. 대장님이 지금 그 나이까지 미혼이신 것에 감사한 마음으로 정성껏 만든 겁니다. 그럼 안녕히 주무십시오. 저는 들어가 자겠습니다!” 다다다 자기가 할 말만 빠르게 뱉어놓고 아화는 도망치듯 방으로 쏙 들어가 냉큼 불을 껐다. 울타리 밖의 무이는 어이가 없어서 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