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안
길안
평균평점
까칠하게

운명은 언제나 윤경을 시험하려 했다.  운명과 아주 조금 친분이 있는 행운이란 놈은, 괘씸하게도 싸움터의 적장처럼 대치하려고만 들었다.  그래서 행운따위 포기해 버렸다.  아버지가 다른 동생 둘을 거두느라 4년제 대학은 엄두도 못냈다.  그런데,  동생이란 것들은 은혜도 모르고 저 잘난 맛에 문제만 일으킨다.  지쳤다.  더 이상 아둥바둥 버틸 힘도 남지 않은 그 때,  고대했던 행운 대신 한 남자가 들어왔다.  사랑?

설마, 친구

* 본 작품은 15세 이용가에 맞게 재편집된 개정판입니다. 이용에 참고 바랍니다.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란 20년 지기, 하선우와 송백리.서로에게 남자 여자가 아닌 그저 사람친구인 그들은 함께 미술을 배우며 성인이 되어서도 우정만 쌓는다.여배우 어머니를 둔 미술 천재, 얼굴 천재, 시니컬 도도의 대명사. 하선우그런 선우의 옆에서 어떻게든 안간힘을 쓰지만 제대로 되는 것이 없는 송백리.그러던 어느 날 선우의 어머니이자 여배우인 하희원으로부터 제안을 받는다.“네가 우리 선우 감시 좀 해 줘라.”고마워하며 사양하는 게 서로 낯이 서는 길이었지만…….그는 20년 지기 친구, 시쳇말로 남자 사람 친구.같이 산다고 뭔 일 있겠어?……그런데 뭔 일이 있더라!한 침대에 뒹굴어도 아무렇지도 않을 것 같던 남자 사람이 왜 이제 와서 ‘남자’로 보일까.이도저도 아닌 상황에 정말 불편하고 괴로워 한 고백,“네가 남자로 보여.”선우의 입에서 미소가 싹 걷혔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아프다.“친구로 남아야 평생 갈 수 있어. 여자로 내 앞에 서면 길어야 일 년이야. 그러고 싶어?”왜 이런 남자한테만 끌리는 거야?짜증은 나면서도 그의 옆에 있고 싶었다.자신을 밀어내려는 선우의 곁에서 악착같이 달라붙는 백리와 어느새 그녀에게 점점 함락당하고 있는 하선우.그러던 중 하선우의 친아버지가 나타나 선우의 인생을 멋대로 쥐고 흔들고, 대학 때 ‘대나무 숲’ 게시 글의 찬란한(?) 주인공이었었던 백리의 인생도 대나무 숲 건으로 인해 마구잡이로 흔들리게 된다.제 삶과 백리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괴로워하던 선우는 제 삶과도 같았던 그림을 손에서 놓으며 중대한 결정을 내린다.그렇게 백리를 떠한 하선우. 그리고 그가 없이도 꿋꿋하게 제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송백리.몇 번의 만남과 몇 번의 충격과 또 몇 번의 이별을 겪으며 선우와 백리는 서로의 마음이 더욱 단단해진다.이윽고 완전히 돌아온 하선우와 그런 그를 따뜻하게 안아 주는 송백리.그들은 해피엔딩을

두 번은 없다

* 본 작품은 15세 이용가에 맞게 재편집된 개정판입니다. 이용에 참고 바랍니다.“아빠! 막내딸 뉴욕으로 간다구요. 한 달이나 있다가 올 건데?”아빠! 나 좀 봐 줘요. 제발.“한 달이 뭔 대수라고? 네 언니 오빠는 일 년씩 어학연수도 다녀왔구만.”아버지의 무심이 익숙해진 스물다섯 살 은채경.행선지는 뉴욕, 목표는 탈출.그 다음은 독립이다!그.러.나!어쩐지 처음부터 꼬여도 너무 꼬이는 거 아니야?이제 막 뉴욕에 도착했을 뿐인데 가방을 몽땅 도둑맞질 않나,마중 나온다던 친구는 나오지도 않고…….그리고 그 사람을 만났다.“누구야!”짙은 눈썹에 예리하고 지적인 눈빛,고집스럽게 생긴 반듯한 코와 선명한 인중, 또렷한 입술선,차갑고 냉정한 인상의 남자, 에단 피터슨.“헬렌이 또, 거리의 여자를 데리고 오셨네.”“난 거리의 여자 아녜요.”“알고 있어. 마치 자신이 곤경에 빠진 공주나 되는 것처럼 포장해서 말해 놓고는 스스로 한 말을 다시 믿어 버리는 거지.”이 남자 뭐야. 왜 이렇게 꼬인 거야? 내가 어디를 봐서?첫 만남부터 최악.뉴욕에 있는 동안 지독하게 시니컬한 남자와함께 살아야 하는 채경의 운명은 과연……?

