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의 서(曙)> 동쪽 대륙의 황제라 일컬어지는 한무흔과 서쪽 대륙의 황제로 불리는 파사천. 그리고 이 둘의 운명에서 떼어 놓을 수 없는 특별한 여인, 단소온. 청룡의 피를 타고난 건룡제국의 젊은 황제, 한무흔. 역대 황제들을 통틀어 가장 흡사하게 청룡의 힘을 물려받고 태어난 절대 군주. 미치광이 왕의 폭정에 시달리고 있는 소국, 정원을 취하기 위해 대군을 이끌고 온 무흔 은 그곳의 신녀로 있는 소온을 발견한다. 특별한 그녀를 보는 순간, 그는 냉철한 절대 군주가 아닌 사내가 되고 말았다. “강제로 너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너 역시 다른 사내는 안 된다.” 이무기 설루가 웅크리고 있는 진성제국의 젊은 황제, 파사천. 아름다운 외모에 걸맞지 않게 법보다 힘을, 눈물보다 피를 더 믿는 잔악한 군주. 진성제국의 세력을 확장시키기 위해 주명국을 찬탈하려던 파사천은 한무흔이 보낸 연합 군에 의해 크게 패하고 만다. 그 이유가 단소온이라는 여인 때문인 것을 알게 된 그는 그녀를 잡아들이라 명한다. “죽지만 않으면 상관없다. 무슨 수를 써서든 그것을 잡아들여라.” 세 사람을 향한 숙명의 화살은 이미 쏘아졌다.
“갈게.”메이는 금방이라도 나가 버릴 것 같은 새힘에게로 손을 뻗쳐 팔목을 거세게 움켜쥐었다. 그의 심장이 사납게 울려대고 있었다. 이제, 더는 감출 수가 없다. 새힘을 향한 마음을 더는 숨길 수가 없었다. “가지 마.”한껏 가라앉은 메이의 목소리에 새힘은 한숨을 내쉬었다.“네가 은성이를 싫어하는 건 알겠는데, 지금은 가 봐야 할 것 같아. 우리 동네 근처까지 와 있대.”새힘은 짤막하게 설명을 하고 잡힌 손을 빼기 위해 힘을 주었다. 하지만 메이는 전혀 손아귀에 힘을 풀지 않은 채 고개를 들어 그녀를 응시했다. “내가 안 보내 주면 어쩔 거야.”나직한 말투. 어둡고 쓸쓸하고 굳은 그의 얼굴에 새힘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했다. 늘 차분하던 밝은 갈색의 눈동자는 공허함을 담은 채 잔뜩 어두워져 있었고 아름다운 입술은 노기인지 슬픔인지 모를 차가움을 담고 있었다. 이런 얼굴의 메이는 처음이다. 이렇게 상처를 입은 듯 낯설게 느껴지는 메이는 처음이었다. “부탁할게. 가지 마.”“뭐, 뭘 부탁씩이나 하니? 너, 지금 되게 이상해. 내가 알고 있는 너 같지가 않아.”“……지금 그놈한테 가면 나, 너 안 볼 테니 그리 알아.”“뭐? 네가 은성이를 싫어하는 건 내가 백번 이해하겠지만 고작 이런 걸로 날 안 본다는 건…….”“내가 단순히 그놈이 싫어서 이러는 것 같아!”갑작스런 고함에 새힘은 어깨를 움찔하며 입을 닫았다. 메이가 소리를 질렀다. 그것도 지독히 화가 난 얼굴로.“그럼 도대체 왜 이러는 건데?”“왜 이러는 것 같아?”메이의 입가가 비틀려 올라갔다. 그리고 어둡게 꺼진 그의 눈에 광채가 돈다고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가 갑자기 옥죄고 있던 그녀의 팔을 확 끌어당겼다.[본 작품은 15세 이용가로 개정한 작품입니다.]
