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안나(유아나)
요안나(유아나)
평균평점 4.40
웨딩드레스를 벗기는 방법

“저 여자, 누군지 알아봐.”웨딩플래너, 이지수의 의연한 모습에호텔 I의 대표, 연우석이 꽂혀 버렸다.“이지수 씨, 내 밑에서 일할 생각 없습니까?”“없습니다만.”호텔 입사를 제안하기 무섭게 거절했던 그녀가우석을 먼저 찾아왔다.“제가 여기서 일하는 대신, 저 5억만 빌려주실래요?”“5억이라…….”이런 간 큰 제안을 하는 그녀가 더 궁금해졌다.우석은 입꼬리를 올리며 손을 내밀었다.단,“나도 조건이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나랑 잤다고 하세요.”“네?”뭐하면 정말 자도 되고.연우석, 그의 속을 도무지 알 수 없다!

이사장님, 여기선 곤란해요

희대의 여성 스파이였던 마타하리 버금가는 취재를 해 오라며선배 기자가 지어 준 잠입명 ‘마타리’.나이 스물일곱에 다시 학교 다니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취재 대상인 이사장이 뜬금없이 고백을?!“고백한 거 아닌데?”“그럼 뭔데요?”“꼬시는 거죠, 나랑 연애하자고.”고개를 갸우뚱 기울이며 빙그레 웃는 모습이 매혹적이다.이사장님, 여기서 이러시면 곤란해요!이사장이 사회부 기자에게 밑밥 던지고 시작하는 곤란한 연애기!

단아한 그녀의 최강 연애 코치

“저, 선생님……. 맞으시죠?”목이 잔뜩 늘어나고 프린팅된 글자가 쩍쩍 갈라진 티셔츠와 통이 어정쩡한 청바지,뱅글뱅글 도는 꺼벙이 안경을 끼고 있는 퀭한 얼굴을 한 여자, 한단아“네, 맞습니다만.”자신만의 뮤즈를 찾고 있던 명실공히 한국 최고의 남성복 디자이너, 최강짝사랑으로 전전긍긍하던 한단아가 발견한 한 장의 전단지.[연애 제대로 가르쳐 드립니다! 최강 연애 코치의 맞춤 강의! 지금 전화 주세요!]그 한 장의 전단지가 이들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동그랗고 까만 눈동자가 자신에게로 향하자 강은 괜히 마른침을 한 번 꿀꺽 삼켰다.정체 모를 긴장감이 몰려왔다.“혹시, 두근거리셨어요?”“뭐?”“코치님이요. 저랑 같이 공포 영화 보시는 동안, 제가 그렇게 막 팔뚝 붙들고 그러는 동안…… 두근거리셨어요?”한 대 얻어맞기라도 한 듯 강의 입술이 슬쩍 벌어졌다.“두근거리셨어요? 여기서…… 지금?”서늘하지만 다정한 까칠남 최강과 유쾌발랄 엉뚱한 모범생 한단아의좌충우돌 연애 수업, 절찬 진행 중!

착한 타락

버킷리스트 속 초록빛 오로라가 찬연한 알래스카에서의 만남은꺼져 가는 삶의 끝자락에 선 선진에게 구원이 되었다.피치 못한 이별 후 9년. 구원이었던 그가 꿈처럼 나타났다. _선진9년 만에 재회한 그녀는 다른 남자를 곁에 둔 채였다.그녀를 지켜 주고 싶단 그 남자의 말이 왜 무의미한 소유권 주장으로만 들리는 걸까?이제 와 내가 그 여자를 차지하겠다고 나서면 어쩌려고? _기주“내가 어떤 놈인지 몰라서 겁이 났습니까?그래서 9년 전 그렇게 도망갔나?지금은 어때요? 이제 나 정도면 결혼을 해도 손색이 없을 텐데.”“이봐요, 신기주 씨. 아무리 그래도 평생 살 맞대고 살 사람을 두고계산기 두드린다는 게 정상적이라고 생각해요?인간성의 타락이죠, 그건.”“그럼 나랑 그 타락 한번 해 보는 건 어떠십니까, 윤선진 이사님?나랑 살 맞대 봤을 때, 별로였나? 난 좋았는데.”선진의 심장은 변해 버린 남자의 원색적인 제안에도 기민하게 반응했다.저 남자와 함께라면 그마저도 착한 타락이 될 것만 같아서.

첫날 밤 계약

신부 진소한은 신랑 문진우를 남편으로 맞아 평생 존경하고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까?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 거짓이었나 보다.  흰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 날, 진소한은 첫사랑 문진우의 신부가 되었다.  ..

