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코
장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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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밤

전쟁으로 동생을 눈 앞에서 잃으며 죽음을 예감한 수현 시체 속 무덤으로 다가오는 새에 의식을 빼앗겼을 때, 꿈결을 따라 그 속의 아이가 되어 새로운 세상에 버려졌다. 살아가는 것으로도 벅찬 수현에게 미련한 사람이 보였다. 밤에 녹아내리듯 하염없이 우는 이에게 건낸 손수건. 밤이 버거운 그 사람, 민석에게 자꾸만 손이 간다. “손잡아도 돼요?” 민석은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리보기] 민석이 여전히 빨간 얼굴로 나사 빠진 사람처럼 씩 웃었다. 수현은 직감할 수 있었다. 봄꽃이 터졌다고. 지금이 봄이 아니더라도 지금이 겨울을 향해 달려가는 계절이더라도 지금 눈앞에 있는 이것은 봄이 맞다고.  부드럽고 달콤하니까- 따뜻하고 포근하니까.  수현이 생각하는 봄꽃에 딱이지 않느냐고. 아니면 뭐란 말인가. 남들 다 아니라 해도 이것은 봄꽃이 맞았다. 그것도 그냥 봄꽃이 아니라 팡팡 터지고 있는 만발한 봄꽃이다. 수현이 웃었다. 얼마 만에 이렇게 웃어보는지 짐작도 하지 못한 채였다. 수현은 26년 만에야 알 수 있었다. 새까만 밤에 터지는 봄꽃이 얼마나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하는지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