“갈게.” 메이는 금방이라도 나가 버릴 것 같은 새힘에게로 손을 뻗쳐 팔목을 거세게 움켜쥐었다. 그의 심장이 사납게 울려대고 있었다. 이제, 더는 감출 수가 없다. 새힘을 향한 마음을 더는 숨길 수가 없었다. “가지 마.” 한껏 가라앉은 메이의 목소리에 새힘은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은성이를 싫어하는 건 알겠는데, 지금은 가 봐야 할 것 같아. 우리 동네 근처까지 와 있대.” 새힘은 짤막하게 설명을 하고 잡힌 손을 빼기 위해 힘을 주었다. 하지만 메이는 전혀 손아귀에 힘을 풀지 않은 채 고개를 들어 그녀를 응시했다. “내가 안 보내 주면 어쩔 거야.” 나직한 말투. 어둡고 쓸쓸하고 굳은 그의 얼굴에 새힘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했다. 늘 차분하던 밝은 갈색의 눈동자는 공허함을 담은 채 잔뜩 어두워져 있었고 아름다운 입술은 노기인지 슬픔인지 모를 차가움을 담고 있었다. 이런 얼굴의 메이는 처음이다. 이렇게 상처를 입은 듯 낯설게 느껴지는 메이는 처음이었다. “부탁할게. 가지 마.” “뭐, 뭘 부탁씩이나 하니? 너, 지금 되게 이상해. 내가 알고 있는 너 같지가 않아.” “……지금 그놈한테 가면 나, 너 안 볼 테니 그리 알아.” “뭐? 네가 은성이를 싫어하는 건 내가 백번 이해하겠지만 고작 이런 걸로 날 안 본다는 건…….” “내가 단순히 그놈이 싫어서 이러는 것 같아!” 갑작스런 고함에 새힘은 어깨를 움찔하며 입을 닫았다. 메이가 소리를 질렀다. 그것도 지독히 화가 난 얼굴로. “그럼 도대체 왜 이러는 건데?” “왜 이러는 것 같아?” 메이의 입가가 비틀려 올라갔다. 그리고 어둡게 꺼진 그의 눈에 광채가 돈다고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가 갑자기 옥죄고 있던 그녀의 팔을 확 끌어당겼다.
오래 전부터 스토커처럼 쫓아다니는 웬수, 동휘 때문에 희연은 변변한 연애 한 번 제대로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 동휘로 인해 만취할 정도로 술을 마신 희연은 그만, 낯선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고 만다. 다시 만날 일 없을 거라 생각하며 평온한 생활을 보내던 어느 날, 그 남자가 바로 눈앞에 나타나 버렸다! 그것도 남동생, 희성의 친구 놈이란다! “너, 나 알지? 꽃뱀.” 컥! 이 무슨 개뼈다귀 같은 소리냐? 꼬, 꽃뱀이라고라! 희연은 자신을 가두고 있는 진건을 밀어내려 애쓰며 이를 악물었다. “뭐야, 꽃뱀! 꽃뱀이라고? 이 강간범 자식이 누구보고 꽃뱀이래? 이거 안 놔?” “너, 남자였으면 나한테 죽었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오싹한 그 말에 희연은 빠져나오려던 움직임을 멈추고 진건을 노려보았다. 살다 살다 이렇게 무례하고 막무가내인 녀석은 문동휘를 제외하고 그녀 인생에 처음이었다. 만만치 않은 여자 희연과 더 만만치 않은 동휘, 그리고 더 더 더 만만치 않은 진건의 유쾌한 러브 스토리!
인정머리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데다, 싸가지 없기로 치면 당대 최고의 ‘개호로새끼’인 독고현에게 인생 최고의 위기가 닥쳐버렸다! 오매불망 수중에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만수빌딩이 홀라당 웬 듣도 보도 못한 잡것에게로 넘어간 것이다. “그렇게 만수빌딩이 갖고 싶으냐?” “그걸 말이라고 하십니까.” “이놈아, 네 어깨 위에 얹힌 건 장식품이냐? 돌 좀 굴려라, 돌 좀. 아가씨와 결혼을 하면 네 걸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않느냐. 아무렴 남편이 사업상 필요하다는데 나몰라라 하겠느냐.” 현의 눈동자가 슬쩍 가늘어졌다. 조부의 제안이 구미에 당긴 현은 접었던 다리와 허리를 곧추세우며 슥 목화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촌것의 몰골이 자세히 눈에 들어오자, 긍정적으로 생각하던 현의 이마가 단박에 확 구겨졌다. 겨우 억누르고 있는 현기증이 다시 치밀어 올랐다. 떼꼬장물인지 원래 피부가 까만 건지 구분이 안 가는, 1년은 씻지 않은 듯한 검은 얼굴에, 어디서 주웠는지 임산부도 안 입을 촌스럽기 그지없는 원피스를 걸치고 있다. 거적때기도 저것보다는 낫겠다. 아니, 영감은 어디서 저런 걸 데려와서 헛소리를 해댄단 말인가. 저것과 결혼을 할 바엔 할복을 하겠다. 눈이 마주치자, 거지같은 게 겁을 집어먹은 얼굴로 안절부절못하더니, 갑자기 하얀 이를 드러내면서 식 웃는다. 현의 안광이 노기로 번들번들거렸다. 이걸 그냥 확! 어디서 강냉이를 보여! 확 다 뽑아줄까? 레이저빔이 뿜어져 나올 정도로 매서운 시선에, 목화가 고개를 푹 숙였다. 현은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양손으로 지그시 눌렀다. 독고현 인생 29년 만에 화병으로 돌아가시게 생겼다. 정녕 이렇게 만수빌딩을 저 거지같은 촌것에게 뺏겨야 한단 말인가!