가장 완벽한 결혼

“아내의 역할에는 충실할 자신 없어요.” 여자는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다짜고짜 말했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나는 벌써 이 결혼이 마음에 들어 버렸는데. “그 말은 남편의 역할을 강요할 생각도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됩니까?” 아무렴 어때, 어쨌든 부모님 원하시는 대로 결혼하는 대신 자유를 얻었잖아? 과연 순수하고 맑은 소윤이 선재의 마음을 꿰차는 게 먼저일까? 아니면, 결혼에 미지근한 선재가 늑대 같은 남자로 변하는 게 먼저일까?

무슨 사이

상실의 아픔을 가진 1605호 그. 배신의 상처를 가진 1606호 그녀. 두 사람이 서로 마주 보다. “안녕하세요? 눈이 부시네요.” 대체 무슨 뜻이냐는 물음표가 가득한 얼굴이다. 자신이 하는 말에 뜨악한 표정을 짓는 여자의 얼굴이 참 재미있다. “여기가 암실이거든요. 밖에 나왔더니 눈이 부셔서…….” 평범한 일상 속 반복되는 만남에 얼어붙은 호수처럼 차가웠던 경계가 허물어지고, 서로의 아픔에 대한 깊은 공감은  황폐했던 마음에 따스한 바람을 불어넣기 시작하는데……. 어느새 보통의 날들을 공유하고 서로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는, 무슨 사이일까?

내게 와 준다면
3.5 (1)

평일에는 강산호텔의 호텔리어,주말에는 사회인 야구단 ‘선데이 히어로즈’의 팀 매니저, 하세영.경기 후 뒤풀이에서 거나하게 취한 팀의 감독을 데려갈 사람에게 전화를 해 뒀는데모습을 나타낸 이는,“전화 주신 분 맞죠?”……맙소사! 한도윤? 나 그 한도윤이랑 통화했던 거야?그는 지난 시즌, 팀을...

너에게 달려가고 있어
4.0 (1)

“그러니까, 서지혁 선수가 우리 팀에 이적했다는 건가요?”강산FC에 새로 생긴 의무팀 닥터가 된 한혜윤,출근 첫날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소식을 들었다.스페인에서 최고의 몸값을 자랑했던 프리메라리거, 서지혁.신계 미모에 죽여주는 슈트발의 스트라이커, 슈트라이커 서지혁!그 서지혁이 어제는 허벅지, 오늘은 발목이 아프다며자꾸 의무실에 찾...

사랑 있음에

“나한테 덤벼드는 저의가 뭐예요?” 카페 청요의 주인이자 모터사이클에 열광하는 그녀, 차연주.모터사이클에 대해 한 수 가르쳐 달라 양양까지 왔으면서헬멧도 벗지 않는 저 남자가 매우 수상하다!“우리 어디서 본 적 있어요?” 대한민국 톱 배우이자 모터사이클을 타야만 하는 그, 강석영.차기작 준비를 위해 향한 양양에서아...

결혼 먼저

자신의 삶과 직업을 사랑하는 선명한 색감을 지닌 갤러리스트 윤인애. 어느 날 총천연색이었던 그녀의 삶을 무채색으로 바꾸어 놓는 일이 일어난다. “쇼윈도 부부가 되자는 건가요?” “맞아.” 사촌 언니 정혼자의 갑작스러운 내연녀 스캔들로 인해 대신 정략결혼을 하게 된 것. 상대는 바로 그녀의 첫사랑인 이설 자동차 대표 최휘욱. 그런데 이 남자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사랑 없이 하는 잠자리에는 관심 없다고 말했을 텐데?” 내연녀가 있으니 결혼 생활에 충실할 수 없다는 말을 내뱉으면서도 “새신랑이 이렇게 부끄럼이 많은 성격이라고는 생각 못 했어요. 준비되면 말해요. 언제든지 유혹해 줄 테니까.” 때론 첫사랑조차 경험해 보지 못한 어리숙한 소년처럼 보였다. 어느 순간부터 자신을 보는 그의 눈동자가 동요를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에게서 언뜻언뜻 드러나는 감정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두 사람은 쇼윈도 부부가 아닌 진정한 부부가 될 수 있을까?

너를, 갖고 싶어

인형 같은 외모,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수재에 조부가 장관을 지낸 집안의 딸.모든 걸 손에 쥐고 세상을 내려 보는 것 같았던 차도연이몸을 휘청 기울일 정도로 뺨을 맞는 걸 본 순간, 심장이 나동그라지는 기분이었다.“내가 너의 일탈이 되어 줄게.”꽉 막혀 있는 끔찍한 삶에서 숨통이 트일 만한 소소한 일탈을 선물하고 싶었을 뿐이었는데…….“이제는, 내가 너의 일상이 되어 줄게.”그녀의 전부가 되고 싶어졌다.***도연은 조심스럽게 맞물려 있던 입술을 떼어 냈다. 떼어 냈다고는 하지만 깊게 맞물려 있던 부분이 풀렸을 뿐, 여전히 입술은 가볍게 맞닿은 채였고 숨결이 섞이고 있었다.“승재야.”먼저 목소리를 낸 건 도연이었다. 승재는 눈을 깊게 감았다 뜨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촉촉이 젖은 눈동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나, 너 갖고 싶어.”

