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가 돼주겠습니까?” 그가 묻는다. 아내가 되어주겠냐고. 그런데도 그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당신은 거절 할 수 있습니다. 나야 다시 다른 사람을 찾으면 되니까.”떨리는 그녀의 시선이 다시 그에게 닿았다. 그가,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며. 우아하면서도 냉담한 그 얼굴과 마주한 순간. 전혀 다른 의미로 그녀의 세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굳이, 그런 식으로 못되게 굴 필요는 없었지만. 그에겐 자신이 있었다. 흔들리지 않을 자신. 그리고 확신.그때까지 그는 알지 못했다. 장담하듯 내린 이 어리석은 판단과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차가운 말들이언젠가 부메랑처럼 달려와 후회를 야기하고그의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고 말 거란 걸.화가 나는 건 왜일까. 아니, 난 누구에게 화가 나는 걸까. 최악이다, 이런 건. 잘못된 퍼즐 한 조각이 모든 걸 망쳐버린 것 같은. 그래서 미안하지만, 이런 내가 이기적인 것도 알지만…… 당신 옆에서 다른 남자가 웃는 것만큼은 더 이상 보고 싶지가 않다. [본 도서는 15세이용가에 맞게 수정&재편집된 도서입니다]
날카로운 눈매 때문에 일찌감치 주인공 역에서 제외된 고나리는 자타공인 악역 전문 배우다. 재수 없게도 남자친구가 바람피우는 현장을 실시간으로 목격한 그녀는 충격을 받는다. 더 놀라운 건 바람 난 상대가 그녀도 출연 중인 드라마 ‘막강한 연하’의 여주인공이란 사실이다. 너도 주인공이냐? 나도 주인공이다! 그녀는 또 다른 주연이자 평소엔 말도 걸기 힘들었던 ‘넘사벽’ 스타 민서후에게 데이트 신청을 해버린다. “식사 안 했으면 밥 먹을래요?” 홧김에 용기를 내봤는데 어째 일이 이상하게 흘러간다. “오래전부터 당신 눈이 예쁘다고 생각했어요. 그 자식이 아니라 내가 먼저였다고.” 저랑 한 끼만 먹어줘도 감지덕지하던 민서후로부터 고백을 듣지를 않나. “딴 남자하고 말도 섞지 마요. 눈도 마주치지 마요. 그게 뭐든 나랑만 해요.” 미저리 같은 집착마저 달콤한 이 남자, 나만 보면 찬바람 날리던 그 인간 맞아?
어둠의 조직 우거지파의 넘버 쓰리, 쌍칼 정의림.조직원의 배신으로 재벌의 저택에 숨어들면서 메이드로 가장하게 되었다.그런데…… 하필 심상치 않은 냉미남 첫째 도련님의 전담 메이드라니.까다로운 첫째 도련님 강태훈은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밥맛이다.자꾸 자기 사무실에만 있으라고 하질 않나, 제게 ‘밀착’해 있으라고 하질 않나…….게다가 어찌나 오만하고 도도한지, 그의 눈을 보면 자꾸 얼어붙게 된다.한없이 가벼운 바람둥이 둘째 도련님 강이현도 밥맛이긴 마찬가지.의림을 졸졸 따라다니며 성가시게 군다.여자 앞에서 진지해 본 게 처음이라나, 뭐라나.다시 조직으로 돌아가기까지의 앞날이 막막하다.‘나,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까?’
