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것도 설렁설렁, 수술도 설렁설렁. 그러나 무슨 이유인지 촉망받는 능력자, 정명대학병원 신경외과 전문의 한재열. “나가라, 꼬마야.” 욕심이 든 눈빛으로, 모가 난 말투로 늘 뾰족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정명대학병원 신경외과 레지던트, 문해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부류야. 대충 대충 사는 사람.” 1년 후 이 웬쑤들은 외나무다리, 아니 블라디보스톡의 한 병원에서 재회한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다시 함께 머물게 되었을 때 남자는 여자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차가운 눈덩이가 뒹구는, 인디고 블루의 바다 같은 여자를. “너한테서 사랑받는 건 어떤 느낌일까. 그게 궁금해.”
재현고등학교 제일의 꼴통 또라이, 최윤결 스물여섯이 되던 해에 ‘그 녀석’을 다시 만났다. 맞선 자리에서. “매일, 24시간 내내, 너랑 붙어먹을 생각인데 어때?” 재현고등학교 제일의 시크녀, 서혜준 스물여섯이 되던 해에 ‘그 녀석’을 다시 만났다. 맞선 자리에서. “어떠냐고? 결혼한 부부가 붙어다니는 건 당연한 거 아냐?” 헤어진 순간조차 가슴 아팠던, 파란만장 금수저 커플의 색(色)기 가득한 결혼 생활. 남자는 여자의 꿍꿍이가 궁금했다. 그래서 묻고 싶었다. 왜 뒤늦게 내 앞에 다시 나타났는지. 왜 나를 다시 헝클어뜨리는지. “그땐 어려웠고, 지금은 쉬운 이유가 뭐지?”
스물아홉 해를 살면서 그녀가 가장 잘한 일은 선우자동차 마케팅본부장 권영모의 비서가 된 것이다. 급류를 탄 듯 정신없이 흘러가던 채신희의 삶이 속도를 늦추고 찬찬히 굴러가게 된 건, 그를 만난 이후부터였다. “공석인 내 비서 자리에 신희 씨를 추천했어요. 하루에 한 번이라도 웃을 수 있을까, 해서.” 그때부터였을까. 그가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보내오는 섬세한 눈길과 체온에 가슴 한구석이 바스라진 건. “긴장할 필요 없어요.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만 하면 됩니다.” “…….” “대답 안 합니까?” “네……. 알겠습니다. 제가 제일…… 잘하는 겁니다.” 자신의 결핍을 그가 알아봤다는 생각. 그래서 있는 듯 없는 듯, 지내 달라고 주문했던 거라는 생각. 착각이어도 상관없었다. 그렇게 여기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저 이렇게 혼자 그를 품다가 어느 순간이 오면 깔끔히 정리하게 될 거였지만, “오늘 취소된 약속이 맞선이었다고.” 그 ‘순간’이 그의 결혼이 될지는 꿈에도 알지 못했다. *** 종이책에 공개되지 않은 미공개 외전입니다. 도서 이용에 참고 부탁드리겠습니다.
스물아홉 해를 살면서 그녀가 가장 잘한 일은 선우자동차 마케팅본부장 권영모의 비서가 된 것이다. 급류를 탄 듯 정신없이 흘러가던 채신희의 삶이 속도를 늦추고 찬찬히 굴러가게 된 건, 그를 만난 이후부터였다. “공석인 내 비서 자리에 신희 씨를 추천했어요. 하루에 한 번이라도 웃을 수 있을까, 해서.” 그때부터였을까. 그가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보내오는 섬세한 눈길과 체온에 가슴 한구석이 바스라진 건. “긴장할 필요 없어요.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만 하면 됩니다.” “…….” “대답 안 합니까?” “네……. 알겠습니다. 제가 제일…… 잘하는 겁니다.” 자신의 결핍을 그가 알아봤다는 생각. 그래서 있는 듯 없는 듯, 지내 달라고 주문했던 거라는 생각. 착각이어도 상관없었다. 그렇게 여기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저 이렇게 혼자 그를 품다가 어느 순간이 오면 깔끔히 정리하게 될 거였지만, “오늘 취소된 약속이 맞선이었다고.” 그 ‘순간’이 그의 결혼이 될지는 꿈에도 알지 못했다.
