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제 스무 살인데! 유부녀가 말이 돼?” 소희는 스무 살 생일이 지나자마자 부모님으로부터 남편 될 사람이라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은 남자를 소개받는다. 여심을 흔들 정도로 연예인 뺨치는 외모가 두근거리긴 하지만, “수상유(水上油)라 저도 딱히 좋아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거만하고 버르장머리 없어 보이는 게 딱 ‘조카 크레파스’다! 결국, 부모님의 계략에 속아 감금 아닌 감금으로 성주신과의 신혼 생활을 시작하게 되는데……. “그, 그만!” 있는 힘껏 무영을 밀쳐 낸 소희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반들반들하게 윤이 나고 있는 입술을 손등으로 훔쳐 낸 그녀가 여전히 소파에 누워 있는 그를 향해 말했다. “손! 손이 왜 들어와요!” 소희는 화끈거리는 얼굴을 손바닥으로 감쌌다. 그의 손이 닿았던 곳이 찌르르하기도 하고, 간지러운 기분이었다. “음. 본능적으로?” 민망한 듯 배시시 웃는 무영을 소희는 힘껏 쏘아보았다. 천의를 저버린 조상으로 인해 저주받은 운명을 이어 가야 하는 소희. 행복했던 시간은 그들의 것이었으나, 고통은 오로지 후대의 몫이었다. 성주신과 혼인해야 하는 업보의 고리에 묶인 그녀는 과연, 운명을 거스르고 질긴 저주를 끊어 낼 수 있을까?
온몸을 짓누르는 야릇한 감각.터질 것같이 빠르게 뛰는 심장 고동.발끝에 전해지는 간질간질한 기분.음의 기운이 가득한 시각, 송하를 찾아오는 정체불명의 그것.“혹시 귀신인가요? 나한테 왜 이러시는 거예요?”「미안해요. 내가 왜 이러는지 나도 몰라요.」“됐고! 그럼 오늘 밤에도 여기 있을 거예요?”「나가고 싶은데 날이 밝기 전에는 못 나가요.」아침이면 홀연히 사라지고 밤이 되면 또다시 찾아오는 기묘한 존재.용한 무당이 써 준 부적도 효력이 없고,목소리만 들리던 그것이 어느 날부터 형체까지 보이기 시작했다.“근데 원래 그런 표정이었어요?”「제 표정이 어떤데요?」“너무 슬퍼서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요.”누군가의 온기가 그리운 여자와 밤에만 찾아오는 남자의오싹하면서도 뭉클한 동거 로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