지금, 안고 싶어

“일어나시죠, 유승현 씨.”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리자, 며칠 새 낯익은 얼굴이 시야에 잡혔다.남의 영업장까지 찾아오는 건 너무 심한 거 아냐?아르바이트로 대타 맞선을 보는 자리, 이 남자가 여기까지 쫓아올 줄은 몰랐다.“언제까지 이렇게 아르바이트해서 축구 선수인 동생 뒷바라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그건 그쪽이 상관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요.”동생을 국가 대표로 만들어 주겠다는 에이전트 한지윤.일언지하에 그의 제안을 거절했는데,“앞으로 저런 인간들은 내가 상대해.내가 지킨다는 뜻이야, 너도 그리고 네 누나도.”이상하게 심장이 두근거린다.***입술이 가볍게 한 번 스쳤다. 그는 승현의 이마에 입을 한 번 맞추고는 다시 젖은 입술을 머금었다. 그의 입술이 말도 못 하게 달콤해서 도무지 그를 밀어 낼 수가 없었다.깊게 맞물렸던 입술이 떨어지고, 그가 승현에게 이마를 맞댄 채로 다정하게 말했다.“지금, 안고 싶어.”

사외 연애

사내 최고 스타, 오승원 대리에게 사내 연애 유혹을 받은 하루.망설이는 그녀 앞에 더 유혹적이고 위험한 남자가 나타났다!불의의 사고를 당한 그녀를 구해 준 남자, 서정우.길바닥에서 새하얀 드레스 셔츠를 빛내며 색기를 뿜어내던 그가알고 보니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옆 회사 사장님이자그간 쭉 수상하게 굴던 옆집 남자였단다.그런데 이 남자,사고 이후 시시콜콜 그녀에 대해 캐묻고 감시하듯 굴더니 급기야!“사내 연애가 싫으면 사외 연애는 어때?널 아주 잘 알고 있는 꽤 조건 좋은 남자가 있는데.”“누구요?”그 순간 잘생긴 얼굴이 근사한 미소를 머금더니 바짝 다가온다.“네가 생각하는 바로 그 사람.”……응급처치를 다시 받아야 할 것 같다.지금은 심장이 멈출 것만 같으니까.

순수하지 않은 감각

[15세 개정판] 부명그룹의 브레인이자 핵심 TF팀 리더, 강태욱 수석.교육자 부모 아래서 보수적이고 모범적으로 자랐지만,원하는 건 무조건 손에 넣어야 하는 집요한 남자.그런 그를 자꾸 낯선 충동에 시달리게 하는 여자가 나타났다.그녀는 바로 협력사 KJ 신기주 대표의 유능한 비서, 임정은.감히 내 옆에 누워서 다른 놈 전화를 받아?“이 시간에 어딜 갑니까?”“업무상 외출이요.”“신기주 대표랑 자러 가는 거냐고 물은 거 아닌데요.”그녀가 머리를 올려 묶다 말고 노려보자,태욱은 한쪽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리며 덧붙였다.“임정은 씨, 오늘 새벽부터 일정이 있는 사람이었으면,어젯밤에 남자를 방에 불러들이지 말았어야지. 안 그래요?”그녀가 한숨을 폭 내쉬며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는 대꾸했다.“그 남자가 나한테 미쳐서 밤새 여기 있을 거라고는 예상 못 했거든요.”이 요망한 대답을 하는 여자가,다시 안고 싶어지는 순간이었다.

또다시 사랑일까

[단독 선공개]“너는 나와 다시 사랑에 빠진 것처럼 굴었지만, 나는 지금까지 너를 사랑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던 것 같아.”어린 날의 첫사랑, 대학 시절의 첫 연애, 그리고 처참했던 이별까지 서로로 인해 겪어야만 했던 건우와 이령. 그 후 7년 만의 재회는 해강그룹의 기조실장 이건우와 NGO 직원 윤이령으로서 이루어졌다.지나버린 사랑 이야기가 되어버렸다고 믿고 싶었지만 서로를 마주한 순간, 얼어붙은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첫사랑과의 두 번째 가슴 뛰는 시간들. 또다시 사랑일까?“왜 이렇게 된 거야, 대체.”“이제 네가 있잖아. 내 옆에. 앞으로 정신 차리고 살 거야.”그가 이령의 젖은 뺨을 어루만져주고는 눈을 맞추며 물었다.확신 없는 그의 눈동자가 짙게 떨렸다.“하루씩만 참아줘. 매일매일 내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보여줄게.”#표지 일러스트 : AKGI

