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한 제국의 공주 윤청하. 소중한 건 뭐든 앗아 가기만 하는 궁에서 숨죽인 채 살아가던 그녀에게 날벼락처럼 찾아든 혼인. 전쟁밖에 모르는 제국의 칠장군 제현운. 어긋난 미망에 휘말려 뜻하지 않은 혼인을 맞닥뜨린 그도 타인과 깊게 얽히는 건 질색이었다. 한데 왜……. “혼인 따위로 누군가와 얽히는 것만은 막고 싶었는데.”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만.” 남은 말이 있는 듯 다가온 현운은 젖어 든 청하의 눈망울과 그저 눈을 맞췄다. ‘이제는 그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지키기 위해 가장 험한 길을 걸었다. 바람 한 줌에도, 뙤약볕 한 갈래에도 흩어져 없어질까 두려운 그대, 나의 신부.
그런 결혼이 있다. 자신의 의지나 의욕과는 상관없이 이루어지는 그런 결혼.조부들끼리의 약속으로 팔자에 없던 정략 결혼을 하게 된 수혁과 주이.세상에 이런 결혼, 저런 결혼 많이 있다지만 아직도 서로가 낯설고 불편하기만 하다.각자가 간직한 마음을 꽁꽁 숨긴 채 위태위태 결혼생활을 유지해나가는 두 사람.이 결혼, 무사히 이어질 수 있을까?-본문 중에서-뭘까. 생각보다 자신의 속내를 꿰뚫고 있는 주이의 태도에 수혁의 마음속에서 못된 감정이 싹튼다.“말은 신중하게 해야지.”“신중하게 하고 있어요.”“글쎄. 내가 보기엔 아닌 것 같은데.”“어째서요?”“남편은 돈을 벌어오고, 아내는 집에서 살림하며 애를 키우고……. 그게 부부관계의 끝이고 전부인가 묻는 거야.”“그럼 뭐가 더…….”“남자랑 잔 적은.”“네?”그제야 수혁이 진짜 하고자 하는 말을 깨달은 주이가 동요했다. 노골적인 언행에 주이의 작은 귀가 불처럼 시뻘겋게 달아오르는 것이 수혁의 눈에 고스란히 담겼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본 도서는 15세이용가에 맞게 수정&재편집된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