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들에 손을 올린 채, 한 남자가 안에서 두 사람을 지그시 바라봤다. 비어있는 옆 좌석 사이로 창밖의 장면이 가슴을 아프게 파고들었다. 시종일관 회사에서 보여준 차가운 모습과 달리 슬픈 표정을 한 윤재가 그들이 있던 자리를 바라봤다. “난 당신의 그림자가 아니야.” 조금 전, 자신의 사무실에서 이별을 고한 여자가 들려준 한마디는 언젠가 은호가 한 것을 그대로 닮아있었다. “난 형의 그림자가 아니야.” 울 것 같은 눈으로 덤덤하게 뱉던 그 옛날의 원망이, 오늘은 서연의 목소리로 겹쳐져 전신을 덮쳐왔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똑같이 들려준 두 사람이 윤재의 망막에 비수처럼 꽂혀 들었다. 서윤재란 빛에 가려 그늘이 되었다는 두 사람이 짜 맞춘 듯 같은 소리를 하고 마주 보며 웃었다. 한 번도 제게 보여준 적 없던 해맑은 표정을 한 윤은호 네가. 오직 자신만이 아는 이서연 너의 미소를 만났다. 서로를 함께 보던 그 순간이 너무도 닮아 보여서. 그게 너무도 불안하게 느껴져서. 윤재는 이러다 저 둘이 어딘가로 떠나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 작품은 15세이용가로 재편집된 작품입니다.]“어제 잘 보냈어요?”지형이 가져온 브리프 케이스를 내려놓기 무섭게 네! 라는 답이 외쳐졌다. 앞줄부터 채워진 자리는 신기하게도 여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날이 날이니만큼 오늘은 한 번 출석체크를 해볼 마음이었다. 자신의 수업에 꼭 들어오겠다는 타과의 학생들까지 합세해 수강신청은 언제나 전쟁 아닌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그게 대단하기도 하고 또, 그 속을 뚫고 온 승리자들을 한 명씩 확인해 보고 싶기도 했다.“이수인.”“…….”“이수인. 결석인가?”‘결석인가 보네.’하고 볼펜으로 선을 긋는 순간, 별안간 쿵! 소리와 함께 ‘아!!!!!!!!’하는 소리가 구석에서 흘러나왔다. 그 바람에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한곳으로 쏠렸다.수인은 너무 아파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옆을 째려보았다. 승원이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키며 소리 없이 입 모양으로 다급하게 ‘출석!’이라고 외쳤다. 출석? 그제야 정신이 든 수인이 이마에 댄 손을 얼른 떼고 높이 들면서 ‘네!’ 목청을 높였다.“이수인?”“…네.”수인은 아까의 당찬 패기는 어디로 가고 부끄러움에 모기만 한 소리로 대답했다.그리고는 에라 모르겠다 라는 심정으로 고개를 들고 손을 높이 든 채 교수에게 자신의 위치를 확인시켜줬다.지형이 출석부에 체크한 걸 다시 정정하고 그녀의 얼굴을 쳐다봤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는 순간, 수인은 그 자리에서 심장이 멎을 뻔했다. 아니 다시 기억해보면 정말로 사람의 심장이 멎을 수도 있겠구나 라고 생각했다.지형 역시 어느새 입가에 미소가 모두 사라져버린 채, 멍하니 수인을 바라봤다. 시간이 정지해버린 것 같았다. 꽉 차 있던 강의실에는 순식간에 모두가 사라지고 둘만 남은 듯했다. 갑자기 한 달 전으로 되돌아간 기분이었다.절대 잊을 수 없는 그 날 밤, 그 여자.자신에게 하룻밤 꿈처럼 다가와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그 여자.그 여자가 다시 한번 지형의 눈앞에 있었다.
(15세 개정판)"잘 봐둬. 이게 내가 사랑하는 방식이야." - 진우"진짜 널 사랑하는 사람은 나뿐이야." - 세현어느날 갑자기 천애고아가 되어버린 '재희'에게는어릴적 약혼자였던 '세현'이 유일한 버팀목이자 활력소이지만,그녀를 반대하는 세현의 어머니때문에 재희는 그에 대한 마음을 접을 수 밖에 없다.하지만 그런 그녀의 마음도 모르고 오늘도 세현은 적극적으로 재희에게 대쉬를 하고,재희는 그의 마음을 받아주기 힘들어 애써 외면한다.그러던 어느날 우연처럼 그녀의 앞에 나타난 '진우'가 그녀에게 거액의 아르바이트를 제안하고,돈이 궁했던 재희가 그 아르바이트를 수락하며 세사람은 걷잡을 수 없는 사랑의 굴레에 빠지게 된다.두 사람의 절절한 사랑을 받지만,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은 그녀.'그날 그곳에, 재희.'Illust by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