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해요. 더는 당신 꼴도 보기 싫어요.” 어느 날 갑자기 3년 간 아내였던 여자가 기억을 잃었다. 그리곤 너무도 당당하게 요구했다. 대체 자기가 뭘 잘했다고! 교통사고 후 3년 간의 결혼생활을 완벽하게 잊은 수지. 에릭은 그와의 모든 추억과 기억과 그녀가 그에게 준 상처까지 깡그리 잊은 수지 때문에 황망했다. 얌전하고 내성적이고 조용하던 아내는 기억을 잃은 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해버리기까지 했다. 당돌하고 당차고 겁이 없었다. 조금도 지려하지 않고 조금도 주눅들지 않았다. 결혼한 3년 동안보다 그녀가 기억을 잃은 직후 훨씬 더 많이 싸웠다. 달라진 아내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은데, 정말 미치겠는 건 그런 그녀와 계속 함께 있고 싶어하는 자신이었다. 기억을 잃은 걸 계기로 오히려 서로를 더 잘 알아가게 된 두 사람. 하지만 서로에 대해 알아갈수록 수지가 잃어버린 기억이 두 사람 사이의 걸림돌이 된다. 수지가 잃은 기억 속에서 수지는 에릭에게 큰 상처를 주었고, 에릭은 그 상처에 대해 언급하지도 못할 만큼 아파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야 한다. 수지는 용기를 한껏 쥐어짜 기억을 찾을 결심을 한다. 그게 얼마나 아프고 무섭고 힘겹건 이대로 에릭을 잃는 것보단 나으니까. 에릭에게는 그만한 고통을 감수할 값어치가 있으니까.
전 약혼자 때문에 극심한 남성혐오에 걸린 연서에게 어느 날 말도 안 되는 날벼락이 떨어진다. 능력은 출중하나 여자들이 가만두지 못할 만큼 잘난 남자에게 여자들이 들러붙지 못하도록 가드하라는 명령이 그것이었다. 연서라면 그 남자에게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며. 별수 없이 그 남자, 남궁정을 가드하는 막대한 임무를 맡게 된 연서는 오래지 않아 이 남자가 여자 문제에 한해선 안전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비밀을 알게 된 연서에게 남궁정은 무지막지한 조건을 걸어오는데. “그럼 연서 씨가 소문을 퍼뜨리면 나랑 결혼하기로 하죠.” “네?” “소문이 퍼졌을 때 가장 좋은 대처 방법이죠. 연서 씨랑 난 비밀연애를 하고 있었는데, 연서 씨가 결혼을 앞두고 단단히 삐쳐서 홧김에 소문을 퍼뜨렸다는 결론으로 이끄는 거예요.” “본부장님, 제가 잘못 들은 것 같은데 결혼이라구요?” “남의 인생을 망가뜨렸으면 자기 인생을 걸어야죠. 연서 씨는 날 좋아하지도 않고, 평생 결혼할 일이 없으니까 나와의 결혼이 제대로 된 형벌이 되겠죠. 훗날 내가 좋아지더라도 난 연서 씨를 좋아할 일도 없고, 연서 씨가 날 원하더라도 내가 연서 씨를 원할 일도 없을 테니, 당신은 결혼이란 형벌 안에서 남편의 사랑과 존경을 못 받는 지독한 체벌을 받는 거죠.”
