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건드리지 마! 결혼할 거야! 나, 결혼할 거라고!” 악을 쓰다시피 했다. “뭐?” “나 결혼하라며? 지금이 조선시대니? 사귀어봐야 결혼도 할지 말지 판단할 거 아냐?” “뭐야! 너! 그럼, 이 사람과 결혼? 그래서 사귄다고?” “그래! 결혼할 거다. 이 사람하고! 됐냐? 나랑 결혼할 사람이다. 그래서 이 밤중까지 함께 있었다. 결혼할 건데 이게 문제야? 밤을 새웠다 해도 네가 어쩔 건데? 왜? 이제 제발 그만 좀 해라!” *** “그런 건 관심 없고 난 어쩔 수 없어요. 보배 씨를 거짓말쟁이로 만들지 않으려면 할 수 없어요.” 으으으······ 끔찍이도 말이 안 통하네! “절대로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닐 겁니다.” “하아! 결혼이 무슨 장사예요?” “말이 그렇다는 게지. 왜, 보배 씨는 내가 별로예요?” ······. “그럼, 해요, 결혼!” “뭘요?” “하자고요, 결혼.” “이 남자가, 정말!” “한 대 칠 기센데요.” “맘 같아선 그러고 싶어요.” 미치고 팔딱 뛰다 못해 숨이 꼴까닥 넘어가게 생겼다.
갑주가 본 남태영의 첫인상은 그랬다. 쌀쌀맞고 냉정한. 공룡으로 치면 포식자인 티라노사우루스 같은 남자. 태영이 본 송갑주의 첫인상은 그랬다. 뻔뻔하고 발칙한. 입바른 소리로 치면 세계 일등일 것 같은 여자. 공사현장의 건축담당자와 악질 세입자로 만난 두 사람. 아기 천사 재연을 두고 베이비시터와 보호자로 다시 만났다. “아버님. 제 말 안 들리세요? 저와 하루에 한 번, 단 5분이라도 면담을 해야 한다고 말했죠?” “알리고 싶은 게 있으면 적어서 제출해.” “이건 마지막으로 보내는 경고인데요. 앞으로 한 번만 더 반말하면 저 당장 그만둡니다.” “마음대로.” “그럴까요? 짐 싸죠.” 티격태격 엎치락뒤치락. 싸우다가 정들고, 눈 맞추다 입 맞춘다. ‘을’이지만 ‘갑’이 된 여자 송갑주와, ‘갑’이지만 ‘을’이 된 남자 남태영의 동거, 일상, 힐링 로맨스- 케렌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