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부터 시작하여 지긋지긋하게 얽히는 그와의 사이는 나리에게 늘 최악이었다. 그만 좀 떨어지게 해주세요. 하늘에 빌고 빌어도 늘 그와 같은 학교, 같은 반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이제 송시우 라는 이름만 들어도 절로 몸서리를 칠 정도였다. "넌 내가 싫냐?" 그럼 좋겠냐? 나리는 속으로 악에 바치듯 질렀다. 대체 넌 왜 이렇게 나랑 매일 꼬이는건데. "말해봐. 싫냐고." "그걸 왜 묻는 건데." "중요하니까." "왜 중요한데?" 시우가 멈칫 하더니 책걸상에 걸터앉아 나리의 눈을 바라보았다. 째깍, 째깍. 교실 안에 있는 시계만이 그들 사이를 맴돌았다. 나리는 그가 왜 이러는지 영문을 몰라 미간을 좁혔다. "너는 나랑 무슨 사이라고 생각 하냐?" "친구 사이..?" 웬수 사이라고 하려다가 참았다. "웃기고 자빠졌네. 난 너랑 친구 하기 싫어." "그, 그럼 뭐하고 싶은데." 시우가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작은 파장을 일으키듯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교실 안을 울렸다. "사귀자." 그 말이 나리의 귀를 후벼 파는 순간, 가슴이 쿵 하고 떨어졌다. 그들은 한참동안 서로를 바라보았다.
알크레시아 대륙의 헤르만 왕국군은 알크레시아의 양대 강국인 산악국가 노반과 크레안 제국을 차례로 격파한 후 눈을 북구의 광활한 대지로 돌린다. 승승장구의 연승행진이 이어지면서도 군단의 두 남녀는 고민에 빠진다. 겨울의 추위와 군량의 부족. 그에 대한 대응책으로 왕국군은 근처의 부락을 습격하기로 결심하고 작전에 임하는 와중에 왕국군의 중심인 왕이 사라지는 한편 북구에서는 왕국군에 대항하여 어떤 한 남자의 이름 아래 수많은 각기 다른 부족들이 응집하기 시작한다. 전쟁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듯이 평화로운 북구의 한 마을에선 북구인들과 모습이 다른 한 소녀가 모두의 사랑과 시기를 받고 있다. 그 평화로운 마을에 낮선 이방인이 찾아옴과 동시에 북구의 전쟁영웅이 방문한다. 그리고 전쟁영웅과 함께 찾아온 전란의 불씨가 피어오른다. 마을은 순식간에 전장의 한복판이 되고 그 중심에 소녀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 소녀를 중심으로 무대는 영원의 숲속 한 가운데 있는 검은 숲으로 옮겨지고 숲의 마녀의 존재와 함께 두 대륙 간의 분쟁은 심화된다.
내가 아르바이트 하는 편의점에 늘 같은 주스를 사는 남자 손님이 있었다.하루가 멀다 하고 오는 그 남자는 늘 무표정이었다.사람을 잘 기억을 못 하는 나인데, 그 남자 손님이 유독 기억이 남는 이유는 잘생겨서 그런 것도 있었고, 매일 똑같은 주스를 사는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늘 꽃내음이 난다는 것이었다. 한겨울인데도 불구하고 봄같이 따뜻하고 예쁜 꽃내음이.어느 날부턴가 그 손님은 주스 두 개를 사서 하나는 꼭 나를 주었고, 점점 그 손님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그 손님의 이름이 ‘진의현’이라는 것과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시간이 흘러 그의 꽃내음만 맡아도 가슴이 두근거렸다.“관심 있어요.”“인아 씨한테.”그는 두근거릴 정도로 행복한 꽃길을 선사해 주었지만, 그건 잠깐의 순간이었다.“심심해서, 딱 일회용 꽃으로 삼기 좋을 것 같아서.”그는 한순간에 나를 꺾어 버렸다.<[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