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개정판] 원하지 않는 귀국을 앞둔 채 참여한 파티에서 만난 남자.빈틈없이 재단된 슈트와 권태로운 몸짓. 여유롭지만 묵중한 시선까지그의 모든 것이 송연 자신과는 정반대였다.“굳이 서로에 대해 자세히 알 필요 있습니까? 때론 얼굴이 명함이 될 때도 있는데.”그래서였다. 그와의 밀회를 가진 건. 낯선 감각에 모든 걸 맡긴 채 녹아 보고 싶어서.하지만 귀국과 함께 시작된 지옥같은 삶에 그를 껴 넣을 생각까지는, 없었는데.“그사이 취직까지 하느라 바빴겠는데?”지구 반대편에 존재했던 그가 당장 눈앞에 있었다. 마치 누군가 오려 붙인 것처럼 선명하게.“그날은 서로 암묵적으로 합의한 하룻밤인 줄 알았는데.”“애석하게도 관심 밖의 이야기야. 또 난 하룻밤으로 끝낼 거라 말한 적 없어.”“되게 자신감 있네. 모든 게 다.”“내가 한다면 말인 거야. 입으로만 뱉는다고 말이 아니라.”“대체 이러는 이유를 모르겠지만.”“궁금하면 동참하든가.”그 순간 그의 오만의 결말이 궁금해졌다.나를 향한 당신의 끝이 결국은 동정일지, 아니면 다른 감정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