나쁜 생각이 들어서
5.0 (1)

서희는 아버지의 회사가 부도나면서거액의 빚과 생면부지의 여섯 살짜리 이복동생을 떠안게 된다.은행에 사정하러 간 서희는 학교 선배이자 DL금융그룹의 대표, 서지한과 마주치고,얼결에 한 거짓말로 인해 그의 저택에 들어가게 되는데…….“이건 위로의 의미로 잡은 건가?”그가 서희의 손과 그녀의 입술을 야한 눈으로 바라보며 물었다.“겨우 이걸로 위로가 된다고 생각해? 가슴 아픈 과거를 떠올리며 선의를 베푼 사람을 우습게 속여 놓고?”“일부러 그런 건 아녜요!”“그래? 그럼 위로, 제대로 해 봐.”내려다보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얼굴.“가, 갑자기 왜 이러세요?”예로부터 아름다운 것은 사람을 현혹하니 조심하라 했다.“말했잖아. 너만 보면…….”그것은 어떤 것을 요구한다 해도 다 허락하게 만드는“자꾸 나쁜 생각이 든다고.”기묘한 설득력을 가졌으니까.

봄이 피어난 밤+여름이 지나간 밤

[15세 개정판] <봄이 피어난 밤>너와 나의 재회는마치 아담과 이브의 태초의 만남처럼……. 부끄러웠다.너는 내 얼굴을 무구한 표정으로 쳐다보았지만,난 흠뻑 젖은 너를 보다가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조의림. 이번에는 책임져 줬으면 좋겠는데.”그런데 어쩌나?나를 고용한 회사 오너의 아들이자,내게 고백했다가 뻥 차인 소꿉친구 문심조와 다시 만나는 일은내 계획엔 없는 일인데?“너는 계획 없으면 안 되는 애잖아?내 상처를 치료할 계획은 내가 세워서 알려 줄게.”참 이상해.내 인생 계획에 난입한 널 저주해도 모자랄 판인데난 너의 다음 계획이 궁금해서 미치겠다.<여름이 지나간 밤>OTT 서비스 어플 ‘온루커’의 영상 번역가, 한규희.부모님의 부재로 그녀 혼자뿐인 집에동생 친구, 강건일이라는 밤손님이 찾아든다.“아, 미안.”“내가 더 많이 미안할 것 같은데, 괜찮겠어요?”저질러 버린 키스는, 뜨거운 밤이 되었고“너 뭐야? 왜 나를 니 냄새나 킁킁대는 변태로 만들어?” “그럼 결정해요. 여름 내내 나랑 붙어 있을 건지, 말 건지.”나그네처럼 굴던 녀석의 정착의 이유가 되었다.그렇게 두 사람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되는데…….

다른 남자와 결혼해

“시체는 어떻게 할 거예요?”“요양원 지하에서 화장해서 버려야지, 뭐.”남편이었던 놈과 내연녀가 즐겁다는 듯이 떠들어 댔다.악귀 같은 이들의 손에 살해당하는 순간, 다짐했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나도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살겠다고.그렇게 눈을 감았다고 생각했는데…?“내가, 올해 몇 살이죠?”“꽃다운 스물여섯이시죠, 담은 양.”또 한 번 삶의 기회를 얻었다. 이번엔 정략결혼이고 뭐고, 내 마음대로 살아야지!호시탐탐 첫사랑 민서후와 엮일 기회를 엿보던 어느 날. “그래요. 나도 보고 싶어요. 얼른 갈게요.”그새 첫사랑 민서후에게 여자가 생겼다?이렇게 첫사랑과 결혼하려는 나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는 것인가?

봄이 피어난 밤

너와 나의 재회는 아담과 이브의 태초의 만남처럼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였다. 너는 내 얼굴을 무구한 표정으로 쳐다보았지만, 난 너의 몸 위를 타고 구르는 물방울의 행보를 쫓다가 네 어마어마한 것까지 보고 말았다. “조의림. 이번에는 책임져 줬으면 좋겠는데.” 그런데 어쩌나? 나를 고용한 회사 오너의 아들이자, 내게 고백했다가 뻥 차인 소꿉친구 문심조와 다시 만나는 일은 내 계획엔 없는 일인데? “너는 계획 없으면 안 되는 애잖아? 내 상처를 치료할 계획은 내가 세워서 알려 줄게.” 참 이상해. 내 인생 계획에 난입한 널 저주해도 모자랄 판인데 난 너의 다음 계획이 궁금해서 미치겠다.

