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린
전여린
평균평점
타로러브

“이게 널 불렀어.” 그는 주머니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 그녀 앞에 흔들어보였다.  “그… 그 카드는.”  카드를 보고 있던 로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이도가 입꼬리를 올리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STAR, 별. 벌거벗은 여성 아래로 강물이 흘러가고 있다. 그녀가 들고 있는 양손의 컵에서도 물이 흘렀다. 밤이었고 별이었다. 따먹고 싶은 탐스럽게 생긴 별. 가장 야한 여자. 그리고 카드에 생략된 그녀를 훔쳐보는 남자. 정념과 관음의 끝. 눈부시고 아름다운 별] 이미 카드를 본 두 사람에겐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카드가 곧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재미있다는 듯 피식거리며 말했다.  “표정을 보니까 무슨 뜻인지 아는가본데? 그럼 운명대로 놀아볼까?” “거부한다면, 어떻게 되는 거죠? 그건 그냥 당신이 뽑은 카드일 뿐이에요. 게다가 나는, 나는….”  “나는 뭐?” “원하지 않아요!”  타로아카데미 이사장 이도와  최고의 타로마스터인 대사제가 꿈인 설로매의  꿈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

죽이는 플로우

-여자면 다 허락해. 꽃이면 다 꽂힌대.천재 래퍼 케이에게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날아든 도전장.친구 말만 철석같이 믿은 햇병아리 래퍼 지망생 티아는디스 랩으로 대리 복수를 성공시키기는커녕 케이에게 비는 신세가 되고그런 티아에게 케이는 한 가지 제안을 내미는데.* * *“서…… 설마, 이걸로 고소하실 건 아니죠?”“글쎄……. 티아 씨도 알다시피 이번 사건 때문에 입은 피해가 헤아릴 수도 없는 지경이라.”“살려 주세요. 고소하는 것만 아니면 뭐든 할게요.”케이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티아를 안심시켰다.“걱정하지 마. 고소할 생각 없고 잘만 하면 아르바이트를 다 그만둬도 될 돈을 계약금으로 받게 될 거야.”고개를 숙이고 있던 티아가 고개를 들고 케이를 바라보았다. 티아의 동공이 세 배쯤 커졌다.“계약금요? 왜…… 왜요?”“네가 필요하니까.”뒤로 몸을 묻고 있던 케이가 상체를 들어 티아 쪽으로 바짝 당겨 오더니 말했다.“같이하자. 랩이랑 연애.”

헤어진 너를 위한 송가

“오빠가 먼저 시작했잖아. 손가락 베였을 때 입술 갖다 댄 거. 할 생각 있어서 그랬던 거 아냐?”정곡을 찔렸다는 듯 그의 어깨가 움찔했다. 조그만 것 하나도 숨기지 못하고 다 드러내 보일 정도로 착한 사람……. 그래서 놓아주려는 거였다. “탓하자는 건 아니고. 그때 좋던데? 머릿속이 복잡했는데 갑자기 모든 생각이 다 날아가 버리는 거야. 다 잊어버리고 싶어서 그래.”너를 회피의 수단이자 도구로 사용하겠다는 명백한 의사 표현이었다. 침묵 속에 숨 막히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미동도 하지 않고 숨 쉬는 소리조차 내지 않던 그가 돌연 자리에서 일어섰다. 원하던 시나리오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이혜주.”서릿발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제 이름을 부르며 내려다보는 시선을 마주치지도 못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든지 갖고 놀아도 좋은데…….”다음 말을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어서 심장이 조여 왔다. “너 다칠 짓은 안 해야지.”무엇을 상상하든 언제나 그 이상을 보여 주는 사람의 목소리는 어느새 낮고 부드러워져 있었다. 미쳤다. 진짜. 사람이 어쩌면 저럴까.***배우 김성우는 10년 동안 이혜주를 짝사랑하고 있었다. 곁에서 혜주의 사랑과 이별을 지켜보며 묵묵히 곁을 지켰다. 그러던 중 혜주가 결혼을 약속한 이준과 헤어졌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저 그런 이별인 줄 알았는데, 유독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성우는 곁을 지키는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 헤어진 너를 위한 한 남자의 세상 가장 따뜻한 위로

충동적인 비서

“내가 어떤 미친 여자한테 먹히는 꿈을 꿨거든?” 호텔, 유토피아의 대표 태우원.  주하경의 오랜 짝사랑 상대였다.  충동적인 하룻밤,  다행히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태우원. 그러나 얼마 안 가, 그날 밤을 들키고 말았다.  “그날 밤처럼 해 달라고 해 봐.” “……해 줘요.” “그리고?” 마음도 주세요.  하경의 속마음은 나른한 숨결과 함께 삼켜졌다.

나쁜 남자의 침대

“옷 벗고 달려들기에 좀 놀아 줬더니, 주제 파악이 안 돼요?” 피후견인의 주제 파악을 위해서 꿇으라고 하면 꿇고, 손톱을 세우지 말라고 하면 손을 웅크렸다. 욕망을 느낄 때마다 찾는 물건, 혹은 인형으로 지낸 1년을 대가로 서연이 얻은 것은, 삶과 꿈 자체였다. 그러니까 이 정도로는 무너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임신 8주 차입니다.” 사형 선고와도 같은 임신 선고를 듣고 감당할 수 없어 임신을 알리려던 그날, 강태하의 약혼 소식을 들었다. “이사님, 약혼하세요? 아니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물어본 서연에게 돌아온 것은. “설마, 내가 너와 결혼이라도 할 거라고 생각했어? 너와 내가 결혼이라니, 똑똑한 사람이 오늘따라 왜 이래.” 비수를 꽂는 말과,  “네가 있을 자리는 저기야.” 침대를 가리키는 잔인한 손끝뿐이었다.