재현고등학교 제일의 꼴통 또라이, 최윤결 스물여섯이 되던 해에 ‘그 녀석’을 다시 만났다. 맞선 자리에서. “매일, 24시간 내내, 너랑 붙어먹을 생각인데 어때?” 재현고등학교 제일의 시크녀, 서혜준 스물여섯이 되던 해에 ‘그 녀석’을 다시 만났다. 맞선 자리에서. “어떠냐고? 결혼한 부부가 붙어다니는 건 당연한 거 아냐?” 헤어진 순간조차 가슴 아팠던, 파란만장 금수저 커플의 색(色)기 가득한 결혼 생활. 남자는 여자의 꿍꿍이가 궁금했다. 그래서 묻고 싶었다. 왜 뒤늦게 내 앞에 다시 나타났는지. 왜 나를 다시 헝클어뜨리는지. “그땐 어려웠고, 지금은 쉬운 이유가 뭐지?”
전 남친과 이별한 아픔이 채 말끔히 지워지기도 전에다른 남자한테서 긴장을 느꼈던, 유일한 그때를 기억한다.그때의 그 야릇한 기분과 야한 눈빛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그래서 그의 비서가 되었을 때, 그 긴장은 몇 배로 짙어졌다.“이럴 줄 알았다면 당신이 술을 마시게 놔두는 건데 그랬어.적어도 나한테 기대기는 했을 텐데.”“본부장님.”“내 다리가 어떤지 난 가르쳐 주지 않을 거야.당신이 계속 의심하고 헷갈려 하게 놔두도록 하지.그래야 틈틈이 당신이 날 생각할 테니까.”그는 어딘가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 사람 같았다. 흐릿하고 애매했다.마치, 걷어 내어선 안 되는 커튼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것처럼.허리를 감아 오는 남자의 유혹은 온통 그녀를 휘저어 놓았다.다른 생각, 다른 순간이 끼어들 틈도 없이그가 세진의 입술에 제 입술을 겹치며 속삭였다.“오늘 밤, 나하고 있어.”그는 밤과 잘 어울렸다.어둠을 있는 그대로 모아서 적당히 버무린 남자 같았다.
인세연국경없는 의사회 한국지부 소속 흉부외과 전문의“날 사랑해줘. 난 당신한테 천국보다 달콤한 시간을 선물할게.”그 남자의 속삭임은 악마의 그것처럼 쓰면서도 달았다.가면이나 위선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유혹적이었다. 속수무책으로 빠져들고 싶을 만큼. 차민권DBS방송국 시사교양본부 소속 5년차 피디“저는 촬영하지 않겠어요.”그 여자의 냉랭한 얼굴은 파란 빛의 눈동자만큼 차가웠다.보호색을 입힌 여린 동물처럼, 혹은 몸에 가시를 세운 고슴도치처럼 날카롭지만 헤집어버리고 싶기도 했다.상처도, 아픔도, 절망도 모두 지운 뜨거운 열사(熱沙)에서당신과 처음 만나 나눈 ‘안녕.’ 다시 만난 날그 맑은 햇볕 아래에서 나눈 또 다른 ‘안녕.’서로 다른 그 안녕에도 당신과의 시간이 있다.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건 운명이겠죠.”
