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개정판]“제가 왜 이곳에 있는 거죠?”새카만 머리카락. 잘 벼린 칼날처럼 예리한 빛을 띤 은회색 눈동자.그 조각 같은 아름다움과 반대로, 그는 야만적일 정도로 강렬했다.달아나고 싶었다. 그의 품으로 뛰어들고 싶었다.상반된 욕망에 욕지기가 치밀었다.“시치미를 떼도 소용없다. 아무리 끔찍하다고 해도,어떻게 네가 내 눈앞에서……. 젠장!”귓가에 닿은 입술에서 흘러나온 숨결이 뜨거웠다.남자의 열기에 술렁거리는 심장과 가빠지는 호흡이 말해 주었다.……그녀가 그에게 종속되어 있음을.“말했잖아, 혜아. 너는 늘 내 것이었어.너의 고귀하면서 불꽃처럼 강렬한 그 영혼까지도.”그 폐쇄적인 관계에 소름이 돋았다.오직 그녀만이 속할 수 있는 달콤한 저주였다.아아, 그래.당신은 세상 끝에 버려진…….“나의 무겐. 나의 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