허락된 아내

“아내로서 의무는 해야지.” “제가 찾고 있는 사람은 내 품위를 손상하지 않을 호적 메이트입니다. 인격에 흠결이 없어야 하고, 바깥 생활에도 관심이 없어 집 안을 지키는 식물 같은 사람이요.” 그런 말도 안 되는 제안에도, 사랑 없는 결혼이란 걸 증명하듯 건네받은 계약서에도. 그를 받아들인 건 윤강현, 그가 제게 허락된 유일한 첫사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이제 그만해요.” 자신이 그를 사랑하니 괜찮을 줄 알았다. 그로부터 천박하단 말을 듣고, 시어머니로부터 밑도 끝도 없는 욕설을 들어도. 사랑 없는 관계로 생긴 아이를 두 번이나 잃어도. 다 괜찮을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누군갈 아무리 사랑해도, 자기 자신보다 사랑할 수는 없다는걸요.” 어긋난 관계는 오히려 독이 된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아내의 의무를 버리자 남자가 서 있을 자리는 더 이상 없었다.

눈먼 관계

“안 보이는 여자와 해도 괜찮아요? 처음이라 많이 서툴 거예요.” 붉어진 뺨과 기대에 찬 목소리.  맞선 장소에서 만난 그녀는  첫날밤에 설레는 막 피어난 꽃 같았다.  미안하지만 꺾여 줘야겠어.  백현준에게 이 결혼은 복수이자 집안을 일으킬 유일한 방법이니까. *** “안 보이면 더 잘 느낀다던데. 난 잘 느끼는 여자 좋아해요.” 목소리가 부드럽고 다정했다. 손등에 얹은 손은 따뜻했고.  오직 능력만으로 도 회장에게 인정받아 건설사를 맡았다는 백현준은  도원가의 수치이자 약점인 도아에겐 너무 과분한 상대인지도 몰랐다.  그러나,  욕심내고 싶었다.  도아에게 이 결혼은 밀실에서 벗어날 탈출구이자 유일한 사랑이었으니까.

엑스 파트너

“뭐든, 주서란 변호사가 결혼만 해 준다면.” 모든 방면에서 우월한 유전자를 보유한 HS의 후계자, 사강우. 그와 2년간 계약으로 얽혀 파트너 관계를 이어 온 서란은 강우가 결혼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쉽게 돌아설 수 있었다. 애초에 그녀는 남자를 믿지 않는 비혼주의자였으니까. 하여 좋은 마무리를 위해 키스 하나를 기억에 남긴 채 깔끔하게 헤어졌다. 아니, 그랬다고 믿었는데……. “너 임신일지도 몰라.” 설마설마하며 현실을 부정했지만, 약혼녀와의 계약 결혼을 앞둔 사강우의 아이를 임신해 버렸다! 설상가상 눈치 빠른 사강우는 그 사실을 알아채고, 아니 그걸 알기 전부터 서란을 집요하게 쫓아다니는데……?! 이 남자, 왜 이러지? 그 쿨하던 사강우가 맞는 거야? * “걱정하지 마. 키스를 돌려달라곤 안 할 테니까.” 그 말에 서란은 황급히 고개를 돌려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감췄다. “하긴 지금 키스하면 달긴 하겠다. 허니 버터 토스트를 먹었으니까.”

위험한 어린양

“골치 아프네. 솜털도 안 가신 새끼 고양이가 버릇없이 내 침대에 뛰어들고.” 스무 살의 봄. 남자와 야반도주한 엄마 대신 마을 사람들에게 학대당하며 큰 이현은 마지막 탈출이 실패로 돌아간 날, 죽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검은 호수 위에 위태롭게 서 있던 이현에게  불현듯 나타나 손을 내민 태강그룹의 이사, 백도준.  “함께 사는 거야.” 그의 손을 잡고 그의 세계로 가는 줄 알았으나. “어차피 마주칠 일은 거의 없을 테지만…….” 그의 세계는 너무 넓었고, ”웬만하면 눈에 띄지 않도록 해.” 무심함도 때론 폭력이 된다는 것을 어른이 되어 처음으로 깨달았다. *** ‘도준아, 나한테 딸이 있대. 나도 모르는 딸이. 네가 찾아서 돌봐 줘. 나 대신.’ 꼭 지켜야 하는 은인의 유언이었으나 애는 질색이었다. 그것도 계집애라면 더더욱. 그러나, “남자가 궁금해요. 도대체 뭐기에 우리 엄마가 그렇게 미쳐서 날뛰어야 했는지 알아야겠으니까.” 밤톨만 한 어린 것이 쓸데없는 호기심을 품어서는. “아무나 상관없으니까 만나보려고요.”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더니.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이제 독립할게요.” 기어이, 제 품을 떠나려고 했다. 겁도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