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
민혜
평균평점
사부작사부작

아직 장날이 존재하는 재래시장이 근처에 있는 마을.그날이 되면 나이 든 이와 사진 찍기 좋아하는 젊은이들이뒤섞여 묘한 그림을 이루는 곳.얼마 전 새로 생긴 음식점 ‘보리언덕아래’의 주인 지수현.아무래도 이 여자 뭔가 수상하다. 길에 뒹구는 돌이 마음에 들었다는 말부터아침 조깅으로 하는 뜀박질은 어디 운동선수 출신인 게 분명하다.하지만 ...

그 남자 그 여자의 연애

그와 그녀의 이름은 늘 사람들의 안줏거리가 되어 회사에서 맴돈다.정작 당사자들의 의지로 시작된 적이 없는 그들의 관계는끊어지지도 않고 질기게도 이어 가고 있었다.“안녕하세요?”아, 정말 자연스럽지 못한 인사.정연은 내뱉고 나서도 바로 어색한 말투에 슬쩍 무안해진다.그게 제 마음만은 아닌지 진우의 인상이 확 일그러진다.늘 똑같은 관계에서...

개정판 | 잔향

이렇게 그대로인데, 너랑 나랑 사이엔 다만 세월만 흘렀을 뿐인데, 내가 너를 느끼는 것도 네가 나를 바라보는 것도 달라진 게 없는데, 우린 뭐가 달라진 걸까?“지연아, 우리 다시 시작하면 안 될까?”“그냥 이젠 잊고 살래. 수호 씨가 아무리 나에게 잘해 줘도 난 그거 잊지 못해. 수호 씨 쳐다보면서 언제나 나 아플 거야. 이...

한숨 쉬며 만나다

그와 함께하는 시간이 흐르지 않고 켜켜이 쌓였다. 같이 보낸 시간이 한 덩이, 건네받은 마음에 또 한 덩이, 모두 흘려보내지 못하고 쌓여 버렸다. “어느새 선배가 내 마음에 들어왔어요. 좋아한다는 감정, 사랑했던 마음 그런 거 이젠 설명하기 어려워요.” 사랑의 상처로부터 자꾸 도망치는 여자, 서지훈. “그때처럼 네가 울고 있지 않았으면 해. 그러니 넌 내가 걷는 속도만큼만 같이 걸어와 줘.” 강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그녀를 붙잡아 주는 남자, 김민석. 우리의 숨결이 나른한 봄바람에 흔들리는 문풍지처럼 바스락거렸다. 그는 풍랑이 되어 내게 파도로 밀고 들어왔다. 그렇게 나의 한숨은 그의 입안으로 사라져 버렸다.

마중물

쓴맛의 과거에 좀처럼 무뎌지지 못하는 우리가 다시 만난다고,상처가 덮어질 수 있을까?“가끔 안부, 물으면 안 되겠지?”“싫어. 네 만족을 위해 코앞까지 끌고 와서 먹나 안 먹나 확인까지 하는 거 나는 불쾌해.”무뎌지지 못한 나는 너를 단번에 알아봤어도너는 기억조차 폭력이라 나를 한 번에 알아보지도 못했음을.그래, 내가 무슨 권리로 네가 잘 사나 그걸 확인하고 위안 삼을 수 있을까.그것은 이상한 동질감이었다.나는 엄마를 잃고 부서진 울타리 안에 살던 아이였고,너는 그 부서진 울타리 안에 잠시 머물던 눈치가 빤한 아이였지.우리는 그렇게 어쩌면 서로가 아는 슬픔을 갖고 있지 않았을까.혼자서는 내내 흐르지도 못하고 고여 있다가마주한 뒤에야 서로에게 한 바가지씩 끼얹어져 흐를 수 있는 그런 존재들.“……우리 이래도 될까?”망설임이 묻어나는 가원의 눈빛을 본 유준이 잠깐 진한 숨을 몰아쉬었다.“네 눈에 내가 보여. 이제 다른 생각 못 하겠지?”아, 네가 말한 위로, 이제 알겠어. 가원은 까치발을 하고 유준에게 매달렸다.유준은 몸을 숙여 가원을 끌어안았다.“……가끔 안부 물어도 돼?”“나 많이 기다렸어?”오후부터 비가 내리는 흐린 날씨의 6월, 이른 여름.어제도 만난 이들처럼 아무렇지 않은 듯, 일상적인 인사를 건넨다.