정략결혼을 시키려는 아버지와 죽어도 싫은 나. 정략결혼을 시키려는 부친과의 한판 승부가 시작되었다! 사활을 건 전쟁을 시작해버렸다. 안시원. “말을 해야만 아는 건 아니잖아.” “말을 해도 모를 때가 많아요.” 그녀의 말이 충격적이었던 걸까. 일순, 철진의 얼굴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는 무거운 얼굴과 대조될 정도로 입가를 올려 비틀린 웃음을 머금었다. “후우. 안시원. 넌 참 사람을 방심하게 만드는 재주를 가지고 있어.” 시원은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어깨를 가볍게 으쓱해 보였다. “나, 그런 능력 없어요. 그냥,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이 강철진이니까 그렇게 느껴지는 거겠죠. 모든 사람들에게 그렇게 비치진 않아요.” 철진은 자신의 뺨에 와 닿아 있는 시원의 손을 가만히 움켜쥐었다. 그는 그녀의 손을 얼굴에서 떼어내곤 입술로 가져갔다. 시원은 손바닥에 와 닿는 뜨거운 감촉으로 인해 후욱 숨을 들이마셨다. 그는 도장을 찍듯이 그녀의 손바닥에 입술을 대고는 나지막이 내뱉었다. “큰일이군. 안시원이 여기에 너무 깊숙이 박혀버려서. 그래서 작은 거에도 질투가 나서 미치겠어.” 그리고 그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머금었다. 시원의 호흡이 가빠졌다. 철진은 다소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으며, 키스로 인해 헝클어진 시원의 머리칼을 쓸어주었다. 입술을 살짝 연 채 숨을 내쉬고 있는 시원을 내려다보며 철진이 웃음을 머금었다. “까닥하다간 여기서 일 치르겠다. 그만 나가지.”
“그쪽이 나를 안 사 주면 난 또 다른 차에 뛰어들어야 해요. 나, 오갈 데도 없고 살고 싶은 마음도 없어요. 그래서 그쪽이 이대로 가버리면,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는 나도 몰라요.” “이봐, 적당히 해둬. 주는 돈을 안 받은 건 너야.” “말했잖아요. 난 거지가 아니라서 거저 주는 건 안 받는다고. 그렇다고 딱히 뭔가를 지불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모, 몸으로 때울 수밖에요.” 진정 미친 거다. 분노와 복수심으로 정신이 미쳐가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그러니 평소라면 죽었다 깨어나도 하지 못할 말을 내뱉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이 강지헌이란 남자를 상대로. 지헌의 미간이 슬그머니 모아졌다. “몸으로 때운다?” “가진 게 그것밖에 없으니까요.” 정말, 가진 게 그것밖에 없어 그녀의 목소리에는 서글픔이 묻어났다. 노골적인 지헌의 시선과 도전적이되 겁을 집어 먹은 새해의 눈동자가 맞부딪쳤다.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공포감이 그녀의 속에서 스멀스멀 치고 올라왔다. 새해의 마음속은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녹색 침대가 놓인 갤러리> 현대 가족 공동체 속의 모순과 갈등 ‘가족’이라는 통증을 표출하는 이경미의 첫 소설집 섬뜩한 가족의 서사로 가족 공동체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는 이경미의 첫 번째 소설집. 저자는 현대 가족 공동체가 만들어낸 모순과 그 속에 내재한 갈등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그녀가 표현하는 가족은 우리 사회가 끊임없이 구축해온 ‘행복한 가정’에 대한 환상을 무너뜨린다. 아내의 외도에도 모른 척할 수밖에 없는 남편, 부모에게 패륜을 일삼는 아들, 어머니에게 이상적 집착 증세를 보이는 청년 등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우리 사회 속에서 좀처럼 부각되지 않는 ‘가족’이라는 통증을 감내하고 있다. 가족에 대해 고찰하는 작품이 충분히 나왔음에도 계속해서 가족에 대한 소설이 쓰이고 있는 이유는 아직 그것에 대해 하지 못한 말들이 남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소설집에 담긴 7편의 소설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힘든 시기를 통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하나의 창구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