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2학년, 어렸던 그 시절 우리는 만났다. “다리, 그만 좀 떨어.” 뭐 이런 인종이 다 있지? “내가 내 다리 마음대로 떨겠다는데 뭔 상관이야.” 이래저래 피곤하게 사는 계집애. 취미는 글쓰기. 깔끔한 것을 좋아하고, 혼자 있는 데 익숙한 예쁘장한 여자아이, 은재. 취미는 농구. 단순한 사고방식, 모두와 잘 어울리는 장난기 많은 남자아이, 성현. 어쩌다 짝이 된 극과 극인 아이들의 관계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가끔은, 외롭단 말이야.” 성현은 놀란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은재 말이 맞다. 미움 받는 게 좋은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천천히, 노력해 보자.” 하나부터 열까지 서로 다른 아이들의 풋풋한 첫사랑 이야기.
원래 히어로들은 좀 바본가? 뉴스에서 비치는 그들은 맨손으로 무너진 건물을 받치고 불은 끄는 데다 차를 가볍게 들어 올리는 등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괴물이었다. 언젠가부터 서울 중심에서 테러범들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는데. 그런 빌런들을 잡아내는 것만 봐도 똑똑하고 대단한 사람들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그녀의 앞에 있는 히어로들이 이래서야 상상했던 이미지와 영 맞지 않았다. “아씨, 내일 또 모이래.” “아, 제발. 우리 학생이라고.” “우리나라는 고3 인권도 없는데 히어로 인권도 없음. 그러니까 우린 인권이 없음.” “욕 나오니까 너 그 말투 좀 쓰지 마.” ……저기, 얘들아. 정체를 숨길 생각은 있는 거지? 좀 닥쳐 줬으면 싶은데 그럴 기미가 없는 녀석들이 제일 친한 친구라는 게 서글프다. 나은은 히어로물 광팬이었지만 그 안에 속하기는 원하지 않았다. 굳이 제 인생의 장르를 꿈꿔 보자면 꿈과 사랑이 피어나는 로맨스물의 주인공이었지. 다행히 세상에서 제일 다정한 남자 친구를 만나서 이제 두근두근 하이틴 로맨스를 펼쳐 나기만 하면 됐는데……. “남자 친구랑 싸웠을 때 연락해. 위로해 줄게.” -뭐야. 이 히어로의 탈을 쓴 쓰레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