결혼 환상곡

“나는 결혼을 한 거지. 내가 하는 말에 바보같이 웃기만 하는 인형을 산 게 아니야.” 증권가를 주름잡던 애널리스트 출신의 유명한 화가, 강제우. 그는 자신의 컬렉션에 걸맞은 트로피 성시안을 아내로 맞이한다. “못된 말을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잘도 하시네요.” 그저 자신을 돋보이게 할 도구에 불과한 여자였다. 그런데 마치 중세 프레스코화 속에서나 등장하는 성녀처럼 유순하게 생긴 그의 아내는 기대했던 것과 달리 말을 들어 먹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난 당신이 가르쳐 준 대로 반응할 거예요. 나는 당신을 통해 배운 대로, 당신 앞에서만 반응할 거란 소리예요.” 그리고 그의 욕구를 정확하게 간파할 줄 알았다. * “아직도 내 키스가 어설퍼요?” 건조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길 바랐건만, 시안의 목소리는 열기로 가득했다. 입술에 닿는 그의 숨결도 뜨겁기는 마찬가지였다. “전처럼 어설프지는 않네요.” 딴에는 굉장히 후한 점수를 준다는 듯이 그가 오만하게 대꾸했다. “당신이 가르쳐 준 대로 한 거니까요.” 그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곤 다시금 시안의 목 안쪽에 입을 맞췄다. 귀밑에 그의 숨결이 스치자, 시안은 여린 신음을 흘렸다. 살갗에 닿은 그의 입가의 웃음기가 진해졌다.

XX 제안

“오은솔 씨는 이 자리에 어떤 제안이 있었는지 모르고 나왔나 봅니다.” 오은솔, 그녀는 운명의 장난처럼 마주칠 때마다 슈트 재킷에 제 얼굴을 새겨 놓더니 기어코 심장에까지 새겨진 걸까. 심장에 박혀 버린 그녀의 무구한 미소는 권리도 없는 제게 이상한 충동마저 일으켰다. 이 감정은 위험하고, 이를 즐긴 대가는 클 것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제 발로 어머니가 만든 새장 안으로 날아들었다. “맞선은 부모님 뜻이잖아요? 류강헌 씨나 저는 결혼 상대를 스스로 정할 수 있는 성인이고요.” 이것마저 그 운명이란 것의 장난이라서, 자신에게 이런 카드를 쥐여 준 것이라면. “미안하지만, 나는 이 맞선을 통해서 결혼을 꼭 해야 하는데요.” 기꺼이 활용해야겠지. 그녀를 곁에 옭아맬 카드로. “그리고 내 아내는 내 아이를 반드시 낳아야 할 겁니다.”

브리핑

순간이 모여 영원이 되고, 영원이 흩어져 순간이 된다. 영원할 것 같은 삶 속에서 의미만 잃은 남자와 순간뿐인 삶 속에서 의미만 찾는 여자의 계획적 혹은 운명적인 만남. 인간 모두에게 존재하는 삶의 주름이 허락되지 않은 남자, 정우진. 처연한 검보랏빛 눈동자, 세필로 그려 놓은 듯 아름다운 얼굴, 보기 드문 균형과 조화로 널리 시야를 이롭게 하는 그는 평화로운 품격을 추구하며 비밀스럽게 살아왔다. 권태로운 삶을 끝낼 의지도, 미래의 가능성을 꿈꿀 환상도 없는 그의 눈앞에 두근두근 뛰는 심장 소리가 인상적인 여자가 자꾸만 알짱거린다. “첫 키스니까요…. 혼잣말이었어요. 못 들은 거로 해 줄래요?” 드라마 본방송은 안 봐도 뉴스 본방송은 보게 만든다는 뉴스 계의 아이돌, 강은성. 사회부 기자에서 앵커가 된 그녀는 전 국민의 저녁 1시간을 위해 전부를 쏟아붓는 열혈 언론인.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가슴으로 찰나의 가치를 따르는 그녀 앞에 영 수상쩍은 남자가 나타난다. “못 들은 거로 해 주면, 강은성 씨는 나한테 뭘 해 줄 겁니까?” 잇새로 흘러나온 습윤한 호흡이 그의 손끝을 타고 축축하게 번져갔다. “내가, 정우진 씨한테 뭘 해 주길 바라는데요?” “못 들은 거로 해 줄게. 강은성 씨는 나를 지켜 줘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그의 사정과 상처를 숨기듯 그윽한 눈동자. 쓸쓸하게 물러서는 그의 뒷걸음질은 그녀를 안달 나게 했다. 일러스트: 진사

채집은 은밀하게
4.5 (1)

