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빈은 마주한 여자의 아랫입술을 누르며 느릿하게 어루만졌다. 파르르 떨리는 그녀의 보드라운 입술이 손끝을 통해 오롯이 전해져온다.“왜 이래요….”입술에 닿은 그의 손을 매몰차게 걷어내며 그녀가 말했다.“피하는 거 같으니까. 그것도 일부러. 그래서 신경이 쓰여.”“그럼 어떻게 할까요? 나를 스...
오늘 그의 욕실에서 그 사실을 확인하고 나자, 놀랍기도 하고 허탈하기도한 감정이 뒤섞이며 잠시동안 혼란에 빠졌었다.솔직히, 천준서는 자신도 모르게 40대의 아주머니에게 끌리고 있었다.그런데, 그 아주머니가 실제로는 서은비라는 29세의 아가씨였던 것이다.- 본문 내용중에서
강빈은 그녀를 보고 깨울까 말까 망설였다. 이 밤에 여자의 몸에 조금이라도 손을 대면 혹시나 치한으로 오해받을까 망설여진다. 언덕 주위를 흐르는 밤공기가 그의 뺨으로 서늘하게 와 닿는다. 잠이 든 여자는 얇은 블라우스만을 입었을 뿐이다. 결국 무언가 결심한 그는 손을 뻗어 여자의 어깨를 조금 흔들어본다. -본문중에서.
고개를 숙인 여자의 백옥같은 얼굴로 귀밑머리가 바람에 가볍게 나부꼈다. 눈이 내려앉은 검은 머리엔 흔한 머리장식하나 꽂혀있지 않은 모습이다. 옷차림도 검소하다 못해 누추해 보였으나 어딘지 말간 달빛이 그녀를 에워싸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했다. 여자의 등에 업힌 남자아이도 허약해 보이긴 하나 해맑은 얼굴이다. 이 현은 왠지 달에서 내려온 선인들이라도 마주한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
하아! 하아! 오랫동안 두 사람의 숨결이 하나로 이어졌다가 풀어졌을 때, 그녀는 가뿐 숨을 몰아쉬었다. 파르르 떨리던 눈꺼풀이 들리고 취한 듯한 눈동자에 그를 담았다. "왜 이래요....." 사랑이라고, 사랑해서라고 말했으면 좋겠다. 그 대답이 아닐거라는 걸 알면서도 물어본다.
“세상에서 사라져 버려! 내가 없으면 죽을 만큼 날 사랑한다며.” 잔혹한 그의 말, 잘못 들은 말이 아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청천벽력이 따로 없다. 맥락도 없는 그의 이별 통보와, 그의 입에서 나온 잔인한 말. 도무지 그 말을 믿을 수 없는 여자는 객실 문으로 향하는 그를 뒤따라갔다. 열기가 사라진 차가운 시트로 몸을 감싼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