사고 후, 눈을 뜬 그녀는 섬뜩한 진실을 깨닫는다.‘전생이 떠올랐다.’심지어 제 가문을 멸문지화 시킨 원수가 지금 그녀의 남편이었다.믿을 수 없는 현실에 몸서리치던 그녀는 결심한다.‘반드시 저 찢어 죽일 놈과 이혼하고 말 테다.’그런데 남편이 이상하다.사막의 황량함에 비할 바가 아니던 삭막한 눈빛에 알 수 없는 감정이 피어오르고, 지극히 무심하던 남자가 언제부터 그녀만 보면 떨어질 줄 모른다.그럴수록 짜게 식어가는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아내가 이상하다.유혹하듯 깜빡거리던 두 눈은 적의로 가득하고 관심받기 위해 애가 타던 입술에선 상상도 못 한 말이 흘러나왔다.“그대와 나의 혼인을 무효로 했으면 하오.”그는 잠시 침묵했다. 사실은 황당했다. 교통사고 후유증이란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 않고선 저 이상한 말씨나 그녀에게서 풍기는 결연함은 어떻게 설명한단 말인가.그러나, 누구보다 이혼을 원했음에도 불구하고.싸늘한 빛을 품은 아내의 눈동자 앞에서 그는 선뜻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전생이 떠올랐다 #눈 떠보니 원수가 남편 #계약결혼 #재벌녀 #상처남 #관계역전 #존댓말남 #철벽남이 댕댕이로 #내 아내가 이렇게 예뻤나
몸도 마음도 바스러질 것 같던 순간, 그녀 앞에 나타난 남자는 악마처럼 아름답고 위험할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머리로는 안 된다는 걸 알면서 그녀는 이미 그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래, 어쩌면… 아주 잠깐 마음이 흔들려 남자의 다정함에 기대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이 하룻밤이 어떤 의미가 될지 모르고. *** 그의 입에선 짓이기는 듯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아무 놈이나 골라서 할 결혼이면 나하고 해.” 오해가 있는 모양이다, 생각하면서도 그녀는 이 상황이 당황스러웠다. 그녀의 침묵에 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사랑이 없어도 좋아. 몸이라도 와.” 투명하고 말간 눈동자에 그의 얼굴이 비쳤다. 절박함을 이기지 못한 그는 거침없이 말을 쏟았다. “적어도 우리, 몸은 꽤 잘 맞았잖아.” 네 옆에 있고 싶다는 말을 이렇게 내뱉는 자신이 지독하게 한심했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못했다. “난 미치게 좋았거든.” 그녀를 담은 눈동자엔 광기를 닮은 집착이 넘실거렸다. 한 걸음 다가온 그가 그녀의 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며 속삭였다. “지금까지 미쳐 있을 정도로.” 7년 만의 재회. 다시 만난 그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메마른 표정은 생기를 잃었고, 눈빛은 상처 입은 짐승처럼 위태로웠다. 하지만 여전히 위험할 정도로 매혹적이며… 변함없이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내 애인이 돼줘, 강 비서.” 짝사랑하던 상사에게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사심 없이 날 도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 강 비서 같은 사람.” 그것도 사심이 없어 보인다는 이유로 말이다. 그녀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그녀의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다른 사람에겐 뺏기기 싫었으니까. 비록 기간이 정해진 가짜 애인이라도. *** 그만두겠다는 그녀의 말에 그가 별 희한한 소리를 들었다는 표정을 했다. “그만두겠다는 건 비서를 말하는 건가. 아니면…….” “비서도, 대표님의 애인 역할도 모두 그만두겠다는 겁니다.” 미리 준비라도 한 것 같은 차분한 말씨에 그의 눈에선 사나운 불꽃이 튀었다. “어떤 새끼야?” 필터링 없이 튀어나온 날 선 음성에 그녀의 눈가로 파문이 번졌다. “강 비서 마음에 있는 새끼가 누구냐고.”
해승그룹 후계자 서도빈의 숨겨진 연인, 정다예. 그가 웃으라면 웃고 오라면 왔던 충실한 그의 인형이었다. 그러나 도빈의 추악한 이면을 마주한 그 밤. 공포와 혐오에 갇힌 다예 앞에 구원처럼 나타난 한 사람. “이제는 괜찮아. 내가 왔으니까.” 그녀의 어린 시절 한 귀퉁이를 따뜻하게 물들였던 아이. 어느덧 훌쩍 자란 은호가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내가 너의 손을 잡아도 될까. 세상이 우리를 손가락질하고 널 아프게 하면 어쩌지. 불안해하는 그녀의 귓가로 흔들림 없는 은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도 난 후회하지 않아.” 날 기다리는 게 파멸뿐이라도 기꺼이 널 가질 거야. 음습한 속엣말을 삼킨 은호의 눈동자에 광기가 어렸다.
갇히다니. 그것도 내 집에서! 유준은 집 안의 낯선 공간으로 뚝 떨어졌다. 늘 냉정하고 무심한 쇼윈도 아내, 서연과 함께. "이런 상황에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당황스러운 사태에도 지나치게 침착한 서연이 답답했던 유준은 결국 참지 못하고 먼저 말을 건네는데, "당신과 자고 싶다는 생각." "……!" 예상치 못한 대답이 벼락처럼 떨어졌다. 냉담하기만 하던 서연이 유준을 가만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눈동자엔 한 번도 본 적 없는 열기가 엿보였다. "……감당할 수 있어?" "자신 없어? 자신 없으면 관두든지." 잠시 얼어붙은 유준은 제 안의 뭔가가 툭, 끊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그의 손은 갈급하듯 서연에게로 향했다. "미쳤군. 미친 짓이야, 이건." 그러나 이미 늦었다는 건 그도 알고 있었다. 찰나의 순간, 서연의 입가에 스친 미소도 알지 못한 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