“저 트렁크 주인 변태 중에 상변태다! 하나같이 교미 중인 자세로….” 포근한 이불과 베개, 잠옷이 들어있어야 할 초연의 여행용 트렁크에는 곤충 교미 채집 표본이 가득했고. “이게…. 대체 뭔가?” 학회장 앞에서 열어젖힌 민현의 트렁크에는 귀하디귀한 채집 표본은 온데간데없고 웬 여자의 잠옷과 이불 한 채, 베개가 들어있다. 인천 공항 입국장이 아이돌 가수의 등장과 함께 아수라장이 되면서 두 사람의 트렁크가 뒤바뀐 것! 민현은 살인범의 증거물 은닉을 의심하고, 초연은 변태의 수집품에 기겁한다. 트렁크 비밀번호까지 똑같은 두 사람은 운명인가, 악연인가. 살인범과 변태의 누명을 쓰고 트렁크를 맞교환하는 두 사람. 이제 다시 볼 일 없을 거라며 돌아섰는데, 지리산 관광 상품개발을 위한 협력 프로젝트에서 다시 만난다. “그때 그 트렁크에 있던 표본들이요. 짝짓기 중인 곤충이라고 하던데요.” “네, 액화 질소로 냉동한 겁니다.” “일종의 곤충 복상사인가.” 곤충의 잠자리를 연구하는 남자와 일평생 잠자리가 불편했던 여자의 기묘한 동행이 시작된다. 일러스트: DELTA

대체불가 나의 것

“그러니까 나를 가져요, 지금.” 아버지의 선거 자금 조달을 위해 재벌 3세에게 팔려가기 직전, 지하는 마지막으로 그를 찾아갔다. 기준성, 망나니 이복 오빠의 친구였고, 한때 그녀의 연인이었으며, 지금은 아버지의 법률 자문을 핑계로 그녀의 숨통을 조이는 남자. “차지하 씨, 몸을 던졌으면 그 몸은 이제 받은 사람 소유 아닌가?”도도한 얼굴로 차가운 이별을 고했던 그녀가 다시 준성의 품으로 들어왔다. 차지하, 철없는 친구의 동생이었고, 한때 그의 전부였으며지금은 안타깝게도 애증의 대상이 된 여자. “그러니까 몸 조심히, 얌전히 내 옆에 있어.”이제 시작이야, 각오해. 차지하. 나 없이 사는 것보다는 차라리 죽는 게 더 나은 삶을 만들어 줄게.

뷰티풀 카오스

“아티스트 이유은 씨, 우리 어디서 만난 적 있지 않아요?” 절대 어설픈 수작이 아니었다. 오래전 여름날 환자의 죽음 앞에서 무력감에 젖어있던 정범우를 구원해 준 여자. 이유은이 분명했다. 그때는 서브 인턴십도 끝나기 전에 튀더니, 지금은 감히 스승을 모른 척해? “죄송합니다. 저는 기억이 안 나서요. 그럼 살펴 가세요. 정범우 선생님.” 이유은의 첫사랑이자 짝사랑이었던 남자. 세상이 무너지던 날 가장 아픈 상처와 맞닿아 있는 남자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다. “너 지금 자정을 넘긴 밤에, 술에 취한 상태로, 잘 모르는 남자 차 탄 거잖아.” 끝까지 모른 체하는 이유은이 괘씸해서 범우는 심장이 다 두근거렸다. 흉부외과 전문의로서 이건 부정맥이나, 심실빈맥이 아니었다. 명백한 두근거림이었다. 그러니까 괘씸해서. “저는 교수님 오해 안 해요. 교수님이 어떤 분인지 잘 알거든요.” 여기서 유은이 혀 깨물고 죽는다고 해도 어떻게든 살려낼 훌륭한 의술을 갖춘 의사. 그리고 한때 이유은의 머릿속을 전부 차지했던 남자. 그때가 언젠데, 왜 아직도 두근거릴까. “왜 노려봐?” 시선조차 귀찮다는 듯이 무심히도 묻는 정범우가 당황하는 모습이 궁금해졌다. “잘생겨서 좀 봤어요. 왜요?” 유려한 미간에 실금이 그어졌고, 유은의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고였다. 일러스트: 진사

여름이 지나간 밤

※ 본 작품은 2020년에 출간된 <여름이 지나간 밤>을 재출간한 작품입니다.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OTT 서비스 ‘온루커’의 영상 번역가, 한규희.부모님의 부재로 그녀 혼자뿐인 집에동생 친구, 강건일이라는 밤손님이 찾아든다.“아, 미안.”“내가 더 많이 미안할 것 같은데, 괜찮겠어요?”저질러 버린 키스는, 뜨거운 섹스가 되었고.“너 뭐야? 왜 나를 니 냄새나 킁킁대는 변태로 만들어?”“그럼 결정해요. 여름 내내 나랑 붙어 있을 건지, 말 건지.”나그네처럼 굴던 녀석의 정착의 이유가 되었다.그렇게 두 사람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되는데…….