천산에는 연꽃이 핀다

[외전 단독선공개]여희의 악랄한 계략에 강제로 하룻밤 동침한 사내, 그가 황제라니!약초꾼 할머니와의 평화롭던 설연의 세상이 하루아침에 뒤집혔다.***황제의 모습이란, 사찰 탱화 속 악신을 물리친다는 신장(神將)의 위엄쯤으로 부지불식간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부릅뜬 두 눈, 호랑이 눈썹, 코가 주먹만 한 얼굴, 철갑옷을 입고 무시무시한 투구를 쓰고 칼을 든 붉은빛이 선연한 장정.꼭 같진 않을지라도 비슷하기라도 해야 아귀가 맞을 것인데….헌데 계집처럼 예쁘장한 이목구비에 뽀얀 살갗의 사내를 황제라고 감히 상상이나 하였겠는가. 그럼에도 어쩔 수 없는 존귀한 풍신, 범상치 않은 빛을 뿜어내는 눈초리엔 기겁한 것이다.“지금껏은... 하늘이 하늘인 것처럼, 황제폐하도 황제폐하일 뿐이었습니다. 실재하긴 하되... 가까이 대면할 일은 평생 없을 거라 믿었던...” “그런데?”“이렇듯 하찮은 저에게 왜 이러시는지... 저를 괴롭게 하신다 하여 황제폐하께 무슨 득(得)이 있고, 어떤 실(失)이 있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모질게 대한 것의 항변이었다. “그러니 내버려 두라?”성큼 다가오는 황제 때문에 설연은 저도 모르게 흠칫 뒤로 몸을 물린다. “할 말 다하는 것 치고는 간이 작지 않느냐.”웃어라! 명하면 웃어 주려나. 이런 마음 또한 해괴하였다. 어쩌면 목을 내어 놓고 죽이라, 내려놓았을 때 부터였을까. “네 말처럼 하늘이 하늘이기만 하더냐. 하늘에서 비를 내리면 땅은 젖어 드는 것이고...”가는 목에 손을 가져다 댔다. 한 손에 잡혀 조금만 힘을 주어도 부러질 듯 연약하였다. 손가락 끝에서 여린 맥이 팔딱팔딱 튀어 오른다. 비 맞은 새처럼 애처롭게. “또한 하늘에서 눈을 내리면 땅은 어는 것이 순리이지. 그렇듯 나도 네게 그런 황제가 될 것이다.”[본 작품은 15세 이용가로 재편집된 작품입니다.]

저항할 수 없는

결혼을 한다고만 생각했지 미처 이런 것까진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그가 원한다. 여기서, 지금 당장.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었다. 거절의 기회도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그가 33층을 눌렀을 때, 내려서 복도를 걸을 때, 카드 키를 꽂을 때. 그는 강요하지 않았다. 들어올 건지 나갈 건지 결정을 기다려 주었다. 승아는 선택을 했고, 룸에 들어 온 이상… 번복하고 싶지 않았다. “왜 지금이죠?” “앞당겨 보고 싶었습니다. 결혼생활의 한 부분을.” 미칠 듯한 긴장감을 조성하는 그의 남성성이 버겁다. 그의 손길이 닿으면 제어되지 않는 자신이 낯설고, 허물어지는 게 두려웠을 뿐이다. “이런 결혼… 제대로 될 리가 없어요.” “속단은 금물입니다.” 앞으로의 결혼생활에서 무사할 수 있을까?

두 낫 디스터브 (do not disturb)

[엄마도 허락하셨어. 유민오빠 부모님도 당장 날을 잡재.] 하는구나, 결국. 동생이 내 전남친과 결혼한다…. 암 투병 중인 아버지를 대신해 학업을 포기하면서까지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 집안을 일으켰다. 하지만 가족들로부터 돌아온 건 지독한 배신감과 자괴감. 그때 자신의 삶으로 급작스레 끼어든 한 남자. 처음 시작은 소개팅이었다. “나한테 첫눈에 반했다면서요. 호감을 갖고 있다면서요. 그래서 은서 언니를 볼 때마다 만나게 해 달라고 졸랐다면서요.” “내가?” “네, 그쪽이요.” “조금 당혹스럽기는 한데… 그랬다고 치고. 그래서?” 당혹스럽다고 말하는 남자의 눈은 오히려 흥미롭게 빛났다. 그때 눈치챘어야만 했다. 뭔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사랑 말고 딱, 그것만 해요. 우리.” 가볍게 시작한 관계였기에 두 번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함부로 헤픈 짓

이서가 한남동 본가로 온 건 준모가 6학년이 되던 해 봄이었다. 미선나무에 꽃이 지고 설유화가 눈처럼 하얗게 피어난 시기였고, 꽃샘추위가 유별난 해여서 꽃나무가 심하게 몸살을 앓던 때였다. 에―취! 날아든 꽃가루에 별안간 재채기가 터졌다. 준모의 재채기 소리에 방심하고 있다가 머리채라도 잡힌 것처럼 여자아이가 고개를 들었다. 여자아이의 커다란 눈망울과 마주치는 순간, 준모는 모든 사물이 정지된 듯한 착각을 느꼈다. 마당의 풍경이 훌쩍 사라진 듯 볼품없는 그 아이만 도드라져 보였다. 아이는 동그란 이마 아래로 상처받은 표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아이의 눈동자가 촉촉하게 젖어 드는가 싶더니 마침내는 앙다문 턱이 덜덜 떨리면서 그렁그렁하던 눈물을 왈칵 쏟았다. 마치 수도꼭지를 튼 것처럼. 별안간 가슴이 뜨끔했다. 한편으론 기분이 확, 상하면서 성질이 돋아 올랐다. 내가 뭘 어쨌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