[단독선공개]미리는 27살, 하지만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LA로 어학연수를 떠난다.새로운 삶을 찾고 싶다는 충동에서 내린 결정이었다.LA에는 엄마의 오랜 친구이자 미리의 대모인 캐티가 살고 있었다.미리는 캐티의 집에 머물며 미국 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한다.그때 만나게 된 숙적, 릭 그랜트.그는 캐티의 조카이자 아들 같은 존재로, 캐티를 빌미로 미리에게 잔소리를 쏟아붓는 성가신 남자였다.미리는 릭만큼 성가시고 화가 치미는 남자는 처음 보았다.그와 상대하는 동안은 주위 모든 것을 잊을 정도로 열이 뻗치는데…….어느 날 미리는 예상하지 못한 충동을 느끼고 만다.“나로서는 최대한 공손한 거예요. 아니면 생글생글 웃으면서 ‘릭, 당신이 와서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쁘네요.’하고 얼싸안을까요?”“해 봐. 할 수 있으면.”릭의 눈이 호전적으로 빛났다. 그는 미리가 결코 하지 못한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미리는 그의 도발에 넘어가선 안 되었다. 하지만 저 남자의 저 눈빛은 정말 최고로 얄미웠다. ‘미안, 난 못 해.’ 하고 인정할 수가 없었다. 미리는 입술에 웃음을 우겨넣었다. 그리고 그의 입술로 자꾸만 흘러내리는 시선을 추어올렸다. 그녀는 그의 눈을 노려본 채 두 팔을 벌렸다. 그녀의 눈이 그에게 도전장을 내밀고 있었다.‘어디 견딜 수 있으면 견뎌 봐.’“릭, 당신이 와서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쁘네요.”미리가 국어책 읽듯이 딱딱하게 말했다. 그녀는 이제 정말 그에게 가까워졌다. 곧 그녀의 팔이 그의 어깨를 감싸고 다른 팔이 그의 목덜미에 닿을 것이다. 그럼 그는 가식 그만 떨라며 경멸 어린 표정을 지을 것이다. 미리는 즐거이 그의 반응을 기다렸다.하지만 그녀가 그의 어깨에 손을 내려도, 그의 목덜미에 미리의 손가락이 감겨도 그는 꿋꿋했다. 그의 시원한 코롱 향이 폐부 깊숙이 스몄다. 그의 체온은 어린아이의 것처럼 뜨거워 손바닥이 녹을 것 같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얽혔다. 미리는 동작도 호흡도 잠시 멈추었다. 그의 맑은 갈색 눈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쑥 빨려들어갈 것 같았다. 그 안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았다. 그 역시 미리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의 말간 눈이 점점 짙어졌다. 곧 그 담백한 색에 짙고 묵직한 무언가가 자리잡았다. 미리는 그 순간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고 말았다.그의 입술을 보았다. 부드럽고 매끄러운 그의 입술을. 살짝 다물린 두 입술 사이에는 은밀한 비밀이 담겨 있었다. 그 입술이 가볍게 열렸다. 마치 키스를 준비하는 것 같았다. 미리는 그가 끌어당긴 것처럼, 중력에 이끌린 달처럼 그에게 기울었다.
“자위?”세 개의 손이 동시에 날아들었다.“으읍! 켁켁!”세 쌍의 눈동자가 바쁘게 주변을 살폈다. 다행이다. 어느 커플만 요상한 눈초리로 그들을 흘끔일 뿐이다. 세 아줌마는 동시에 한숨을 내쉬며 손을 풀었다.“숨막혀 죽을 뻔했어!”“그러게 가시나야, 누가 입을 그렇게 싸게 놀리래?”“으아…….”정주의 비난에 수지는 가슴을 쳤다.“아줌마들아, 난 아직 멀쩡한 처녀라고. 이 처녀 가슴에 불을 질러도 유분수지! 너넨 침대를 따끈하게 데워줄 남편들이 있잖아! 뭐가 부족하냐?”정주, 나나, 미성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동시에 약속이라도 한 듯 땅이 꺼져라 한숨을 뱉어낸다. 수지는 정말, 정말로 이해할 수 없었다.“그래, 그게 문제야.”정주의 말이다.“누가 따끈한 걸 바란데?”미성의 말이다.“재교육을 시켜야 돼.”나나였다.(본문 중에서..)
어린 시절 받았던 따돌림으로 말미암아사람을 상대할 때 벽을 세워 버리는 남자, 현규.언젠가 잃을 것이, 그리고 잃은 뒤의 상실감이 두려워혼자 있는 것을 스스로 선택해 버린 여자, 혜미.가족에게 드러낼 수 없는 상처도 조용히 보듬어 주고,주변에서 제아무리 남녀 간의 우정이 없다고 해도 끄떡없는,깊고도 단단한 우정을 현규와 혜미는 나누고 있었다.그러다 보니 어느새 화법도 닮아 갔고,좋아하는 괴상한 취향마저 닮아 버린,속내를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그런 30년의 우정이었는데…….결혼을 하고자 현규가 선보기 시작하면서변함없다고 믿었던 우정에 다른 색이 시나브로 스며들어 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