결혼을 앓다

스물다섯 여름 그와 꿈같이 결혼했고,스물여섯 겨울 그와 악몽처럼 이별했다.사랑의 생멸을 함께한 이들의 불장난 같은 하룻밤.다른 여자 품이 더 좋다며 이별을 고했던 남자가 단죄를 바라는 눈빛으로 다가온다. “기다릴게.”“일주일을 생각했는데도, 안 바뀌었나 봐?”그는 녹음처럼 싱그럽게 웃으며 긍정했다. “그럼, 일주일만 다시 생각해 보고 와.”언뜻 내비치는 그의 자신감이 우스웠다.“일주일씩 미룰 작정이야?”낮게 가다듬은 그의 목소리가 조용히 울렸다.“그럼, 일주일에 한 번씩은 정다인 얼굴 볼 수 있는 거네.”죄인 심장이 그의 손아귀에 놓인 듯 아프다. “너밖엔 없었어, 다인아.”최악을 피하려 선택한 차악으로 일그러진 날들. 이혼 후 5년, 우리는 여전히 서로를 앓고 있었다.

우아한 독종

짧은 기간 연인으로 지낸 이형과 주희.이형에게 주희는 첫사랑이자 삶의 이유를 알려준 연인이었지만,주희에게 이형은 그저 단숨에 타오른 불꽃에 불과했다.‘주변을 정리하고, 48시간 이내로 랭글리로 복귀할 것. 블랙 사이트(Black Site) 관련.’본부 소환 명령으로 그에게 무례한 이별을 건넨 주희, 본명 루나 송.세계를 주름잡는 유대계 거부인 카를하인츠 로젠쉴트의 정부로 위장 잠입하기 위해 그의 저택으로 향하는데.무례한 이별의 벌을 받는 것처럼 신기루 같은 남자가 눈앞에 서 있었다.너는 대체 누구냐고 묻는 듯한 눈빛으로.

투명한 비밀

가장 은밀한 곳을 내어 주고, 깊은 곳까지 맞닿아세상 무엇보다 그와 가까워지고 싶은 갈망이 짙어진 순간.“그거 알아? 너한테선 사람을 미치게 하는 냄새가 나.”그의 검은 눈동자에 두려움이 경련하듯 비쳤다.“순간적인 충동이나 욕구 때문에 이러는 거 아니야.”열기가 부서져 내리는 탁한 목소리에는 허기가 역력했다.감정은 의식하지 못한 순간 범람해서 투명하게 감각을 옥죈다.서로를 향한 짙은 감정이 생명력을 얻는 데 걸린 시간은 지나치게 짧았다.기나긴 세월을 축적해 온 관계에서 비롯된 욕구가 아니라는 사실이 곡해될까 봐 두려운 거다.“나도, 그런 거 아니에요.”삽시간에 비정상적으로 쏠린 마음을 어루만지듯 그의 뺨에 가만히 손을 대었다.매끄러운 살갗에 닿은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두려운가?두려웠었다. 그가 기만하는 것은 아닐까 저어되기도 했었다.하지만 그의 단단한 품에서 느껴지는 안온함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이제껏 느껴 보지 못했던 안정감이 한없이 이어지기만을 바랐다.그런데.고요한 그의 눈길을 피하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처절한 죗값을 미리 치렀으니, 한 번만 더 그의 품에서 무너지게 해 달라고 간절하게 빌게 될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연애 주의 특별 외전

첫사랑이 마지막 사랑인 양 모든 것을 바친 여자가 있다. 황나윤, 스무 살부터 스물세 살까지 그녀의 세상은 온통 도설우로 가득했다. 하지만 헤어진 캠퍼스 커플에게 남는 건 걔 친구가 내 친구여서 생기는 끔찍한 이별의 잔해뿐. “나윤아, 나 다음 달에 결혼해. 올 수 있어? 근데 알지? 내 남친이랑 설우랑 절친인 거. 걔가 축가 부를 건데, 안 불편하겠어?” 전 남친과 마주치고 싶지 않아서 대학 동기의 결혼식에도 마음 놓고 갈 수가 없다. 연애 주의 사항 첫 번째, 절대 소속이 같은 남자와 연애하지 말 것! 이리저리 연애를 피하다 보니 벌써 서른, 나윤의 앞에 유일했던 사랑 도설우가 다시 나타난다. 그것도 같은 부서, 직속 상사로. 연애 주의 사항 두 번째, 절대 헤어진 전 남친에게 다시 빠지지 말 것! 그런데 도설우가 아무래도 수상하다. 거침없이 찰 땐 언제고, 이젠 또 거침없이 들이닥친다. “프로젝트 합숙소가 호텔 방이라도 돼? 내 방에서 잠깐 회의만 하자는 거잖아.” 연애 주의 사항 세 번째, 절대 그놈과 다시 연애는 하지 말 것!