“언젠가 우리…… 웃으며 행복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그의 말에 아뜩해졌다. 잡을 수 없는 바람처럼, 쥐면 손가락 사이로 죄다 빠져나가는 허무한 공기처럼, 도저히 실체가 잡히지 않는 막연한 그림. 어디에 색을 칠해야 할지 캄캄하기만 한 하얀 도화지. 이루어지지 않을지도 모를 열망에 기대어 그가 품고 있는 꿈과 세상은, 그녀가 대답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 사실에 서희는 서글퍼졌다. “난요…….” “기다릴게.” 속삭인 강진은 어두워진 서희의 눈동자와 대답을 외면한 채, 그녀의 뒷머리를 천천히 뒤로 젖히며 입술을 깊게 맞물렸다. 활짝 열린 입술 새로 거칠게 들여놓은 혀끝으로, 숨어 있는 그녀의 혀를 찾아 입안을 샅샅이 핥아 내리기 시작했다. 매끄럽게 뻗은 등골을 오르내리며 쓰다듬던 손을 돌려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감싸 쥔다. 반해의 로맨스 장편 소설 『낙원의 이방인』
그 집은 겨울과 함께 찾아왔다. 10미터쯤 떨어진 거리에, 이웃이라고 부를 수 있는 적당한 그 거리에. “대체 왜 온 거지, 이 동네에?” 집주인이 될 남자가 누군지 모르지 않았다. 친근하게 다가가 알은척을 하기엔 속이 부대낄 정도로 낯설고, 시종일관 냉랭하게 외면하자니 그것 또한 어색하다. 무엇보다, 늘 도망치고 싶은 기억의 한 부분에 그가 들어 있다는 사실이 적잖이 부담스러웠다. “나 모르겠어?” 양심에 찔릴 정도로 환하게 웃던 그가 초연의 아래위를 훑으며 입을 뗐다. 왜 모르겠어요, 그렇게 화려한 얼굴을. 모른 척하고 싶을 뿐이지. “아까도 창문으로 다 보고 있던데, 나 알아본 거 아니었어?” 변함없이 올곧고 다정한 눈빛과 마주하니 그때처럼 묘한 반발감이 일었다. “어쩌라구요?” 가장 싫어하는 계절에, 그가 다시 나타났다. 잊는 것에 성공한 줄 알았던 무거운 추억과 기억이 날카로운 창살처럼 그녀의 폐부를 찔렀다.
“우린 여전히 파혼한 사이잖아요.” 집안의 미운 오리 새끼이자 잘나가는 방송 작가, 류다이. 뜻하지 않은 그와의 재회에 잔잔하던 일상이 크게 흔들린다. “살벌하군. 당신이 파혼 얘길 꺼낸 날, 그래도 우리 꽤 애틋했던 것 같은데.” 오기일 게 분명한 그의 도발에 결국 평정심을 잃어버렸다. “한 달 동안 여기서 지내려구요. 그리고 마음껏 괴롭히세요.” 다이는, 그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파혼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파혼한 게 자랑인가?” 기승전자그룹 회장의 아들이자 잘나가는 방송 PD, 정유현. 뜻하지 않은 그녀와의 재회에 시작부터 불쾌함만 쌓인다. “정유현 씨. 그런 결정을 혼자 내리다니 PD의 갑질 아닌가요?” 그녀의 달라진 표정과 태도에 이유 모를 오기마저 생겨 버렸다. “거부하면 나한테 미련이 남은 걸로 오해할 겁니다. 나, 그런 오해 아주 잘하거든.” 유현은, 그저 그녀가 원했기에 파혼했을 뿐이었다.
놀리는 재미가 쏠쏠했던 여자. 밤마다 떠올라 잠 못 들게 만들던 여자.숙부의 비서였던 그 여자가, 사표를 내고 더이상 나타나지 않는다. 찾아서 돌려놔야겠다. 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킨keen: 난생 처음 열중하다. 서위진, 인학그룹의 유일한 골칫덩이.그 골칫덩이가 되기 위해 긴 시간을 낭비하며 살아왔고앞으로도 낭비하며 살아갈 작정이었다.길 앞에 어떤 복병이 숨어 있는지도 모르고.“못된 나를 착한 당신이 무찔러봐.”더티dirty: 난생 처음 욕망을 보다.정유인, 인학그룹 부회장의 비서.말이 안 될 정도로 팍팍하고 쓰디쓴 삶이더욱 비참해지려 할 무렵, 난데없이 한 남자가 날아들었다.야한 웃음을 물고서.“거래는 끌리지만, 제 타입이 아니십니다.”<[본 도서는 15세이용가에 맞게 수정&재편집된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