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럽게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건후는 눈을 감은 채 제게로 다가오는 서윤의 기척을 느꼈다. 감질날 만큼 느릿하고 조심스러운 걸음이었다. 영영 닿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초초해질 정도였다.체향이 아니었다면 중간에 걸음을 멈췄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 특유의 달콤한 체향이 느껴졌다.잊힌 것 같아 감질나고 잊히지 않는 것 같아 짜증도 났던, 과일을 연상시키는 향기가 생생하게 살아났다기억들이 소스라쳐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주 많은 행복했던 기억들과 그 모든 걸 부쉈던 단 하나의 장면도.건후는 눈을 떴다. 한 뼘도 안 되는 거리에 서윤의 얼굴이 있었다. 당황한 듯 속눈썹이 바르르 떨린다.“자는 줄…….”[본 도서는 15세이용가에 맞게 수정&재편집된 도서입니다]
[15세 개정판]염지윤-5년 사귄 남자에게 실연당한 여자.강윤후-실연당하는 여자에게 심장이 흔들린 남자. *본문 중에서 지윤은 눈을 질끈 감았다. 어쩌면 나쁜 꿈을 꾸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분명 이건 악몽이었다. 그때였다. 무언가 입술을 스치고 지나가더니 쪽 하는 소리가 났다. “엄마야.”지윤은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위험해.”윤후가 지윤을 잡아당겼다. 뒤쪽으로 쌩하니 차가 지나갔다. 위험할 만큼 가깝게 지나간 건 아니었지만 속력과 소리 때문에 지윤은 깜짝 놀랐다. 놀란 건 윤후도 마찬가지였다. 윤후는 엉겁결에 지윤을 가슴으로 끌어 당겨 안았다. 그러자 의외로 꼭 들어맞게 쏙 들어왔다. 그게 기분 좋아 윤후는 지윤을 두 팔로 꽉 끌어안았다. 당황한 지윤이 열심히 밀어냈지만 단단하게 닫힌 팔은 열리지 않았다. “어머, 이 사람 미쳤나 봐.”“잠깐만.”“놔요.”“오 초만.”지윤은 당황스러워 죽을 것만 같았다. 이 남자는 제정신이 아니야. 어떻게 처음 보는 여자한테 이럴 수가 있지? 게다가 오 초라고 해놓고 놓지를 않는다.“이봐요, 오 초 지났어요.”
할로윈의 밤, 그녀는 마녀가 되었다.그녀가 저지른 잘못이라곤 할로윈의 밤에 마녀의 언덕을 지나간 것뿐이었다. “전 마녀가 아니에요.”“아니, 넌 마녀가 분명해.”마녀가 아니라는 걸 확인시켜줘야 하는데 상황은 점점 나빠진다. 인생 최대 난관이 다른 세상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난, 칼릭스 데 토르메스, 신이 사랑한 땅의 주인이야.”“전 나마리, 아니, 마리나예요.”“마녀만 아니라면 너를 좋아할 수도 있을 것 같아.”하지만 나타나는 건 그녀가 마녀라는 증거들뿐이다<[본 도서는 15세이용가에 맞게 수정&재편집된 도서입니다]>
10년 전 공중 분해된 해동 그룹의 후계자, 태무열.그가 돌아왔다.“너 맞아?”“불행히도.”웃음기를 띤 입술이 심술궂게 일그러졌다.해령에게 다가서는 무열의 눈이 어둠 속에 도사린 짐승처럼 번득였다.“넌 알거야. 우리 집이 그렇게 돼버린 이유.”“난 몰라.”“아니. 넌 알고 있어.”무열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알아야 했을 거야. 내가 아는 채해령이라면.”해령은 확신에 찬 무열의 얼굴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넌 어차피 나와 결혼하게 될 거야. 네 의지와는 상관없이.”그와의 결혼은 불가능한 일이었다.아버지가 그의 집에 한 일을 생각하면.“아버지를 어떻게 설득한 거야?”“협박.”“……뭐?”“놀랄 거 없어. 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사용한 것뿐이니까.”무열은 확신하고 있었다.어느 누구도 자신을 막지 못하리라고.<[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
선우 서랑. 가질 수 없는 것에 욕심 부리지 않는 여자. 영화계의 섹시 카리스마로 통한다. 청순가련과는 담을 쌓은, 조연을 전전하는 여자지만 나름 만족하며 살고 있다. 우연히 화끈하게 달아오르게 하는 남자를 만났지만 이 남자와의 더 가까운 접근은 금물. 단 지황.세계적 기업인 대륙그룹의 절대자. 우연히 눈에 들어온 여자에게 마음을 뺏기지만 이 여자는 끊임없이 장애물을 내세운다. 돈 자랑하면 끝이라는 협박을 서슴지 않는 여자는 연애의 조건으로 오 개월이라는 시간을 내세운다. 그래 놓고도 호시 탐탐 도망갈 기회를 엿보는 여자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