연애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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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이 마지막 사랑인 양 모든 것을 바친 여자가 있다. 황나윤, 스무 살부터 스물세 살까지 그녀의 세상은 온통 도설우로 가득했다. 하지만 헤어진 캠퍼스 커플에게 남는 건 걔 친구가 내 친구여서 생기는 끔찍한 이별의 잔해뿐. “나윤아, 나 다음 달에 결혼해. 올 수 있어? 근데 알지? 내 남친이랑 설우랑 절친인 거. 걔가 축가 부를 건데, 안 불편하겠어?” 전 남친과 마주치고 싶지 않아서 대학 동기의 결혼식에도 마음 놓고 갈 수가 없다. 연애 주의 사항 첫 번째, 절대 소속이 같은 남자와 연애하지 말 것! 이리저리 연애를 피하다 보니 벌써 서른, 나윤의 앞에 유일했던 사랑 도설우가 다시 나타난다. 그것도 같은 부서, 직속 상사로. 연애 주의 사항 두 번째, 절대 헤어진 전 남친에게 다시 빠지지 말 것! 그런데 도설우가 아무래도 수상하다. 거침없이 찰 땐 언제고, 이젠 또 거침없이 들이닥친다. “프로젝트 합숙소가 호텔 방이라도 돼? 내 방에서 잠깐 회의만 하자는 거잖아.” 연애 주의 사항 세 번째, 절대 그놈과 다시 연애는 하지 말 것!

파도를 일으킨 빛

사촌동생의 결혼식 참석을 위해 찾은 필리핀 팔라완 섬. 갑작스럽게 몰아친 쓰나미에 휩쓸린 연우는 해난구조전대 소령 강제현에게 극적으로 구조된다. 그렇게 그와의 인연은 끝날 줄 알았다. 다시 만날 거라곤, 생각도 못했으니까. “여태까지 여자들 꼬시려고 만든 잉스타 계정이 몇 개예요?” “잘 못 들었습니다?” “아, 못 들은 척하지 말고요!” 몇 년이 지나 한국에서 다시 만난 제현은 여전히 잘생기고, 능력 있고, 말은 아껴도 행동만큼은 다정했다. 얼토당토 않은 계약서를 내밀어 계약 연애를 제안할 만큼. “어머님 안정되실 때까지, 제가 강제현 씨 여자 친구인 척 해드릴게요!” 하지만 이 남자, 쉽게 넘어오지 않는다. “이 계약을 통해 유연우 씨가 얻는 건 뭡니까?” 당연히 뭐겠어? 강제현 소령 당신이지. * * * “고백은 누가 먼저 했다고 할까요? 저는 사실 살면서 먼저 고백해 본 적 없거든요.” “제가 먼저 고백했다고 해야 합니까?” 제현의 말에 순간 그녀의 눈빛이 반짝 빛났다. “아무래도 그러는 편이 낫겠죠?” 3년 전, 바다에서 사라졌던 남자가 이제는 연우의 일상 속으로 파도처럼 밀려온다. “이제 놓치고 싶지 않아서 붙잡은 겁니다. 제가 유연우 씨를.”

입술을 열어 주소서

아빠가 돌아가셨다. 엄마도 죽을까 봐 겁이 났다. 여섯 살 다경의 무너진 세상에 세 오빠가 나타났다. 바이올린을 켜는 든든한 큰 오빠, 이담. 아이돌처럼 잘생긴 과학 천재 둘째 오빠, 운결 그리고 그냥… 셋째 오빠, 요한 분명 그냥 오빠였는데, 왜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릴까? “저 오빠 좋아해요!” 어렵사리 건넨 고백을 거절당했다. 그것도 하느님께 밀려서 차이고 말았다. 감쪽같이 사라진 첫사랑과 함께 다경의 세상은 두 번 무너졌다. 팍팍한 삶에 찌든 직장인 된 다경이 하필 복권에 당첨된 순간, 높으신 분께 빼앗겼던 첫사랑이 돌아왔다. “만약 내가 돌아가야 할 곳이 있다면 네 옆이라고 생각했어.” 복권 당첨됐다는 말은 하지 말걸. 차라리 그냥 한 번 자고 말걸. 입술만 쳐다보지 말걸. 우리는 한 시절 함께한 찰나의 인연이 아닌, 평생을 이어갈 인연이 맞을까? 일러스트: 감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